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달빛요정의 노래 사련다

2012. 4. 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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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정민의 음악다방

1. 욕먹을 각오를 하고 쓴 지난번 '음악다방'(<한겨레> 4월4일치 24면)에 대한 반응이 꽤나 뜨거웠다. 소비자가 돈을 더 내더라도 디지털 음원 덤핑 정액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반소비자적' 주장은 트위터에서 수백 차례 리트위트(전파)됐다. 다행히도 욕 대신 지지와 격려를 보내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음악 관계자들은 "다들 알면서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속 시원히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 일반시민들은 "창작자에게 정당한 수익만 돌아간다면 얼마든지 지갑을 더 열 용의가 있다"고 했다.

2. 16일 아침 직장인 최석재씨로부터 '달빛요정 마흔번째 생일, 작은 이벤트'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하나 받았다. 2010년 11월 반지하 자취방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숨진 인디 음악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이 살아 있었다면, 맞이했을 그의 40대 첫 생일(4월19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열자는 제안이었다.

"스스로 인생의 루저라고 말했던 달빛요정. 과연 저처럼 결혼해서 차도 사고, 집도 사며 노후를 준비하는 삶이 승자의 삶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루저라고 자조하며 살았던 진원이가 인생의 승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해보지 못했던 삶을, 자기가 하고 싶던 음악을 하며, 용기있게 살았으니까요."

한때 음악을 하다가 생업을 위해 그만뒀다는 최씨는 달빛요정을 실제 만난 적은 없어도 동갑내기 친구로 여긴다고 했다. 달빛요정의 노래에 담긴 아픔에 공감하며 고인의 납골묘를 찾기도 했다고 한다. 최씨는 달빛요정의 생일을 축하하는 뜻에서 '절룩거리네', '축배', '나를 연애하게 하라' 세 곡을 19일 오전 11시~오후 1시 멜론·올레뮤직·아이튠스에서 구매하자고 제안하는 글을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고 했다.

"달빛요정이 원하던 돈도 벌게 해주고, 물론 그가 쓰진 못하겠지만 저세상에서도 좋아할 겁니다. 사람들이 가끔 달빛요정을 기억해주고 진심어린 그의 노래를 흥얼거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차트에 달빛요정의 이름이 올라갔으면 하네요!"

3. 16일 오후 '음악산업 상생을 위한 음악 전송사용료 기준 공청회'에 갔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음원 가격체계를 현행 정액제 중심에서 소비자가 듣는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 중심으로 바꾸고 권리자·창작자에게 돌아오는 몫을 현실화하자는 요구안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베이스 연주자인 김정렬 한국연주자협회 사무국장은 "지금 연주자들은 약 파는 데서 재주부리는 곰 같은 기분이 든다"며 "연주자들에겐 최소한의 복지 제도도 없다. 사업자들의 영리도 좋지만 좀 양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점유율 1위 음원 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이용장 부사장은 "가격을 올리는 데 있어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며 "대의적·감상적 측면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현행체계 유지에 무게를 뒀다.

4. '윤리적 소비'가 화두로 떠오른 지 몇년 됐다. 창작자·사업자·소비자가 상생해야 좋은 음악을 계속 향유할 수 있음을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음원 시장에서도 윤리적 소비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려면 역시 소비자가 행동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음원 시장 문제를 제대로 고민하게 만든 달빛요정의 음악을 19일 사는 것으로 내 의지를 표현하련다.

서정민 대중문화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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