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민정 "내가 이끌어가는 영화를 했다는 자체로 울컥"

2012. 1. 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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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여신'이지만 뼛속까지 배우였다.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2010/ 이하 '시라노')으로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던 이민정(30)이 신년 초 영화 '원더풀 라디오'(감독 권칠인)를 선보이며 충무로의 우량주로 쐐기를 박을 기세다.

자신에게 큰 인기를 안긴 SBS 드라마 '그대 웃어요'의 서정인처럼 발랄하고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하는 성격일 줄로 예상했지만 지난 12월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민정은 자신의 인기보다는 영화의 감동을 더 중요시하는 배려가 넘치는 여배우였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의 몇몇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 이광수의 몸짓이나 동작을 일일이 흉내 내며 성대모사를 하거나 '시라노'의 연출자인 김현석 감독과 배우 엄태웅의 몸짓을 그대로 따라하며 상황을 묘사하는 모습이었다.

배우가 몸으로 동작을 표현하는 직업인만큼 손병호, 김영호 등 연극에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나 김명민 같은 메소드 연기자들이 인터뷰 자리에서 즉흥극을 살짝 선보인다던가 동작으로 표현을 하는 경우는 봤지만 여배우가 몸동작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본 것은 전혀 드문 경험이었다.

이민정이 '원더풀 라디오'에서 연기한 신진아는 한 때 잘 나가던 아이돌 가수였지만 현재 인기가 시들해진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로 지내는 인물이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위해 급파된 이재혁 PD(이정진)와 아옹다옹하며 다투기도 하지만 애청자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각자의 사연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코너가 인기 몰이를 하면서 라디오 DJ계를 평정해갈 무렵 거대기획사 대표(김정태)의 음모로 DJ에서 물러나면서 가수로서의 꿈을 향해 다시 나아가게 된다.

영화의 언론시사회 직후 '활짝 만개한 꽃 같은 이민정만 보인다'는 평이 대세라 들려주자 대뜸 "이민정이고 자시고 영화를 사람들이 즐겁게 또 감동적으로 봐주면 좋겠다"며 "정말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영화를 하고 있고 음악이 주된 영화를 하고 싶은데 또 하고 있다. 게다가 내가 이끌어가는 영화를 했다는 자체로 울컥울컥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 다른 욕심은 모두 놓아야 하는데 관객들이 많이 오셔서 배급사인 쇼박스도 잘 되면 좋겠고 관객들도 신나게 웃고 울고 해주시면 좋겠다는 욕심이 떠나질 않는다. 아이돌 역이라 춤도 추고 노래도 두 곡이나 부르고 감독님이 많이 믿어 주셔서 대사에 내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간 만큼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할 때가 영화를 촬영하는 순간이고 가장 고통스러운 때는 작품의 공개를 앞두고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지금이란다.

"연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순간은 편하죠. 실제 이민정은 신진아처럼 다혈질도 아니고 화를 내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혈액형은 O형인데 성격은 A형이죠. 웃을 때 썩소가 된다거나 장난치는 것 좋아하고 활달한 부분은 진아와 비슷해요. 오히려 '시라노'의 희중이와 성격은 더 비슷하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데뷔해 자연인으로서의 생활보다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더 익숙한 여느 연예인들과는 달리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재학 당시 탤런트나 영화배우로 데뷔하는 길이 아닌 대학로 연극배우의 길을 택한 것도 이색적이다. 특히 배우가 되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결정적 계기 또한 학창 생활과 연극배우를 병행하던 2001년 당시 장진 원작의 '서툰 사람들'의 부산 순회공연을 떠났을 때였다.

"부산에 가서 한 달 정도 공연을 하는데 연극이 끝나고 시간이 나면 별로 할 일이 없었어요. 배우들 여러 명이 방 하나를 나눠 쓰고 있었는데 주로 인터넷으로 관객 평을 읽어 보는 게 일이었어요. 그런데 삶에 지쳐 있던 남자 관객 분이 우리 연극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는 글을 올렸더라고요. 그 글을 눈물을 흘리며 읽게 됐는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감정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더라고요. '서툰 사람들'은 퇴장도 없이 2시간 30분 동안 혼자서 뛰고 구르고 별의 별걸 다하는 원톱 공연이었는데 공연 한 번 하고 나면 원피스에서 주르륵 땀이 흘러내릴 정도였거든요. 이런 기분이라면 평생 이 일을 해도 되겠다 싶었죠."

이민정은 최근 언론시사회 당시 권칠인 감독의 증언으로 인해 대학 재학 시절 지하철도 타고 다니고 친구들과 주점에 다니며 막걸리도 먹어 보며 그녀의 별명인 '여신'으로서의 삶이 아닌 일반적인 삶을 충분히 살아본 것이 여느 여자 스타들과 차이가 난다고 발언한 것이 화제에 오른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제가 25살에 데뷔했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 때는 그냥 대학생이었으니까 당연한 모습이죠. 물론 부모님들의 교육관이 남 달라서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전부 제가 벌어서 쓴 점은 남들과 조금 달랐죠. 부모님이 저희 남매를 강하고 독하게 키우셨어요. 어릴 때부터 아빠가 늘 '20살 넘으면 네가 벌어서 생활하라'고 하셨거든요. 농반진반이셨다는데 저와 오빠는 철썩 같이 믿고 정말 자립적으로 살았어요. 어릴 때 용돈 주실 때도 집에서 심부름이나 설거지 같은 걸 해야 주시곤 했는데 요즘 부모님들께도 권장하고 싶어요. 정말 자립심이 커지거든요. 물론 저도 지금 부모님께 용돈 드릴 때 그냥 드리는 법은 없습니다.(웃음)"

그녀를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 준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이지만 본격 주연 데뷔작은 하정우, 서장원과 함께 출연한 '포도나무를 베어라'(감독 민병훈)이다. 대규모 흥행작은 아니지만 이민정의 출현에 대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순수함의 대명사'라는 평이 돌기도 했다.

"화면발이 최고로 안받던 시절인데요? 수녀 역할이라 화장도 하면 안됐어요. 첫 영화라 매우 값진 경험을 했죠. 영화적 테크니컬이 전혀 없어서 저 멀리서 풀 샷을 잡는데 혼자서 울면서 생쇼를 다 한 거예요. 지금 다시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는 작품인데 말이에요.(웃음)"

남자 배우 중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와 SBS 드라마 '마이더스'로 두 번이나 호흡을 맞춘 장혁이 화제에 오르자 입이 닳도록 칭찬을 쏟아냈다.

"장혁 오빠는 모든 사람에게 잘 하지만 여배우들을 마님처럼 모시는 분이에요. 뻔히 2~3시간 자고 촬영장에 나오는 걸 아는데 여배우를 1초라도 기다리게 하면 안된다며 뛰어오세요. 작품에 대해 얘기 나누는 것도 좋아하시고 '젠틀맨'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배우죠."

'원더풀 라디오'에서 신진아의 매니저로 출연해 그녀에게 수차례 얻어맞는 연기를 펼친 이광수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이재혁 PD역의 이정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광수는 정말 대성할 연기자에요. 순발력이 끝내 주는 친구죠. 작품에서나 평소 태도에서 '으허허허'하고 웃으며 허당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천재 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애드리브를 치는 거나 리액션을 할 때 보면 정말 똑똑하거든요. '시라노'의 연출자인 김현석 감독님과 비슷한 스타일 같아요. 마치 카사노바들이 여자 얘기 잘 안하고 부자들이 돈 얘기 안하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요."

아무도 실제 나이로 보지 않지만 어느새 올해 만 30이 됐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공개 연애는 하고 싶지 않아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지 않나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배우는 작품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사생활이 먼저 드러나면 몰입도에도 문제가 생기니까요. 이상형은 말이 잘 통하는 남자에요. 함께 수다 떨며 놀 수 있는 사람이요. 외모는 안 본다고 늘 말해 왔는데 친구들 말로는 아니라네요."

생기 발랄한 여성 캐릭터('그대 웃어요', '원더풀 라디오')에서 유독 강세를 보였고 일에 집착하는 인물('백야행')도 능숙히 소화해 냈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장진영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같은 독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가슴 저미는 멜로도 해보고 싶고, 아주 비정한 인물도 연기해 보고 싶어요. 단 한 번에 지금 이미지와 반대되는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변해 나가면 아주 센 캐릭터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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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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