정부, 부동산 거래 빗장 모두 풀었지만 시장 활성화 역부족
[ 뉴스1 제공](서울=뉴스1) 김민구 기자= 정부가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규제 빗장'을 모두 풀었다.
정부가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하고 주택 단기 양도세율을 내리는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봄 이사철을 맞았지만 오히려 겨울로 접어들어 꽁꽁 얼어붙었다. 극심한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난 3월 국내 주택매매 거래량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12월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거래제한을 완화하기 위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는 '용단'을 내렸지만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기는 커녕 오히려 위축되고 집값도 급락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침체국면에 빠진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언발의 오줌누기식' 대책이 아닌 각종 규제를 푸는 극약처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는 10일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주택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정부는 강남3구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주택담보대출비용(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가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DTI는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해 원리금이 연소득의 40~60% 이하가 되도록 제한한 제도다. 현재 강남 3구는 40%, 나머지 서울 지역은 50%, 서울 외 수도권은 60%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3구는 각각 40%였던 것이 50%로 상향 조정돼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규모가 늘어난다.
또한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가산세율(10% 포인트)도 없어져 세금부담이 줄어들고 생애 최초 구입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 발표가 수도권 주택시장을 되살리기에는 `2%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차례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대책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이끄는 '홈런'이 아닌 '스몰 볼(small ball:야구용어로 장타 위주보다는 번트 등 단타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 수준에 머무는 미시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 투기지역 해제로 수도권 부동산시장 활성화 '글쎄'
정부가 이날 내놓은 정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정부가 강남3구를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한 점이다.
주택투기지역은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지역으로 정부가 지난 2003년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투기지역은 그동안 모두 해제되고 지금은 전국에서 강남 3구만 유일하게 남아 강남 3구를 흔히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보루'라고 부른다.
투기지역은 월별 집값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0% 이상 높은 지역 가운데 △두 달간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 이상 높거나 △1년간 연평균 상승률이 직전 3년간 전국 연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지역이 대상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투기지역은 지난 2003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9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는 법률 개정없이 기획재정부 조치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곧바로 실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극심한 침체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에 투기지역을 해제해도 과거처럼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제외해 이 지역뿐만 아니라 급냉한 수도권 부동산시장도 덩달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3구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수도권 지역도 쫓아 오르기 때문에 수도권 부동산시장 선행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강남 투기지역 해제로 LTV와 DTI가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DTI규제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그동안 투기지역으로 묶인 강남3구는 40%, 서울은 50%, 경기ㆍ인천은 60%를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강남3구가 투기지역에서 풀리면서 40%로 적용받던 DTI가 50%로 늘어나 주택 대출이 더 늘어나게 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TV와 DTI가 상향조정되면 강남3구 아파트 10가구 중 8가구는 대출 규제완화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투기지역 해제로 강남3구에서 대출규제 완화 수혜를 입는 6억원 초과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가구 수를 조사한 결과 전체 26만5457가구 가운데 76.59%인 20만3324가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동산써브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3구 LTV와 DTI가 40%에서 50%로 상향됨에 따라 해당 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때 대출가능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수혜 가구수는 서초구가 6만7095가구 중 87.54%에 달하는 5만8737가구가 주택담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강남구는 9만8061가구중 80.79%인 7만9220가구가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송파구는 6억원 초과 가구수가 전체 10만301가구 가운데 6만5367가구로, 65.17%에 그치며 10가구 중 6가구 이상이 대출규제 완화 대상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이 수도권 시장으로 이어지고 않고 '강남 부동산시장 부양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심리가 바닥국면이기 때문에 더 획기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시장을 자극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정욱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강남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LTV, DTI 상향조정으로 대출 여력이 늘어나지만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데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크기 않아 수요가 한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이영호 리서치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에도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DTI가 완화되더라도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득세 등 세제 완화정책이 국회 '코트'로
정부가 이날 대규모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 취득세 감면 재개 등 세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취득세 감면 조치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등기한 주택에 한해 1주택자는 1%, 다주택자는 2%의 낮은 세율을 적용했던 특례 조항이 끝났다.
이후 세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나자 매수심리가 위축돼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종 규제를 풀면 가계부채가 늘어나 부동산 경기 활성화보다는 경제 전체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그러나 각종 규제를 풀면 주택거래가 활성화돼 이른바 하우스푸어(house poor)들이 주택을 매각해 빚을 갚을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우스푸어는 내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무리한 대출에 따른 원리금 부담으로 실질적 소득이 줄어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열쇠는 결국 국회 등 정치권이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와 재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으로 입법 기관인 국회가 결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18대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고 양도세 중과세 폐지를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부자 감세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과 일부 여당 의원 때문에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직권으로 풀 수 있는 규제는 사실상 다 내놓은 상황"이라며 "기재부도 이날 과감한 대책을 내놨지만 정치권의 결단이 있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 되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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