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먹는 사람들

2012. 4. 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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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속엔 다양한 음식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집안 살림에 보탬이라도 될까 싶은 엄마, 든든한 집 밥 생각나는 아빠,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딸내미, 만성 위염 고쳐보겠다는 삼촌….

여기 날마다 정성으로 싼 도시락을 감사함으로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도시락엔 무슨 반찬과 어떤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을까요?

"1만원대의 점심값을 견디기 힘든 직장인들이 결국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면서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중앙일보 2011년 6월 9일자

"웹디자이너 김모씨도 1년째 도시락을 싼다. 다이어트 때문이다. 그녀가 싸는 도시락의 칼로리는 500kcal 이하. 영양소도 고루 들어가도록 신경을 쓴다."- 중앙일보 2011년 9월 6일자

"2011년 4분기 동안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점심 메뉴 값이 크게 올랐다. 김치찌개백반 가격은 64원(1.2%) 상승했다."- 문화일보 2012년 1월 2일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점심값 절약을 위한 도시락 용품 구매가 늘고 있다."- 아시아경제 2012년 2월 10일자

◆ 도시락 초보를 위해 들려주는 달인의 팁

건강에도 좋고 내 주머니 사정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 도시락 열풍에 동참해보려고 마음먹었다가 당장 무슨 반찬을 싸야 하나 근심돼 포기하기 일쑤. 4년째 매일 아침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며 얻은 생생한 노하우와 도시락 메뉴를 블로그(www.blog.naver.com/oz29oz)에 올린 것을 모아 < 온국민 도시락 > 이란 책을 낸 도시락 달인 김민희 주부에게 실현 가능한 도시락 메뉴 팁을 들었다.

채소볶음파프리카, 피망, 당근, 양파 등 언제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를 볶아 반찬을 만든다. 식욕을 돋게 하는 색감이 장점일 뿐 아니라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의 소화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 도시락 반찬으로 준비하는 채소는 평소와 비교해 80% 정도만 익혀야 점심 때 먹어도 흐물거리지 않는다.

달걀말이예나 지금이나 도시락 반찬 1순위, 달걀말이. 달걀을 풀 때 다시마 우린 물을 더해주면 보통 달걀말이와 달리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입맛이 없을 때도 달걀말이가 제격인데 명란젓을 소로 넣어 말면 짭조름하고 톡톡 터지는 맛이 일품.

두부부침영양은 풍부하면서도 값은 싸고 양이 많아 도시락 반찬으로 애용한다. 두부를 굽거나 튀겨 양념할 때는 두부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1모당 2~4분) 빠르고 간편하게 수분이 제거되어 튀겼을 때는 바삭하고 구울 때도 더욱 노릇노릇해져 시간이 지나도 맛이 좋다.

반찬 걱정 필요 없는 강추 메뉴, 덮밥

덮밥은 식었을 때도 맛이 의외로 괜찮을 뿐 아니라 반찬이 몇 가지 없어도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주로 생선과 고기를 활용하여 요리하는데 비린 맛이나 누린내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 관건. 냄새를 잡아주는 카레가루나 데리야끼소스를 사용하거나 생강즙, 맛술을 소스에 곁들인다. 요리 완성 후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했다면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만으로 금세 한 요리처럼 복원된다.

◆ 네 남자의 유쾌한 점심시간

메리케이 임재성·인교환·임세훈·이양우씨

삼성동의 점심시간은 치열하다. 줄지어 선 대기인원 때문에 허겁지겁 먹고 일어나야 할 때가 많고 가장 만만한 메뉴인 가정식 백반이 1만원 가까이 하기 때문이다.

삼성동 도심공항타워에서 근무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메리케이'의 직원들이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점심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메리케이 직원 임재성, 인교환, 임세훈, 이양우씨는 12시가 되면 각자 도시락을 가지고 미팅룸으로 모인다. 다른 팀에 속해 있어 가벼운 인사만 나누던 사이였지만 함께 도시락을 먹다 보니 자연스레 사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절친'이 됐다. 아내가, 누나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모여 퇴근 후 있었던 재미난 일,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곁들여 먹으면 가족들과 '집 밥'을 먹는 편안한 기분이라고. 또, 도시락을 먹으면서 점심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느긋하게 먹어도 15분이면 식사가 끝나니 남는 시간은 오롯이 자유시간. 햇살이 좋은 날에는 근처 봉은사를 한 바퀴 돌며 운동 겸 산책을 즐기고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도 한다.

학창시절엔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주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싸주는 도시락을 먹으면서는 그 정성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인지 유부남 멤버들은 아내를 위해 설거지, 집안일을 거들어주고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하게 되니 도시락의 긍정적인 효과는 끝이 없다. 점심값 절약은 물론이고 외식으로 인해 불어난 몸무게도 점차 제자리를 찾고 있다니 이 남자들의 유쾌한 도시락 먹는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advice_ 잡채, 갈비찜처럼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도 좋지만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은 비엔나소시지, 스팸구이, 달걀말이다.

◆ 한솥밥 먹는 것과 다름없는 친구가 되다

위메이드 박윤영·김주은·이윤희·손영미·구세진·이소진씨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게임회사 위메이드는 직원들이 불편함 없이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카페테리아를 마련했다.

도시락을 먹고 싶어도 마땅한 공간이 없어 망설이던 직원들이 하나 둘 모여 점심을 먹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점심시간이 되면 카페테리아를 꽉 메울 정도로 도시락 먹는 사람이 늘어났다. 근처 직장인들이 민족 대이동처럼 쏟아져 나와 음식점 앞에 줄지어 있는 평일의 점심시간, 그녀들은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을 먹는다. 여섯 명이 모였지만 의외로 소박한 밥상이 차려졌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많이 먹게 되고 돌아서면 간식이 당기지만 도시락을 먹으면 부러 더 먹지 않아도 저녁까지 속이 든든하다.

부모님과 사는 박윤영씨와 손영미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 도시락을 싸는데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시간보다는 퇴근 후 미리 싸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자 살면 남아서 버리는 때가 많아 아예 밥을 안 하는 날이 많은데 도시락을 싸면서 뜨끈한 밥을 다시 짓게 되었어요. 퇴근길에 간단히 장을 보고 도시락을 싸놓는데 귀찮기는커녕 도시락 싸는 재미가 쏠쏠해요." 회식 날에도 도시락 쌀 생각에 서둘러 귀가한다는 김주은씨는 이따금씩 닭도리탕 같은 특식을 준비해 팀원들을 기쁘게 하는 핵심 인물이다. 결혼 5년차 손영미씨의 도시락에는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매일 시어머니가 도시락 싸는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한다는 손영미씨는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도시락을 먹고부터는 날씨가 궂은 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매일 무얼 먹을까 하는 고민도 해결되었다. 게다가 요리 솜씨가 늘고 고부간의 정이 돈독해진 마법 같은 도시락 효과를 경험한 그녀들이 말하는 최고의 도시락 효과는 바로 매일 만나도 정다운 '친구'를 얻었다는 것이다

advice_ 타부서 동료가 제안하여 회사에서 마련해준 공용 냉장고. 간혹 도시락 통이 바뀌거나 반찬이 사라지는 일도 있어 이름을 커다랗게 써 놓는다.

◆ 그녀만의 시크릿 런치, 안티에이징 도시락

WE클리닉 조애경 원장

40대의 나이에도 아가씨 못지않은 늘씬한 몸매와 투명 피부를 지닌 압구정 WE클리닉의 조애경 원장.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녀의 뷰티 시크릿은 바로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이다.

매일 찾아오는 점심시간, 아무리 신경 써서 메뉴를 고른다 해도 소금, 설탕 등 화학조미료로 버무려진 배달음식은 피할 수가 없어 마침내 선반 깊숙이에 숨어 있던 도시락 통을 꺼낸 그녀. 지금은 어느덧 9년차 '베테랑 도시락족'이 되었다. 조애경 원장의 도시락에는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으니 바로 반찬통엔 밥, 밥통엔 반찬이 담겨 있는 것. 즉 밥의 양을 일반인들보다 1/3가량 적게 먹고, 대신 반찬의 양을 늘렸다. 밥은 흑미와 현미 등을 섞은 혼합식으로, 반찬은 데치거나 찌는 방식으로 조리된 나물과 채소 반찬 위주로 한다.

이때,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등의 녹황색 채소는 올리브오일에 살짝 볶는데, 지용성 비타민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져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피로감도 훨씬 줄여준다고."하루 3번, 6가지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5가지 색으로 맞춰 먹는 '3·6·5 법칙'을 실천하고 있어요.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매일, 충분히 먹으면 고가의 시술을 받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질 수 있지요."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피부를 건강하고 탄력있게 유지하기 위한 그 어떠한 보약 보다 값지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당부했다.

advice_ 밥, 반찬통 말고 또 하나의 도시락 통에는 딸기, 키위, 참외 등 상큼한 과일과 셀러리, 오이, 당근 등의 채소 스틱을 담아 반찬 겸 간식으로 먹는다.

◆ 10분 만에 완성하는 저칼로리 도시락

NHN 웹디자이너 윤선혜씨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찾아오는 메뉴 고민, 자극적인 찌개와 조미료 가득한 반찬에 질릴 때쯤 회사에 도시락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회다 싶어 그 열풍에 적극 동참, 내 취향과 입맛에 맞는 도시락 꾸리기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는 윤선혜씨.

이래저래 분주한 아침 출근시간에 도시락을 싸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대학시절부터 시작한 자취생활 노하우를 십분 발휘, 매일 하다 보니 이젠 스피드 도시락의 고수라 불린다. 자기 전에 미리 씻어 불려둔 쌀을 밥솥에 안치고 일어나자마자 전원 버튼을 누른다. 씻고 화장하고 옷을 입는 사이 뚝딱 밥이 완성된다. 반찬은 반조리 상태로 준비해놓았다가 아침에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도시락 통에 담으면 끝. 두 달 전, 다이어트를 시작한 그녀의 도시락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흰쌀밥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현미밥을 담기 시작한 것. 처음엔 입안에서 겉도는 까끌까끌함과 더부룩한 느낌 때문에 먹기가 부담스러웠는데 하루 이상 물에 푹 불린 후 밥을 지으니 지금은 훨씬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흰쌀밥이 맛없게 느껴질 정도.

그녀의 단골 도시락 식재료는 양배추. 쌈밥, 샐러드, 볶음 요리 등 활용도가 높아 일주일에 3~4통씩 사서 한꺼번에 데친 다음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쟁여두고 사용한다. 만성 위염을 앓고 있는 그녀의 위를 보듬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아침잠 10분을 반납하는 대신 1시간,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행복한 점심시간을 얻게 되었다는 그녀를 보고 주변 지인들도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고.

advice_ 현미로 지은 밥을 데친 양배추로 돌돌 감싸고 위에 쌈장만 조금씩 떠 올리면 먹기 편한 쌈밥 도시락이 완성된다.

  기획: 이윤정 기자, 이아란·현진선·이미주(프리랜서) | 사진: 이호영, 안호성, 윤선호, 김연지 | 요리: 이보은(쿡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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