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사랑한다면 '핵 똥'은 싸지말자
핵 없는 사회를 향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화음을 이루고 있다.
3월 10일, 서울시청 광장은 핵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꿈꾸는 여러 정치, 환경, 종교 단체 및 일반 학부모와 어린이로 붐볐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의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1주년 기념 이벤트,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원자력 발전소 무너뜨리기 게임에 열중인 김선민 군 (7)

앵그리버드 신재생 에너지 게임

앵그리버드 신재생 에너지 게임
반핵 운동은 종종 '환경단체의 억지', 또는 '무섭고 폭력적'이라고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치 유원지에 온 듯 광장 곳곳은 게임 프로그램으로 가득했다. 우리나라 지도 위에 원자력 발전소를 상징하는 블록에 공을 던져 넘어뜨리는 아이는 열중한 나머지 멀리서 부르시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인기 게임인 '앵그리버드'를 패러디한 신재생에너지 게임도 눈에 띈다. 핵폐기물과 방사능으로 쌓아진 탑을 어린이들이 쏘아 올린 앵그리버드로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힘을 잃고 추락할 경우를 대비해 태양열과 풍력 발전이 안전그물처럼 버티고 있으니 앵그리버드가 다칠 걱정도 없다. 또, 원자력의 위험성을 소개하는 포스터가 서울시청 곳곳에 붙어 있었고, 핵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사수하는 원자력 안전요원으로 변장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의 열띤 설명에 참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원자력 안전요원으로 변장한 환경운동연합 간사
이번 행사의 제목이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이니만큼 아이의 손을 잡고 소풍 나온 학부모가 상당수 눈에 띈다. 세 살 난 딸과 산책 나왔다가 우연히 이 이벤트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고정훈(35) 씨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여기에 온 후 후쿠시마처럼 큰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지도 모를 내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남매의 손을 잡고 나들이 삼아 이벤트에 참가한 정재은 (42) 어머니는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에 살며 방사능 안전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이라도 절약하고 아껴서 후세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자원을 물려줘야 할 것 같다. 원전은 당장 물질적 부를 창출할진 몰라도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광장에서 신이 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켜봤다.
서울 북부 두레 생협 조합원인 이진숙 어머니도 "안전한 먹을거리와 환경을 내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오염과 사고위험이 큰 에너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협동조합을 통해 국산 유기농 제품을 구매한다고 했다.
한편 게임을 즐기던 아이들은 씁쓸한 뒷맛을 느끼고 있었다. 앵그리버드 게임을 열심히 응원하던 이의제 군(13)은 "우리나라가 후쿠시마처럼 폭발해 버릴까 봐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아이 대부분은 후쿠시마 대재앙과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또, 하나같이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전기를 아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가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지구가 아프잖아요. 지구한테 미안해요." 13세 이성환 어린이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다양한 종교계 인사들의 참여도 관심을 끌었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의 양기석 신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반핵운동에 관심을 두게 됐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회색 승복 차림으로 현장을 방문한 항덕 스님은 "우리 이익을 위해 핵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피해로 끝날 것이다. 핵개발이 가져온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지금까지 경제와 기술이 발전하는 데 든 것보다 많은 시간과 힘이 들 것이다"며 고개를 숙여 지구의 안녕을 기원했다.

조금은 불편한;; 칵테일파티
어라, 이게 누구 신가. 광장 한가운데선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변기에 앉아 칵테일파티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설치미술가 최병수(51) 씨의 작품이다. 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핵안보정상회의? 안보는 무슨. 높으신 분들이 다 같이 모여 방사능 담긴 칵테일을 마시고 권력을 뽐내는 거지. 이익은 자기들끼리 다 나누어 먹고 핵 똥을 누는 거야. 그 똥을 누가 치울까? 노동자와 지구 아니겠어?" 25년째 설치미술을 통해 기후변화 행동과 반핵운동에 열을 올린 그는 '먹고 살기 위해' 환경 설치미술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구 없으면 못 먹고 살잖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의사회도 행사에 참가해 원자력의 위험을 알리는 데 열을 올렸다. 회원 정형준(38) 씨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과학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적은 양의 방사선도 치명적인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지금 핵확산을 막지 않으면 끔찍한 재앙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1년 전 이맘때쯤, 전 세계 시민은 후쿠시마를 덮친 쓰나미와 무섭게 폭발하는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 발전소를 목격했다. 힘없이 무너져 가는 원자력 발전소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기저기 발을 뻗치는 방사능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공중에서 쉴 새 없이 물을 뿜어내는 헬리콥터를 보며 후쿠시마 현 주민의 안녕을 바랐을 뿐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제2의 후쿠시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후손에게 안전한 에너지를 물려주기 위해 종교, 직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너도나도 반핵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성가소비녀회' 의 한 수녀는 "자녀를 사랑한다면 핵 안전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정의를 위한 행동에 많은 부모님과 자녀가 동참하고 있음에 큰 힘을 느낍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민지/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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