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의 시네마 logue] '웰컴 투 마이 하트'

2012. 1. 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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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10주년, 미국 스크린은 상실의 아픔에 빠져 있다

[세계일보]가족 중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다.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은, 아무리 상상하려 한다 해도 아마도 직접 당한 사람의 그 고통만 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웰컴 투 마이 하트'에 등장하는 중년의 중산층 부부도 그렇다. 그들은 마치 뭔가 권태로운 삶의 끝에 닿은 듯이 등장한다. 남자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서 위안을 찾고 아내는 집 안에 갇힌 듯 벗어나지 못한다. 그럭저럭 이 낮은 온도에 열평형이 맞춰져 그들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하지만 이상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 정도면 같이 공존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공생하는 수준에 가깝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가 만나오던 여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때부터 삶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고장 난 문을 받치고 있던 지지대가 빠진 듯 이제 이 가정은 심각한 소음을 내기 시작한다. 사실 진짜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발생했지만 말이다.

자식의 상실에 대처하는 법, 우리는 많은 영화들에서 이미 유사사건들을 목격한 바 있다. '마빈의 방'이나 '밀양' 같은 작품들에서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들은 갑작스러운 아이의 증발을 삶의 단절로 경험하곤 한다. 최근 상영된 '래빗홀'도 유사한 상처를 그렸다. 어머니는 상처의 흔적을 없애려 하고 아버지는 흔적이라도 붙잡고 싶어하면서 부부는 서로 만의 성을 쌓게 된다.

'웰컴 투 마이 하트'의 부부도 그렇다. 영화는 처음부터 이들의 '상처'가 무엇인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들의 빈 공간, 부재는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어쩐지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지 못한다는 것을, 영화의 중간쯤 알게 된다.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비켜 나간다.

애인을 잃고 삶의 닻을 잃어버린 듯 당황스러워하던 남자는 10대 스트립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여자에 대한 욕망을 자극한다기 보다 '딸'처럼 안쓰럽게 다가온다. 돈을 벌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아직 뼈도 살도 덜 여문 십대의 말은 이 남자를 흔든다. 그는 그래서 하루에 백 달러씩 주면서 그녀의 집에 머물기로 한다. 섹스를 하거나 여자로서 바라보는 게 아니다. 그는 막힌 변기를 뚫어 주고 침대 시트 가는 법을 가르치다. 어쩐지 그가 소녀를 대하는 법은 아버지가 딸을 대하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외출을 한다. 외출을 해서 레스토랑에 들르곤 10대 소녀들이 모여 수다 떠는 모습에 넋을 한참이나 잃는다. 짐작하겠지만 이들 부부는 오래전 10대였던 딸아이를 사고로 잃었다.

그래서 남자는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에게 못 다한 아버지 노릇을 하려고 한다. 아내도 이 '부모노릇'에 적극 동참한다. 새끼를 잃은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의 버려진 새끼를 돌보듯 그들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역할'을 한다. 제임스 갠돌피니의 담담한 연기가 이 특별한 상황을 그럴듯하게 연출해 준다. '트와일라잇'의 스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스트립걸로 분하는 장면도 이채롭다.

2011년은 9·11테러가 일어난 지 10년 되던 해였다. 2011년 즈음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개봉한 영화 중 많은 드라마들이 가족의 상실과 그것으로 인한 부재의 상처를 다루고 있다. '퍼스널 이펙츠', '래빗홀', '트리 오브 라이프' 등 숫자만도 상당하다. 이 영화들이 모두 최근 한국에서 개봉했다.

모아 놓고 보니, 지금 미국은 상실에 대한 애도의 어떤 절정에 닿아 있는 듯싶다. 충분히 애도해야만 상실의 고통은 위무된다고 한다. 위로의 끝은 애도의 절정에서 시작된다. 가족의 상실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시련이다. 어쩌면 해보지 않아도 될 경험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 사건은 일어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바로 애도일 것이다. 영어 원제는 '웰 컴 투더 라일리스(welcome to the Rileys)'이다. 주인공 부부의 성이 라일리니 그들은 이 애도를 거쳐 다시 부부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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