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신혼집, 언제까지 부모들이 구해줘야 하나

16일자 A1면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를 읽었다. 한 모임에서 자녀들 결혼이야기를 하는데, 한 선배가 딸은 본인의 집 가까운 곳에 집을 사주고 아들은 처가 가까운 곳에 전세를 얻어 줄 것이라고 한다. 선배의 이야기인즉 요즘 며느리가 어디 옛날의 '내집 사람'이냐는 것이다. 출가외인은 이제 옛말이고 딸네 집 살림을 친정엄마는 꿰뚫고 있어도 시어머니는 아들네 냉장고 열어보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모두들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치는데 그 중 자녀들 혼사가 모두 끝난 대선배가 한마디 훈수를 둔다. "왜 딸이라고 집을 사줘? 요즘 아들이나 딸이나 다 저 살기 바빠. 우리 늙어서 딸이라고 자식 도움받을 것 같아?" 자식들에게 집 사 줄 돈 꼭 쥐고 있다 늙어서 쓰라는 이야기다.
이전에는 딸 가진 엄마들의 불만이 많았다. 딸도 아들과 똑같이 키웠는데 왜 내 딸이 결혼하면 남의 식구가 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신부 엄마는 분해서 분홍 한복을 입는다는 말까지 있다. 요즘은 반대로 아들 가진 엄마들이 불만이다. 옆집 딸은 내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할 동안 일찍 취업해 스스로 결혼 비용도 마련하는데, 아들은 장가보내려면 군대 다녀와 늦게 시작한 직장생활로 벌어 놓은 것도 없는데다, 집까지 장만해 줘야 하니 말이다. 신혼부부에게 집 마련은 가장 우선적인 문제이다. 여자들 혼수야 2~3년 벌면 마련할 수도 있지만, 집값은 변두리 조그만 전세라도 살던 집 팔아 떼어주든지 부모의 퇴직금 절반은 뚝 떼내야 하는 현실이다. 이것을 당연히 신랑 측의 부담으로 생각하는 부모라면 아직도 며느리는 내 식구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젊은 여성들은 모든 면에서 양성평등의 문화를 주장한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 간 의식도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딸도 출가외인이라는 소리를 하지 않게 됐다. 그렇다면 남녀가 함께 시작할 터전인 주거지부터 함께 장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은 '가(家)'를 이루는 호적이라는 문서에 남자가 호주로 기재되기 때문에 결혼하면 거처할 공간(집) 확보는 당연히 남자 쪽의 의무로 간주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호주제 폐지로 부계혈통에 의한 개념적인 '가'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이다. 시부모들에게 집 장만이라는 커다란 부담을 시키며 결혼을 시작한다면 신부 측으로서도 정신적으로 아무래도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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