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 빠져 살았던 10년, 군입대 앞둔 서경종의 작별 인터뷰

2012. 4. 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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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전하는 서경종의 인사, "e스포츠를 통해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MBC게임 소속 프로게이머이자 게임해설가였던 서경종.서경종은 MBC게임이 없어진 후로 우리가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된 여러 사람 중 중 하나다. 일이 그렇게 된 다음,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경종과는 간간히 안부를 주고 받으며 지냈고, 그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서경종이 e스포츠, 정확히 말하면 스타크래프트 해설자를 계속 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정된 자리에 서경종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고 결국 그는 경기를 보는 눈, 그것을 입으로 풀어내는 것에 대한 재능이 있었고, 또 이제 막 그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에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워낙 밝고 긍정적인 성격 탓에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매우 슬펐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어쨌든 서경종은 마지막까지 다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군대에 가기로 결심했다.

이른 나이에 데뷔해 무려 10년 가까이 e스포츠업계에 몸 담았던 서경종은 포모스를 통해 그 동안 자신을 아껴준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어했다. 물론 인사 말고도 할 얘기는 많았다. 여기 전 프로게이머이자 게임해설가였던 서경종과의 만남을 정리했다.

군입대를 앞두고 포모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이번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머리를 깎을 예정이라는 서경종에게 가장 먼저 한 질문은 당연히 군대 얘기였다. 이왕 늦은 김에 뭔가를 더 하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입대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뭘까.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다른 일 말고 해설자요. 하지만 자리가 없었죠. 제가 적극적이지도 못했고 해설자로서 많이 보여 드린 것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온게임넷에서 해설을 할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 아마 이렇게 바로 입대하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동준이형도 스타크래프트 해설을 못하고 있는 걸 보고 어쩔 수 없이 미련을 버렸어요. 어쨌든 내가 해설이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면 무조건 군대를 갔다 오는 게 좋겠다 싶었죠."

나이가 있어서인지 입대를 신청했더니 영장은 바로 나왔다. 운전을 곧잘 하던 서경종은 운전병에 합격해 바로 내일인 4월 3일, 의정부 306보충대로 입소할 예정이다. 그럼 군대에 갔다 온 다음의 계획은 세우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지금은 전역 후에 뭘 해야겠다 정해놓고 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예측이 어려워요. 군대에 가서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 때 구체적으로 정할 생각이에요. 저는 e스포츠 업계에서 오래 일하긴 했지만 스타크래프트로만 했었잖아요. 만약 스타1이 없어지고 스타2나 LOL이 완전히 그 자리를 대체한다면 지금 제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서경종.서경종은 스타1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게 된 지난 해 10월쯤부터 뭔가 정리가 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스타2는 이미 해봤지만 LOL의 경우 입대 시기와 타이밍이 너무 맞지 않아서 아예 건드리지 않았었다고.

오히려 궁금한 듯 기자에게 스타2와 LOL 리그에 대해 되물으며 호기심을 보인 서경종에게 e스포츠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지는 지상 최대의 관심사인 것만 같았다. 어쨌든 결론은 전역 후에도 e스포츠 쪽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판단이 어려워 일단 군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였다.

처음 해설로 데뷔했을 때부터 쭉 지켜봤기 때문에 서경종이 얼마나 새로운 일에 공을 들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해설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 같다는 말을 꺼내자 서경종은 "프로게이머 생활을 정말 재미있게 했지만 그냥 일로만 놓고 봤을 때는 해설자가 자신에게 더 맞았다며 정말 잘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MBC게임이 갑자기 없어졌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프로게이머와 해설자로서 e스포츠팬들과 만났던 서경종의 지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었다.

서경종은 일찍부터 MBC게임 히어로에서 선수로 활약했었다."선수 생활을 굉장히 오래했고 은퇴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는데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던 게 바로 얼마 전 일처럼 느껴져요. 신인 때는 이운재, 도진광 등 선배들과 박성준이라는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있어서 생활 자체를 즐겼고, 이후에 염보성이나 김택용 같은 후배들이 들어오고 나서는 오히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2007년 이후부터는 동료들과 같이 산다는 것 자체가 좋았죠."

성격 좋고 서글서글한 서경종은 요즘도 후배들을 자주 만나고 챙긴다. 인터뷰를 하기 바로 전에도 염보성과 김재훈을 만났고 얼마 전 입대한 손주흥과도 만나 군생활에 대한 생생한 조언을 들었다고.

"어제도 보성이랑 재훈이를 만났어요. 형은 왠지 군대 안 갈 것 같다고 지금도 한 번 더 연기하라고 그러더라고요(웃음). 특히 8게임단 동생들이랑은 다 친하고 축구도 같이 하는 사이죠. 제가 FC MEN이라고 연예인 축구팀에 속해 있는데 이제는 프로게이머 동생들이랑도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같이 할 때가 많아요. 게임단 일정이 바쁘다 보니 자주는 못해도 서로 시간이 맞으면 꼭 같이 하죠."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서경종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요즘은 축구 말고도 볼링을 즐겨 친다.

"저랑 친한 연예인들이 다 술, 담배를 안 해서 굉장히 건전하게 놀아요. 운동도 엄청 열심히 하고. 시간이 남으면 같이 스타크래프트를 하거나 볼링을 치거나, 날 잡아서 축구를 하거나 그런 거죠. 특히 최근에는 볼링을 자주 쳤는데 스트라이크를 치면 확실히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 있어요. 둘 다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축구는 기본기가 없이 해서 이제는 그냥 제 몫을 하는 정도고, 볼링은 처음에는 90정도 치다가 이제는 150정도 치는 것 같아요."

연예인과 친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서경종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된 일로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서경종은 JYJ의 김준수나 슈퍼쥬니어의 규현, 비스트의 이기광 등과 굉장히 친한 사이다. 아마도 그냥 알고 지내는 것 이상으로 서로 연예인이나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이 필요 없는 친한 사이일 것이다. 서경종이 섭섭했던 일은 무엇일까.

얼마 전 인터뷰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그런 생각은 항상 해요. 제가 게이머로서 큰 성과를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할 때도 게임 외적인 부분, 특히 연예인과 친하다라는 것에 기자나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저도 그건 이해해요. 그런데 얼마 전 인터뷰는 그 정도가 조금 심했거든요. 물론 제가 친한 사람들인데 나쁜 얘기를 할 리도 없고 큰 상관은 없죠. 하지만 제 얘기가 7이고 연예인 얘기가 3이었다면 그 비율이 3:7로 바뀌어 버리니까 당황했죠. 단순히 제 이야기가 적어서 섭섭하고, 연예인 얘기가 많아서 섭섭하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제가 뭔가 중간에서 이용당한 것 같고, 또 그들은 제 인터뷰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그 인터뷰가 나간 날 축구 시합이 있었는데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뛰지도 못했어요." & #160;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 때 서경종은 그래도 10년 넘게 e스포츠를 해왔고, 그 안의 이야기, 미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쟤는 연예인이랑 친목만 쌓았나"라는 식의 시선을 받을까 봐 그게 너무 싫었다고 했다.

프라하에서 찍은 사진 중 한 컷.이후 서경종은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 군대에 가기 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택한 여행이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주위에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려고도 했으나 그 '사람들'이 한결같이 "여행을 다녀오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쪽을 가려고 했는데 입대 날짜가 생각보다 앞당겨져서 혼자 체코의 프라하에 갔다 왔어요.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을 먼저 가고 싶었는데 표를 끊으려다 보니까 입대 날짜가 생각보다 앞당겨져 있어서 표를 끊을 수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프라하였는데 굉장히 조용한 나라였어요. 프라하에 도착한 게 오후 8시쯤이었는데 지하철을 탔어요. 서울 같으면 자리에 앉지도 못할 시간인데 사람도 별로 없고 다들 과묵한 표정인 거에요. 무서워서 착한 표정으로 있으려고 노력했죠. 시끌 벅적함에 익숙해져 있다가 보니 처음에는 그런 점이 낯설었는데 지내다 보니까 점점 편안해지고 좋더라고요. 8일 동안 프라하 한 곳에만 있었는데 공기도 너무 좋고 생각했던 것보다 음식도 맛있고, 좋았어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서경종은 입대 직전까지도 프로리그 경기들을 챙겨볼 정도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10년간 한 우물만 팠던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같은 경험이 떠나고 싶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서경종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고 얻은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해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서경종은 다시 e스포츠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입대 전에 이렇게라도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프로게이머 서경종, 게임해설가 서경종을 좋아해주셨던 분들뿐만 아니라 MBC게임 히어로라는 팀을 응원해 주셨던 모든 팬들에게 감사했고, 또 잘 다녀 오겠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나중에 스타1이 없는 e스포츠에 내가 돌아올 자리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고 또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팬 여러분!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강영훈 기자 kangzuck@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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