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동상 부순 조각가 "웃는 모습 마음에 안 들어.."

2012. 1. 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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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행위극 동영상으로 "통쾌" "모독" 논란 중심에 선 '도겐우' 인터뷰

아이디는 '개나소나' 뜻…"물신주의 화신인 대통령의 허상 깨버리려"

 이명박 대통령 동상을 부수는 행위극으로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선 '도겐우'를 <한겨레>가 찾아나섰다. 본명은 이석영, 나이는 37살. 그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조각가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흉상을 제작하는 등 조각계에서는 나름 이름이 있는 사람이었다. 도겐우(dogandwoo)라는 닉네임은 '개나소나'를 풍자하는 뜻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21일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심한 감기몸살에 걸린 상태였다. 이씨는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린 배경과 관련해 "물신주의의 화신인 대통령의 허상을 깨버리고 싶었다"며 "(동상을 깨뜨린 것은) 그런 상징적인 예술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는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지금은 극단적으로 물질적인 것, 돈만 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소위 사회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그쪽(물질적인 방향)으로 앞장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도겐우'라는 아이디로 19일 유튜브와 다음 티브이팟 등에 '가카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죄수복 차림으로 등장해 이명박 대통령 동상을 상대로 대화를 하면서 그의 실정을 거론하며 머리를 툭툭 치는 등 조롱한다. 그러다 분노가 폭발해 망치로 동상을 박살내는 것으로 영상은 끝난다. 죄수복 왼쪽 가슴과 등에 77번을 달았는데, 이는 비비케이(BBK) 사건으로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이 서울 구치소에서 달았던 수인번호다. '거지조각가'라는 자기소개가 붙은 그의 트위터(@Dogandwoo)에는 "봉주형님 수감복을 구해서 나도 형님과 같이 조금이나마...애이 써그넘덜"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영상에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친인척 비리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각하, 이것은 법치도 아니며,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각하, 혹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바이블로 삼고 계심이 아닙니까? 혹 각하를 보고 있자면 감히 리플리증후군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그가 말한 '리플리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인격 장애를 뜻한다.

 이씨의 동영상은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시원하다. 통쾌하다"는 반응과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는 등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씨는 영상을 올리면서 쓴 글에서 동상을 만들어 파괴한 이유와 관련해 "완벽한 작품을 얻기 위해 수백의 자기를 파기하는 도공의 마음으로 허접하게 만들어진 가카의 동상을 부숴버렸다"며 "그냥 부숴 버리기 아까워 대학 4학년 때 한번 해본 영상작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별로 만들기도 싫어서 버리려고 모아 두었던 재료들과 주변 작가들에게 빌린 재료로 일주일 만에 만들어 버린 거라 애착도 안 가고 웃고 있는 모습이 영 맘에 들지도 않았다"며 "이 작품은 아마 부서질 운명이었는지도…."라고 썼다.

 이씨는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전부터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흉상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며 "그런 작업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2003년 첫 개인전 작품 제목은 '대통령 물 먹이기'였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대통령이 입을 벌리고 있는 흉상을 단상에 세워놓고 동전을 넣으면 흉상이 우스꽝스런 말을 내지르거나 관객들이 물총을 쏘아 실제 대통령의 입에 물을 먹이기도 했다. 두번째 개인전에서는 대통령과 사회 지도자, 매국노, 방송매체 등을 타깃으로 세워놓고 관객들에게 비비탄을 쏘도록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노무현, 박근혜, 김정일, 고이즈미, 부시 등 국가 지도자나 유력 정치인들의 흉상을 주로 작업하면서 때론 그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코를 잡거나 볼을 잡고 뭉그러뜨리기도 한다.(아래 사진) "조소(雕塑)로 조소(嘲笑)하다"는 주제의식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정치와 정치인이 그려내는 영웅주의에 주저없이 조롱과 조소를 날린다. 그래서, 이씨의 작품에 대해 "해프닝적인 연출을 통해 예술이 지닌 특유의 유희적 전복을 시도한다"(첫 개인전에 대한 어느 교수의 논평)는 평가가 따른다.

 조각가인 그의 지인은 "그가 정치인 흉상을 소재로 풍자적인 작품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며 "그의 작품과 행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논란이 일 수 있을 것인데, 그가 그 부분을 충분히 예상하고 작품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반응과 관련해 "당연히 그런 반응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봉주 오마주'라는 평가에 대해선 "정봉주의 부당함에 대한 항의를 하겠다는, 그런 거창한 생각은 없다"며 "정 의원이 수감되고 나서 나도 작업복으로 파란 수의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 동영상이 인터넷에 그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지도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이 싫어서 경기도 안성에 작업실을 차렸다. 지금은 박물관의 설치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다음은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

 -인터넷에서 논란이 뜨겁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기사가 났나? 설 연휴 동안 감기 몸살이 너무 심하게 걸려서, 인터넷 반응을 잘 살펴보지 못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대통령 동상을 부순 이유는?

 "글에 쓴 대로 그냥 잘못 만들어진 것을 깼다. 마음에 안 들어서 깨부쉈을 뿐이다."

   -이전에도 대통령과 정치인 흉상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03년 첫 개인전을 했는데, 그때 작품 제목이 '대통령 물 먹이기'였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대통령이 입을 벌리고 있는 흉상을 단상에 세워놓고, 동전을 놓으면 우스꽝스러운 말을 내지르거나 관객들이 물총을 쏘아 실제 대통령의 입에 물을 먹이기도 하는 코믹 퍼포먼스다.

 내가 쓴 논문 제목이 '개인적 가치 추구의 수평적 구축을 위하여'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때 정신적인 면과 물질적인 면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데, 물질적인 면만 너무 많이 추구하다 보니 물질과 정신 사이의 균형상태가 심각하게 깨지고 있다. 작금의 현실이 물질적인 것, 돈만 쫓아 따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소위 사회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그쪽(물질적인 방향)으로 앞장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신주의의 화신인 대통령의 허상을 깨버리고 싶었다. 그런 상징적인 예술 행위일 뿐이다.

 -물신주의라는 것이 지도자들 모두의 문제라고 하면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동일 선상에서 비교는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 그분들 돌아가셨을 때 너무 많이 울었다."

 -영상을 보고 시원하다, 통쾌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대통령 모욕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당연히 그런 반응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으니까…. 대통령 모욕할 의도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대답하겠다."

 -파란 수의와 77번은 '정봉주 오마주'인가?

  "정봉주 오마주는 맞다. 그러나 정봉주 구속의 부당함에 대한 항의를 하겠다는, 그런 거창한 생각은 없다. 정 의원 수감되고 나서 나도 작업복으로 파란 수의를 입고 있다."

 -파란 수의도 그렇고, 동상 중간에 보면 '나꼼수', '거짓말'이라고 쓰여 있다. 작품에 나꼼수가 영향을 미쳤나?

 "옛날부터 그런(정치 풍자) 작업을 하다가 결혼하고 나서 생계 때문에 '예쁜 작업'만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아이들(딸 둘)을 키우면서 도저히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더라. '권력을 쟁취해라. 돈이 최고다.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가르쳐야 하나? 이 사회는 완전 승자 독식이다. 이 작업을 한 것은 정말 간단한 동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이걸 말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지 않나?

 "이것을 올리면서 사회적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그러나 올릴 때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라는 마음도 있었다. (수사 등을) 하던 지 말던 지, 큰 관심은 없다."

 -현재 어떤 작품 활동을 하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사람들과 자꾸 부딪치는 것이 싫어 안성에 작업실을 차리고 주로 생활한다. 박물관 같은 곳에 일감이 있으면 도와주고 가끔 아트페어(미술시장)에 참가한다. 일용직 노동자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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