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클럽 제작 A to Z' <6>색채의 마술사

2012. 1. 9. 10: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골프용품의 컬러 마케팅 강화로 골프클럽 도장 작업도 중요 마케팅 포인트로 부상

[마니아리포트]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화가로 마르크 샤갈(1887~1985)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색채의 마술사'로 통한다. 피카소는 샤갈에 대해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 가장 뛰어난 색채 화가'라고 평했다. 샤갈이 이렇듯 칭송받는 건 그가 단순히 아름다운 색을 사용해서가 아니다. 색의 절묘한 어울림을 구사했기에 사람들의 넋을 빼앗은 것이다.

자연에는 무수히 많은 색이 있다. 하지만 그 색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작품이라도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 골프 클럽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처럼 기술과 소재의 한계에 부닥친 시점에서는 색이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테일러메이드의 '화이트 드라이버'가 히트를 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골프용품 업체들은 화이트, 옐로, 블루, 블랙 등 갈수록 다양한 색상을 제품에 도입하고 있다.

골프볼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컬러 볼은 겨울철 눈밭에서나 사용하는 '저가용 볼'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아마추어 뿐만 아니라 투어 프로들도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컬러 볼을 사용한다. 이제는 단순히 성능 만이 아니라 '컬러'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골프 클럽에 색상을 입히는 사람들이 바로 도장(塗裝) 장인들이다.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에 위치한 혼마 골프 사카타 공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퍼시몬 헤드 시절부터 클럽에 색을 입혀온 장인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공장 내 밀폐된 공간. 도장 장인들이 스프레이 건(spray gun)을 들고 클럽을 향해 도료를 뿌리고 있었다. 그들이 손을 몇 차례 움직이며 도료를 뿌릴 때마다 클럽의 색은 조금씩 변해갔다.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건 온도와 습도 차이에 의해 도료의 부착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헤드 마스터 모델 작업, 연마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도장은 미적(美的) 센스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혼마 골프의 경우 도장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5~6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단색 작업에 한해서다. 색이 일정하게 변해가는 그라데이션 작업은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이 맡는다.

도장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도막 두께가 조금이라도 균일하지 않으면 얼룩은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한 번 잘못 칠하면 그걸로 끝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헤드라도 한 순간의 방심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도장 장인들은 그래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색상 견본에 맞게 스프레이 건으로 클럽과의 거리, 도료의 양을 조절해 가며 작업한다. 드라이버나 페어웨이 우드는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건조시키면서 여섯 차례 정도 겹쳐 발라가며 도장을 한다.

혼마 공장에서는 여전히 퍼시몬 헤드를 생산한다. 바로 파크 골프채다. 공원의 개념에 골프의 게임 요소를 결합한 파크골프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즐기는 사람이 많다. 특히 홋카이도 지역에서는 파크골프가 인기다.

파크 골프채의 도장 과정을 통해 과거 퍼시몬 헤드 도장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특수 투명 라커로 헤드 페이스를 칠한다. 붓으로 헤드 절반에 반달을 칠하고 그 기세로 다른 한쪽에도 반달을 그린다. 장인들은 이 과정을 "여자가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페이스 이외의 부분은 황갈색으로 칠한다. 페이스는 면이 균일하지만 나머지 솔과 크라운 부분은 입체적으로 돼 있기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또한 나무는 날씨나 재질 등에 따라 도료를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장인들은 작업 전 그날 나무 의 도료 흡입 상태를 확인해야만 한다. 흡입 정도가 너무 좋으면 페이스에 색이 배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의 눈에 퍼시몬 헤드는 이미 죽은 나무지만 장인들에게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존재인 것이다.

초벌을 마친 헤드는 하루 동안 말린 뒤 윤기를 내는 작업인 클리어 밑칠을 거친다. 투명 라커로 칠하는 이 작업 역시 균일한 도막 형성이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고운 사포로 아기의 피부를 어루만지듯 사포질을 하고 최종 도장 작업을 한다.

과거 퍼시몬 헤드 시절에는 마지막 단계에서 "헤드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가면서 담았다"고 할 정도의 광택이 요구됐다고 한다. 마지막 단계는 그래서 베테랑의 성역(聖域)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비싼 제품일수록 색이 엷다. 그만큼 고도의 도장 기술이 필요해서다.

퍼시몬 헤드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겨우 파크 골프채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장인과 그들의 기술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그들은 오히려 더욱 화려한 색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바로 '색채의 마술사'로 말이다.

글_김세영(골프치는 농부)

▶'이글-이글 피니시'

▶"올시즌 최소한 4승은 무난!"

▶알로하! 롯데!

▶[이성준의 자동차이야기]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 재규어 E-Type

Copyright © 마니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