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빈 농어촌 교실, '특성화'로 채워라'-황영동 '작은학교 교육연대' 사무국장 인터뷰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교육 당국의 경제적 논리에 의해 일정 인원 미만인 농산어촌 학교를 통폐합해 폐교가 속출하던 사태가 진정되고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싹틀 수 있었던 것은 소규모 학교 교사들이 중심이 된 '작은학교 교육연대'의 활동 덕분이다. 지난 1994년부터 4년간 끌어온 두밀분교 폐교 반대 소송에서 패한 이후 전국 971개교가 통폐합됐다. 2000년 폐교 위기에 처한 남한산초교를 살리기 위해 결성된 남한산초등학교 살리기 추진위가 '작은학교 교육연대'의 모체이다. 이 모임을 이끌어 온 주역인 황영동 사무국장(현 남한산초교 교무주임)은 소규모 학교 특성화 운동의 산 증인이다.
황 국장은 "남한산초등학교는 폐교 대상에 올랐으나 지역주민, 교사, 같은 처지에 있는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살아 남았을 뿐 아니라 나아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요즘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혁신학교의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이런 운동을 하면 전교조다, 좌익이다, 라는 등의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젠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학교운동으로 인정받았다"며 그간의 상황 설명과 함께 남한산초가 발전하게 된 '비결'을 얘기했다.
"먼저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을 모두 포함하는 학교교육공동체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주체들이 만나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소통이 가능해지고 진정성을 확인한 것입니다. 학부모들이 좋아하십니다. 이것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격의 없는 대화와 참여가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의미다.
황 국장은 두 번째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정, 커리큘럼의 편성이 가능했다는 것을 성공요인으로 들었다. 기존의 획일적인 교과과정을 대신해 농촌 실정에 맞는 교육이 실시됐다. 농촌에서 자랐어도 학교에서 농사짓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졸업했던 것이 기존의 학교 교육이었다면, 소규모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실제로 농사짓는 과정 전부를 체험으로 배우게 하는 산 교육을 실시했다.
또 학생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디자인한 것도 주효했다. 피교육자인 학생을 교육에 참여시켜 아이들이 아이들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한 것은 교육에 있어서 일대 의식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겹쳐 '작은 학교가 좋은 학교다'라는 소문이 번져나가면서 남한산초교에는 송파구 강남구 등 도시의 부잣집 아이들도 찾아오는 학교가 됐습니다."
전교생 26명의 폐교 위기 학교가 10년 만에 학생수가 150여명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지역경제도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남한산초교의 성공사례는 이주호 교육과학부장관의 저서에도 등장한다.
황 국장은 "재미 교육학자 정바울은 오는 4월1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국제교육행정학회에 남한산초교의 '작은학교 교육혁신' 성공 사례를 연구한 내용을 발표한다"고 전했다. 국제학회에까지 보고되는 것이다.
인성교육에는 성공했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학력, 즉 명문대학 진학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 그는 "서울대 연 고대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게 그리 중요한 것인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게 교육의 목적일진대, 건강한 정신과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되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라고 답변했다. 참교육을 실현한 교육자로서 긍지와 자신감의 표현이다.
leeds@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72호(4월1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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