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1981~1985)] 왕따 가해자들 모아 대안학교라니..선수끼리 '액션'하라고 판 깔아주나

2012. 1. 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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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를 통해 올라온 각 학교 문제아가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은 자타 공인 '선수'다. 간 보기는 건너뛰고 바로 액션 들어간다. 어느 놈을 골라 죽어라고 괴롭힐 것인가. 어떻게 괴롭혀야 밤잠을 설친 끝에 유서 집필에 들어갈 것인가. 레이더도 바삐 돌아간다. 방심하다 혹시 내가 타깃이 되진 않았을까, 그렇다면 파운딩(이종격투기에서 상대를 바닥에 펼쳐놓고 냅다 내리 패는 것) 상황에 몰리기 전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 가방에 손도끼는 기본이고 취향에 따라 네일 건이나 자전거 체인이 없으란 법도 없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정글에서나 벌어질 일이 학교에서 벌어질 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왕따 폭력 가해자들을 따로 모아 별도로 교육(?)하는 '왕따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정말이지 이 정부의 '헛발질'은 전방위로 안 미치는 곳이 없다. 그 '대안 학교'에서야말로 사상 최악의 왕따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쪽에 이 칼럼 한 달 집필 중단을 건다.

북한 겨레군이 함부로 쳐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가 남한 중·고등학생의 언행이 살벌해서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요즘 아이들은 거칠다. 그리고 그 폭력의 한 갈래에 왕따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올바로 봐야 한다. 왕따는 뇌세포에 변질이 생긴 병리 현상이 아니라 차라리 그들만의 '문화'에 가깝다. 안타깝지만 그 시기를 통과하는, 나름대로 커가는 과정이란 얘기다.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럼 보고만 있자고? 일선 교사들은 두 가지를 조언한다. 먼저 학생들에게는 '척'하지 말라고. 그리고 반드시 친구 하나는 만들어 두라고. 척하지 말라는 얘기는 잘난 척, 있는 척이다.

한편, 친구가 있으면 고민을 토로할 수 있기 때문에 극단의 선택은 피할 수 있단다. 이번에는 어른들에 대한 부탁이다. 자녀가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애들인지만 알아도 조기 수습이 된다. 선생의 역할? 기대하지 말라. 행정 업무에 매진하느라 수업 준비도 못 하는 상황이다. 알아도 늦게 알며 그 전까지는 가해자들이 왕따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선생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교묘한 '페이크'까지 구사하기 때문에 궁예의 관심법을 터득하지 않는 한 절대 인지 불가란다.

개인적으로 해법에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게 있다. 고운 말 쓰기 운동이다. 말이 거칠면 행동이 따라간다.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는지. "이게 뻥이면 엠창." 나중에 뜻을 알고 기절했다. '자기 말이 거짓말이면 우리 에미(엄마)가 창녀'라는 뜻이란다.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해대는 아이들이라면 무슨 짓을 벌여도 납득이 간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허허, 이런 남근 같은 친구를 보았나. 자네가 요새 안구에 포착되는 피사체가 없어 초상을 간절히 소망하는 것 같은데…" 이런 말을 쓰면서 안면에 발차기를 날리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말을 정화하면 행동이 예뻐진다.

말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얼마 전 '나꼼수'를 들었다. 내용은 차치하고 무시로 ssiba, jolla가 추임새로 튀어나왔다. 거슬렸다. 자기가 무슨 시바의 여왕도 아니고. 초등학생이 "리명박 천벌"을 외치면 어른들이 손뼉을 치는 세상이다. 현직 판사가 대통령을 자식 취급하는 세상이다. 막가기로 하면 참 배울 게 많은 세상이다. 그렇게 본을 보이고 아이들이 해맑기를 바란다면 그게 더 초현실주의다. 초등학교 때 배운 것만 지키고 살아도 인간의 기본은 한다. 황폐한 언어가 황폐한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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