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감독으로 돌아온 홍진호, "1등 팀 만들어 봐야죠"

2012. 2. 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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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서 LOL 팀 감독으로 새로운 꿈을 꾸다

2011년 6월 25일, 홍진호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서 은퇴를 선언했다오랫동안 '폭풍저그'로 사랑받다가 지난 해 6월 전격 은퇴를 선언했던 홍진호가 다시 e스포츠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감독이다. 종목도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바뀌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OL, 홍진호는 그 안에서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그 배경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홍진호가 LOL팀 제닉스-스톰을 맡게 됐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2월 22일, 곧바로 그를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LOL 접하게 된 계기? "주변에서 다 LOL만 하던데요"

자연스럽게 LOL을 접하게 됐다는 홍진호잘나가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 KT롤스터에서 은퇴한 이후 홍진호는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온게임넷의 게임 관련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했고 스타크래프트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게임 행사장에서도 그의 얼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때는 스타2에 도전한다며 방송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결과적으로 한 가지에 푹 빠지지 못했던 홍진호는 이제서야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진짜'를 찾았고, '그게 바로 LOL'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업계 관계자 분들은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유저들은 그렇게 놀라지 않던데요. 오히려 이제야 제대로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죠. 그만큼 LOL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었거든요. 처음에는 라이엇게임즈와 LOL 홍보 동영상을 찍으면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만 해도 한국 서버가 열리기 전이라서 많이 하진 않았었어요. 전부 영어이기도 하고 진득하게 하기가 좀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그 때도 제 주변에서는 LOL을 엄청 많이 했어요. 온게임넷과 MBC게임 관계자들, 해설자들까지 다 LOL을 하니까 제 딴에는 저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한국 서버가 열리고 나서부터 저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거죠. 근데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그 때부터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잠수 아닌 잠수를 탔죠."

갑자기 홍진호의 LOL실력은 어느 정도일까가 궁금했다. 얼마나 잘 하는지 물었더니 레벨이 몇이냐고 되묻는 홍진호. 아직 만랩을 못 찍었다고 하니 "초보시군요. 30랩 이후에는 랭크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저는 그 게임만 600판 정도는 한 것 같네요"라며 여유 있게 웃는 모습이 정겹다. 하지만 기자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원체 시작이 늦었기 때문에 자신도 아직 심해에 있는 수준이라며 급 겸손해지는 홍진호의 모습.

"LOL은 장르가 다른 게임이잖아요. RTS와 다른 AOS고 개인전이 아닌 5:5 팀플레이다 보니까 스타크래프트와는 많이 다르죠. 그래도 LOL은 비교적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알아가는 맛이 있어요. 챔피언이 92개가 되기 때문에 그걸 하나하나 마스터하는 재미도 있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죠. 하루에 수십 번을 해도 똑 같은 게임이 한 판도 안 나올 정도니까. 또 팀플레이다 보니까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죠."

LOL과 스타 모두 팀플레이가 있지만 양상은 조금 다르다. 스타는 같은 팀원이 조금 못해도 동료가 커버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LOL은 조금만 어긋나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단다. 그래도 어느 순간 다섯 명이 서로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스타 팀플레이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홍진호의 설명이다.

홍진호가 바라보는 LOL의 e스포츠 가능성

스타크래프트 초창기 때가 생각난다는 요즘 LOL의 분위기홍진호가 이끄는 제닉스-스톰은 현재 스타2 팀인 oGs와 함께 숙소를 쓰고 있다. 홍진호 자신도 한때는 열심히 스타2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예 LOL에만 푹 빠져 살고 있다고 한다. LOL을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떻게 감독까지 맡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oGs 황규훈 단장에게 제의를 받은 게 맞죠. 처음에는 선수 욕심이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고요. 워낙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나이도 있고 해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자고 생각한 게 감독이었어요.게임의 재미도 재미지만 성장 가능성도 크게 봤죠. 주위에서도 LOL의 게임성과 재미에는 이견이 없었고, 얼마 전에 공인종목으로 승인된 것도 그렇고, 계속 대회가 열릴 거라는 전망이 가능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린 겁니다."

시대가 바뀌고 게임이 바뀌었지만 홍진호는 마치 지금 LOL을 둘러싼 분위기 자체가 스타크래프트 붐업이 일었던 초창기 때와 비슷하다고 봤다. LOL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전체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도 엄청난 수의 유저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대회가 열리고 선수들이 생겨났는데 비록 상황은 달라졌지만 오히려 그 발전 속도는 훨씬 빠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홍진호의 말처럼 LOL이 e스포츠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까?"게임은 있는데 유저가 없으면 안되고 유저는 많은데 대회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스타 초창기 때는 그게 자연스러웠는데 LOL도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제가 선수로서 캐리를 당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제가 선수들을 캐리할 수 있는 감독 역할이 된 거죠. 어쨌든 지금까지 정말 많은 게임이 나왔고 e스포츠에 도전했잖아요. LOL은 모든 면에서 최적의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유저들의 반응, 팀의 창단, 리그의 시작 등등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고 잘만 하면 스타와 함께 e스포츠의 활력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홍진호가 LOL이라는 게임에 얼만큼 푹 빠져 있고 또 게임 이상의 콘텐츠로서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전설적인 프로게이머에서 방송인으로, 또 다시 감독으로 변신한 홍진호의 진짜 속내는 과연 어떨까.

"사람이다 보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조금씩 다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은퇴하면서 팬카페에 글을 썼을 때도 어딘가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잖아요. 스타2도 해보고 방송도 해보고 예능도 해봤는데 뭔가 딱 느낌이 오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LOL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지금은 LOL이라는 게임에 느낌이 딱 온 거죠. 이거라면 한 번 해 볼만 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하더군요. 지금도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없던 에너지도 막 솟아난다니까요."

글로벌 e스포츠로 발전하길 바라는 LOL, 그 안에서 1등 팀 만드는 것이 목표

홍진호가 이끄는 팀은 최소 2위? 목표는 당연히 1등 되는 것!홍진호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서는 전설적인 선수지만 감독으로서는 완전 초보에 가깝다. 안 그래도 나이가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좋을 지 고민이라는 홍진호는 감독이라는 자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벌써부터 하소연했다. 하지만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제닉스-스톰으로서는 첫 무대가 될 온게임넷 LOL리그 오프라인 예선에 임하는 각오도 그래서 남다르다.

"분명히 목표는 우승이죠. 그냥 경험 삼아 한 번 나가볼까 그런 건 아니에요. 제대로 시작되는 첫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얼마나 큰 성과인지를 계속해서 교육하고 있죠. 여태까지 작은 대회들은 많았지만 이번에 온게임넷에서 열리는 대회는 정말 노리는 팀들이 많을 거에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2등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선수들에게는 '만약 우리가 2등하면 너희들보다 내가 더 주목 받을 테니까 그게 싫으면 우승해라' 그렇게 얘기하죠(웃음)."

마지막으로 홍진호는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LOL이 가진 가능성을 강조하며 감독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지금 LOL은 전세계 유저들이 다 같이 하는 게임이잖아요. 우리 팀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치열하게 국가대항전이 펼쳐지면 그야말로 볼만한 e스포츠가 되지 않을까요? e스포츠가 예전에 비하면 침체된 것도 사실인데 LOL이 아까 말했듯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지금은 외국 선수들이 더 잘한다고 하는데 한국 선수들의 열정이면 최고가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해봐서 알아요. 또 제가 프로게이머가 아닌 감독으로서 제2의 목표를 세운 이상 꼭 1등도 만들어 봐야죠. 많이 응원해 주세요!"

강영훈 기자 kangzuck@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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