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싼 K리그 시즌권, 문제 있다
(베스트 일레븐)
200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사들인 미국 스포츠 재벌 말콤 글레이저가 경기당 입장료를 30파운드(당시 환율 한화 5만 5,000원)에서 45파운드(8만 4,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현지 팬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자신들의 빚을 팬들에게 전가시킨다며 맹렬히 성토한 것이다. 한 경기 입장권이 이 정도였으니 시즌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팬들이 1년 내내 돈을 모아야만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 그래도 팬들은 티켓을 사기 위해 주머니를 아낌없이 연다.
비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뿐만 아니다. 챔피언십 클럽들도 적잖은 티켓 값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팬들은 내 팀의 경기를 볼 수 있다면 그 정도쯤은 감수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인다. 이런 열정적 팬들의 자세는 클럽의 재정적 버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K리그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염가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시즌권이 거래되고 있다.

상식 이하의 염가, K리그 시즌권
특정 팀 운운할 것 없다. 대부분의 K리그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게 관중 확충을 위한 적극적 마케팅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그 수익을 통해 스타급 선수들을 지키고 영입하라고 다그친다. 팀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팬들이 정작 경제적 관점에서는 구단 살림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으니 아이러니하다. 산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계산해 보자. 스플릿 시스템이 치러지는 올 시즌에 K리그 각 팀들은 총 22차례 홈경기를 치른다. A팀의 일반석 입장 가격이 1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시즌 전 경기 티켓 정상가는 22만 원이라 할 수 있다. 할인 및 시즌권 구매자를 위한 구단 상품 증정 등 혜택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15만 원 이상의 가격을 받아야만 어느 정도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시즌권 가격을 설정한 팀들은 드물다. FC 서울이 일반석 기준으로 적정하다고 보이는 16만 원을 책정했을 뿐, 대부분 팀들의 시즌권 가격은 1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리(薄利)로 시즌권을 내놓았으니 다매(多賣)해야 할 터인데 그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다. 즉, 구단 처지에서 경제적 관점으로 볼 때 충성심이 강하다는 시즌권 구매자가 매 경기 티켓을 끊고 들어오는 팬들보다 수익성이 낮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수도권 연고의 내로라하는 인기 클럽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언제부턴가 팬들 사이에서 시즌권 가격이 이처럼 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져 고민이 크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5년에 최저가라 할 수 있는 4만 원으로 시즌권 제도를 시작했다. 이를 최대한 판매한 후 이후 시즌부터 점차적으로 인상해 합당한 시즌권 가격을 책정하려는 의도였다. 이것을 지켜본 타 팀들도 우리와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뜻과는 달리 팬들 사이에서 다른 인식이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시즌권은 무척 싸야만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어 "이제 적정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할 시기다. 그렇지만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팬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개인 생각임을 전제하면 충성심 높은 팬들은 시즌권이 충성심을 대변하고 나아가 자신이 구단 살림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정작 구단 재정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이기적이라는 느낌이다. 인상됐다는 가격도 경기당 입장료라는 관점에서 따지고 보면 4~5경기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싼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합당한 수준의 가격이 책정된 시즌권을 구매할 팬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해외의 경우 티켓 수익이 클럽의 재정에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 프로축구판에 유로 관중문화가 정착하려면 아직 먼 것 같다"라고 씁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K리그 팬들은 K리그를 두고 아시아 최고 수준의 리그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하면서 과연 합당한 돈을 지불하는 것일까? 관중 증가 유도 및 마케팅을 통한 수익으로 구단의 재정을 늘리라는 팬들의 주장은 분명 옳다. 그러나 정작 팬들이 경제적으로 그만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적정 수준으로 시즌권 가격이 오르면 있는 팬들마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 가격은 비정상적이다. 가뜩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선수 인건비 때문에 각 구단들이 휘청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 2012시즌 K리그 각 팀 시즌권 판매가(일반 관중석 1인 성인 기준, 스카이 라운지 등 VIP석 제외)
강원 E석 5만 원, N석 4만 원경남 7만 원(정상가 22만 원)광주 E/N석 5만 원대구 5만 원대전 8만 원부산 6만 원(정상가 22만 원)상주 5만 원(정상가 35만 2,000원)서울 16만 원성남 5만 원(정상가 10만 원)수원 E/N구역 9만 원울산 6만 원인천 W석 기준 13만 원전남 5만 원전북 10만 원제주 6만 원포항 5만 원
2012시즌 일본 J리그 주요팀 시즌권 판매가
가시마 앤틀러스(J1) 3만 7,000엔(한화 52만 3,000원), 서포터석 1만 8,000엔(25만 4,000원)시미즈 S펄스(J1) 8만 엔(한화 113만 원)기타큐슈 기라반츠(J2) 3만 엔(한화 42만 4,000원)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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