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 볼보이 '꿈의 무대' 정상에 서다
재미교포 존 허 PGA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
[세계일보]

'재미교포' 존 허(22·한국명 허찬수)가 마침내 일을 냈다. 27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야코바클래식에서 연장 끝에 한국과 한국계 선수로는 다섯번째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계랭킹 267위. 무명에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모진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던 그이기에 눈가엔 이내 이슬이 맺혔다. '내가 여기 있다.' 우승컵을 번쩍 든 그의 눈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1990년 미국에서 태어난 존 허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 쫄딱 망하는 바람에 2002년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야 했다. 그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존 허에게 골프는 사치에 불과했다. 이후 아버지는 노동일, 한때 야구를 한 형은 의류장사, 어머니는 식당일을 하며 어린 존 허를 뒷바라지했다고 한다. 존 허는 골프장 연습비용이 없어 몰래 공을 주워 연습하다 골프장 관리인에게 들켜 쫓겨나기도 했다. 새벽 5시에 집에서 15㎞나 떨어진 퍼블릭 코스에 나가 공을 줍는 허드렛일을 하며 연습을 이어가야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교시절 주니어 대회에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달간 모은 700달러로 출전료를 부담하고 미니투어에 출전하기도 했고, 캐나다투어를 뛸 때는 햄버거 하나로 하루를 버티며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그런 존 허가 선택한 것은 코리안투어. 한국투어가 커졌다고 하지만 미국에서 보는 한국투어는 아직 존재감이 확실치 않은 무대다. 그는 고심 끝에 한국투어를 선택했고, 이때부터 기적 같은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꿈을 안고 한국무대에 뛰어들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여전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리 근처에 거처를 마련한 그는 무거운 골프백을 메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 타며 경기도 성남 분당까지 가 연습을 해야 했다. 한국에서 투어 생활을 할 때 고기를 먹을 돈이 없어 순대로 배를 채우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경비를 줄이려고 아버지 허옥식씨가 캐디를 맡았지만 골프 규정에 익숙지 않은 허씨는 2009년 삼성베네스트오픈 때 너무 힘이 들어 카트를 타고 이동하다 벌타를 받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려움을 견디며 희망을 이어간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2009년 투어에 뛰어든 그는 2010년 '한국산 탱크' 최경주가 출전한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기적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신한동해오픈 우승으로 2억원의 상금을 챙긴 그는 어려서부터 꿈을 키워온 PGA투어에 도전했다.
2011년 PGA투어 Q스쿨에서 기적같이 출전권을 따냈다. Q스쿨 통과가 유력하게 보였지만 마지막 홀에서 두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1타를 잃고 공동 27위로 Q스쿨을 마쳐 PGA투어는 멀게만 보였다. Q스쿨은 25명에게만 출전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행운이 그를 PGA투어로 인도했다. Q스쿨 상위 입상자 가운데 네이션와이드투어 등 다른 자격으로 이미 카드를 확보한 선수 두명이 25위 안에 들어 27위를 기록한 그에게 시드권이 주어진 것.
27일 마야코바클래식에서도 존 허는 8타나 줄이며 13언더파 271타로 경기를 마쳤지만 로버트 앨런비(호주)가 마지막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그보다 2타나 앞서 있어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앨런비는 티샷을 오른쪽 숲속으로 날리면서 더블보기를 범했고 연장 8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그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딛고 '꿈의 무대'에서 기적 같은 드라마를 쓴 존 허. 그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경훈 기자 rsflush@segye.com
■ 프로필
●생년월일:1990년 5월21일 ●출생지:미국 뉴욕 ●키:183㎝ ●몸무게:86㎏ ●한국투어성적:2009년 상금랭킹 47위(4100만원) ▲ 2010년 상금랭킹 7위(2억2600만원) ▲ 2011년 상금랭킹 14위(1억3400만원) ▲ 2010년 신한동해오픈 우승 ▲ 2011년 신인왕 ●PGA투어 성적:소니오픈 53위(1만2980달러) ▲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공동 6위(20만8500달러) ▲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 공동 12위(12만8100달러) ▲ AT & T페블비치프로암 공동 35위(3만1152달러) ▲ 마야코바클래식 우승(66만600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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