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축구신동' 양재우 동영상을 독점 공개합니다

얼마 전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동명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중학교 감독들 사이에 초등학교 어린 선수 중 축구 신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죠. 지난해까지 동명초등학교 감독을 한 윤종석 감독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 잘 하기에 이렇게 소문이 파다하냐고요. 올해부터 장훈고등학교 감독 겸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일하게 된 윤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신통방통합니다. 정말 어린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플레이를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요."

 윤 감독은 초등학교 지도자만 18년을 했습니다. "제가 지도자생활을 하면서 본 신동 두 명 중 한명입니다"는 윤 감독의 말을 듣고 무작정 학교로 가보기로 했죠. 의심할 이유가 없었죠.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바로 다음날 학교를 찾았습니다.

 이름은 양재우입니다. 지난해 초등학교 4년, 올해 5학년 되는 선수죠. 조그만 소년이었습니다. 본인 말로 키가 1m42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눈이 초롱초롱했습니다. 표정도 당찼고요. 체구는 작아도 단단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짧은 머리, 다부진 말과 몸짓을 보고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훈련을 준비하는 시간. 동명초등학교 홍성호 신임 감독을 만났습니다. 재우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죠. 기자들이 새로운 선수를 대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도대체 얼마나 잘 하는 선수죠?'

 홍 감독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뭐를 잘 하는지,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죠. 그러더니 던진 한마디가 제 마음을 마구 흔들었습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일단 보시죠. 보시면 압니다."

 얼마나 잘 하기에, 얼마나 뛰어난 선수이기에, 감독이 이렇게 자신감에 차 있을까. 저는 기자 생활 올해로 14년째를 맞고 있지만 초등학교 학생을 취재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학생을 취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초등학교 선수 개인에 대해 기사를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요즘 공만 조금 차면 모두 "신동" "신동"하는 바람에 신동이 너무 많지 않나요? 그래서 사실 별로 관심을 두지도 않았죠. 그런데 전임, 현직 감독의 말을 듣고는 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어린이일까.

추운 날씨 속에 진행된 훈련. 재우는 눈에 확 띄었습니다. 수비진의 동작을 역으로 이용한 야무진 몸놀림, 볼이 발바닥에 자석처럼 붙는 것 같은 볼 키핑력, 위협적이면서도 여유있는 움직임,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저돌적인 자세, 뒤에도 눈이 달린 듯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동료에게 주는 킬 패스까지. 어린 나이 탓에 힘과 스피드에서 다소 밀릴 뿐 기량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양재우는 지난해 주말리그 서울북부리그 득점 4위에 올랐습니다. 18경기에 10골을 넣었습니다. 4학년으로 5,6학년과 싸운 기록으로는 참으로 놀랍죠. 출전시간도 전체 900분 중 절반도 안 되는 421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은 한살 차이가 무척 큽니다. 4학년이 한 뼘 이상 큰 형들과 맞서 조커로 주로 나서 짧은 출전시간에 10골을 터뜨렸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성적이었죠.

 양재우는 차범근 축구교실, 유상철 축구교실 출신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 특별히 배웠다는 보다는 하나를 배우면 몇 개를 응용하는 천재형입니다. 양재우군 아버지는 초등학교 시절 농구 선수였습니다. 아버지 양진규씨는 "재우가 이전에 개인레슨을 받는데 별로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해 놀랐어요"라면서 "배우는 것은 좋은데 실전에 별로 쓸모가 없는 거 같아 혼자 하겠다고 하더라구요"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했죠. 그런데 재우의 말을 듣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재우는 "저는 메시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메시를 흉내 내거나 메시 경기를 계속 보거나 하지는 않아요. 저는 그냥 제 마음대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공을 찹니다"라고 하더군요. 이제 열 살을 갓 넘긴 아이가 거짓말 할리는 없으니까요. 보통 천재들은 노력을 덜 하는데 양군은 그렇지 않다고 해 더욱 대견해보였습니다. 홍감독은 "재우는 안 되면 될 때까지 지독하게 하고 또 합니다"고 말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싶어서 하니까 해도 해도 지겹지 않고 오히려 재밌는 모양입니다.

 재우는 스페인 프로축구단 유소년팀에 진출하기 위해서 이달 말 출국합니다. 재우의 플레이를 본 에이전트가 재우 동영상을 만들어 스페인 구단에 뿌렸고 스페인 구단 4곳에서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답니다. 재우는 한 달 동안 4개 구단을 가서 테스트를 받은 뒤 오라는 구단이 있으면 그쪽으로 갈 계획입니다. 재우의 동영상을 구해 다음 네티즌을 위해 공개합니다.

 재우는 키가 작습니다. 아버지도 농구 선수 출신이지만 키가 작아서 포기를 했고요. 그래도 아버지는 지금 농구와 관련된 용품 사업을 할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입니다. 아버지 키는 1m70입니다. 아버지는 "보통 자녀가 아버지보다 5센티미터는 더 큰다고 하는데 재우도 1m75만 되면 축구를 하는데 불편함은 없겠죠"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축구는 키로 하는 게 아니죠. 그래서 축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무척 민주적인 종목이라고들 합니다. 키, 몸무게, 힘, 체격 등에 상관없이 기술이 좋고 스피드가 빠르면 거구를 제칠 수 있는 종목이니까요. 아버지 휴대폰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키는 한계가 있어도 기술에는 한계가 없다."

 재우 같은 친구가 무럭무럭 잘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든 스페인에서든 말이죠. 키가 작아도 기술이 있다면 축구는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습니다. 메시도 "나는 기술과 스피드로 큰 선수들을 따돌릴 때 희열을 느꼈다. 그렇게 해야만 작은 키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기술훈련에 무척 몰두했다"고 말했습니다. 재우가 뛰는 걸 처음 본 날, 무척 추워서 오들 오들 떨면서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그러나 재우를 보고 난 뒤에는 마음이 따뜻했고 심장이 뛰었습니다. 재우가 앞으로 잘 성장해서 메시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