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라운지] 말만 많고 유명무실한 FA 사전 접촉 금지

조회수 2012. 1. 11. 13: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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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선수단 관리규칙 제 4장(FA제도) 28조(교섭 기간)'는 이렇게 돼 있다.

① 원소속 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공시 일부터 12월말까지 소속 선수 중 다음 연도 FA자격 취득 선수에 대해 우선 교섭 기간을 갖는다.

② 12월말까지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FA자격 취득 선수는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2월 말일까지 원소속 구단을 포함한 전체 구단과 입단 교섭을 할 수 있다.

③ FA자격 취득 선수가 계약(또는 재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금(또는 재계약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K리그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전접촉'에 대한 이야기를 최소 1~2번은 들었으리라고 생각 된다. 그 사전 접촉에 해당하는 조항들이 위의 ①항과 ②항의 내용이다.

매 시즌이 끝나면 구단들은 다음 시즌 전력 보강을 위해 영입 대상을 찾는다. 트레이드로 선수를 보강하기도 하고 FA로 풀린 선수를 영입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트레이드의 경우 시즌이 종료되는 대로 활발하게 구단들이 이야기를 나누지만 FA는 그렇지 못하다. 원소속팀이 잡으려고 하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다음해 1월 1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실상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이를 어기고 현 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과 접촉할 경우 사전접촉으로 인정, 해당 팀은 5000만 원의 벌금을 내고 접촉을 한 FA 선수와 평생동안 계약할 수 없다. 또한 그 선수는 5년 동안 K리그 등록이 금지된다.

지난해 12월 1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강원 FC는 보기 힘든 트레이드를 했다. 인천은 강원으로부터 골키퍼 유현을 받고, 골키퍼 송유걸을 강원에 내줬다. 그 과정이 재밌다. 해당 선수들은 원소속팀과 계약 해지를 하고 이적할 팀과 새롭게 계약을 맺었다.

유현과 송유걸은 FA로 풀리는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인천과 강원은 1월 1일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빠른 시일 내에 동계훈련에 합류해 팀에 융화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양 팀과 양 선수의 합의하에 '꼼수' 아닌 '꼼수'를 발휘한 것이다.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다른 경우도 있다. 1월 1일 전에 선수와 접촉을 하는 경우다. 말 그대로 사전 접촉이다. 그런 경우가 종종있다. 어떤 경우에는 1월 1일 전부터 팀 훈련에 합류하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이 사전 접촉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빠르게 선수단을 구성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준비하는 시간이 긴 만큼 전력이 탄탄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사전 접촉 금지로 FA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팀들은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1월부터 계약을 협의해서는 1월초부터 시행되는 훈련에 참가할 수가 없다.

재미있는 점은 사전 접촉 금지가 시행된 2001년 이후 이를 어긴 사실이 단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문은 많았다. 사전 접촉에 대한 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프로축구연맹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소문만 듣고 해당 팀과 선수를 조사하기에는 애매하다.

결론적으로 FA 사전 접촉 금지는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사실 올해도 몇몇 팀들이 사전 접촉을 해 계약을 맺었다. 다만 새해가 되자마자 계약을 발표하자니 사전 접촉을 한 것이 그대로 드러날까봐 발표를 안하는 것이다. 또한 스타 플레이어급의 선수들이 아닌 이상 전 소속팀과 현 소속팀간 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로 마찬가지 입장이라 묵인하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보스만룰'이란 것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 선수과 현 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6개월 이하로 남았을 경우에는 다른 팀과 사전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K리그에서는 '보스만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세계축구와 흐름을 함께 하자고 외친다. 많은 감독과 축구 관계자들은 세계축구의 대세라 불리는 스페인과 FC 바르셀로나를 언급한다. 그들의 패스 플레이와 전술 등을 추구하며 세계축구에 다가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와 규정 등은 구시대의 것들을 계속해 사용하고 있다. 마치 대형차에 경차의 엔진을 사용하는 격으로 화려한 겉모습을 추구할 뿐, 내실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변해야 할 것이다. 유명무실한 규정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어설픈 규정의 존재로 매년 반복되는 구설수는 K리그 팬들을 혼란을 가중케만 할 뿐이다. 또한 세계축구로의 진화는 겉모습이 아닌 안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OSEN 허종호 기자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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