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일기1]"I DON'T KNOW?" "YOU CAN DO IT!"
교환학생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첫 번째 목표는 '언어'다. 소위 교환학생 국가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주로 몰리는 이유는 세계 공통어인 영어를 배우기 위함이다. 내가 온 이곳은 프랑스이다. 모두가 영어를 하러 영어권 국가로 가는데 왜 프랑스로 갔느냐고 묻는다면 이곳 프랑스 ANGERS에 위치한 ESSCA는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며 이곳에 교환학생을 온 친구들 모두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생활하기 위해서 프랑스어를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 그저 영어만 있으면 만사 OKAY!!! 영어를 배우기도 그리 불편하지 않은 곳이다. 게다가 다양한 문화까지 공존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이곳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프랑스이다. 유럽을 여행하겠다고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프랑스는 영어로 물어보면 불어로 대답해주는 '기이한(?)' 나라다. 한국처럼 영어를 떠듬떠듬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도 없다. 영어로 아무리 말을 한다 해도 모두 불어로 대답하며 내가 답답해서 결국엔 바디랭귀지를 해야만 하는 곳이 이곳 프랑스다. 따라서 영어로 학교에서는 생활할 수 있지만 은행, 기차역 등 생활기반에서는 모두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하므로 불어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로 이곳의 모든 생활이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랑스어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도록 한다.
실수하는 게 두려워?
이곳 ANGERS에는 서강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다른 한국 학생도 있다. 그녀 A의 일화다.
어느 날 A는 유럽에서 온 다른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고 있었다. 프랑스어과 출신으로 프랑스어를 2년 동안 한국에서 공부하고 온 A는 불어로 대화할 수 있었지만 늘 말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꼈다. 말을 할 때는 천천히 해야 했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것 같아 미안해하기 일 수였다. 입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야 했다. 혹시라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는 주어와 동사를 맞추는 것에 있어 잦은 실수가 있었다. 영어로 따진다면 'I'(나) 뒤에는 'AM'이 와야 하는데 'ARE'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그런 실수이다. 이러한 실수를 자주 하여 A는 말을 자주 번복하곤 했는데 이를 본 핀란드에서 온 한 친구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실수하는 게 두려워? 주어와 동사가 맞지 않아도 우리는 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왜 계속 말을 다시 하려고 하니. 우리는 너를 감시하는 사람도, 시험 감독관도 아니니 편안하게 말해도 돼. 걱정하지 마."

한국인의 고질병 : ANXIETY!
한국인에게 있어 언어를 배우는데 가장 큰 장벽은 바로 'ANXIETY'(긴장감/불안감)이다. 새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에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 한국인 뿐이겠느냐 만은 프랑스에서 겪어본 바로는 동양인들이 더욱더 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1998년 SUGARAWA의 미국에서 일하는 일본인 16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9%는 그들의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20%는 영어를 말할 때 긴장감을 느낀다고 했으며, 30%는 일본인의 발음에 미국 동업자들이 불편함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60%나 차지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들의 언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그들의 언어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언어에 대한 불안감을 가져 자신의 영어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언어에 대한 ANXIETY로 인해 많은 대화교류를 회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ANXIETY를 느낀 것은 ESSCA의 첫 수업에서였다. 처음 이곳 프랑스에 도착하고 이틀이 지난 후 바로 첫 수업을 맞이했다. 첫 수업은 EUROPEAN INSTITUION이라는 정치 수업이었다. 유럽의 국제기구들에 대한 내용이었으며 첫 수업에서는 전체적인 유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내용이 진행되었다. 수업의 방식은 그룹을 나누어 함께 삽화를 보고 토론을 하는 형식이었다. 나는 첫 수업인데다가 영어로 듣고 말하는 것이 낯선 사람이었다. 국외에서 거주하는 경험이 처음이었으며 그랬기에 ANXIETY는 더더욱 강했다. 도착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차 적응도 되지 못한 상태로 수업에 임해야 했다. 세 명이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림을 보며 유럽의 현황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를 제외한 두 친구는 많은 이야기를 내뱉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듣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도,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혹시라도 문법에 어긋나는 말을 할까, 단어 사용에 실수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너의 생각은 어떠냐는 친구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I DON'T KNOW.(난 몰라.) 이 말만 몇 번이고 대답했던 것 같다. 토론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나는 다 함께 토론한 것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시 이런 행동을 반복했다. 오히려 긴장감이 더욱 심해졌다. 발표하는 것이었고 더욱 많은 사람이 나의 말을 듣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격해졌다. 결국, 발표를 떠듬떠듬 해대는 나를 향해 YOU CAN DO IT!(너는 할 수 있어!)을 외치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불안감이 나아졌다. 몇 번이고 발표할 기회를 양보하던 친구에게 나는 계속 못 한다고만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SAY HELLO & HOW ARE YOU?

그저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 표현인 HELLO와 HOW ARE YOU는 사교의 기본이 된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ANXIETY를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수업 이전의 가장 기본적인 언어를 배우는 장소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대화가 많을수록 언어 능력은 늘어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단어를 찾게 되고 자연스레 언어를 익히게 되기 때문이다. 수업에서는 주로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적응하는 것이 쉽게 되지는 않는다. 수업의 분위기와 교수님의 수업 방식에 따라 ANXIETY가 사라지는 경우도, 더욱 심화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교수님들의 배려로 많은 긴장감을 떨칠 수 있었다. 수업에서 불안감을 없애는 것은 교수님의 배려도 있었지만 가장 우선되었던 것이 일상생활에서 친구들과 대화가 많아지면서부터였다.
첫 수업 이후 긴장감으로 똘똘 뭉쳤던 나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긴장감으로 소심하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니 몇몇 친구들은 나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일 수였다.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얼굴이 낯익은 친구에게 당당하게 'HELLO! HOW ARE YOU?'하고 외쳤다. 그 친구는 잠시 멈칫 한 후 나를 보고 굉장히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대화는 이어졌다. 대화 도중에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도 있었으나 그 말의 의미를 다시 물어가며 대화를 했다. 흥겨운 대화였다. 자신감이 조금씩 붙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긴장감이 많이 사라졌다. 그렇게 일상생활의 긴장감이 사라질 즈음 수업에서의 긴장감도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굉장히도 즐겁고 재미나게 모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정현진/인터넷 경향신문 인턴기자
(웹場 baram.khan.co.kr/@YeSS_tw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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