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60주년 英 여왕, 시민과 스킨십 행보
소도시, 학교 방문…조촐하게 기념행사 열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행사(다이아몬드 주빌리)가 6일(현지시간) 조촐하게 열렸다.
여왕은 이날 잉글랜드 동부 노퍽 주(州)의 소도시 킹스린과 인근 학교를 방문하는 등 시민들과 '스킨십'을 나누며 차분하게 보냈다.
여왕이 아버지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것은 1952년 2월 6일. 여왕의 즉위일과 선왕의 기일이 같은 날인 점을 감안해 이날 기념행사는 의도적으로 조촐하게 진행됐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60주년 대국민 메시지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데 다시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뒤 "그동안 저와 필립공에게 보내주신 지지와 격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킹스린의 시민 100여 명은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깃발 등을 흔들며 여왕을 따뜻하게 맞았다. 청록색과 회색, 흰색이 섞인 양모 코트를 입고 청록색 모자를 쓴 여왕은 시민들의 환호에 미소로 답례했다.
잉글랜드 요크셔에서 온 시민 진 가버트(77)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며 "여왕은 바위처럼 강하다"고 말했다.
여왕은 왕실 별장이 있는 노퍽 주의 샌드링엄 영지 근처의 학교도 찾아 어린이들과 만났다.
영국 전역에서도 축하 행사가 열렸다.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는 군인들이 축포 41발을 쏘아 올렸으며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상공에서도 축포가 울렸다.
해군은 런던 근교 햄프셔 카운티에 있는 고스포트에서 21발의 예포를 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 나라를 경험과 차분한 권위로 이끌었다며 존경을 표시했다.
다이아몬드 주빌리의 본행사는 임시 공휴일인 오는 6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집중적으로 열린다.
특히 6월 3일 런던 템스강에서 1천 척의 배와 보트를 띄우는 행사가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또 4일에는 버킹엄 궁전에서 콘서트도 열린다.
또 캐나다에서부터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까지 영 연방 15개국에서도 관련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영국 왕실 초상사진가이자 패션지 보그의 사진작가로 유명한 세실 비튼이 찍은 엘리자베스 여왕 사진전도 오는 8일부터 4월 22일까지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서는 비튼이 그동안 찍은 여왕 사진 1만8천 점 가운데 100점을 골라 선보인다.
여왕이 큰아들 찰스 왕세자를 그녀의 양 어깨 위에 태운 모습을 담은 사진 등 여왕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이 포함돼 있다.
왕실 전문가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인기가 아직도 여전하며 다이아몬드 주빌리 공식 행사를 계기로 여왕의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왕실의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는 남대서양의 포클랜드 섬(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섬)에 파견돼 6주간 군사훈련을 받고 있어 이번에 열린 기념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이날 BBC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윌리엄 왕자가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에 앞서 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방송에서 "영국 왕실이 세대를 건너뛰어 왕위를 계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찰스 왕세자가 물러날 의사가 없으며, 아들이 다음 왕위를 물려받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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