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하며 5년간 왜 신고 안했나" 항소심서 감형 논란

2012. 1. 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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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15년 징역형 50대 2심 '상습강간' 무죄 판결
피해자 "보복 겁나 신고 못해.. 판결 확정땐 이민갈 것"

[동아일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는 여성이 그렇게 오랫동안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안 했다면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

대전고법 형사1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스물여덟 살이나 어린 20대 여성을 5년간 성폭행하고 살해 협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씨(56)에 대해 상습 강간 부분은 무죄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이 씨는 지난해 8월 24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강간 폭행 협박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5년에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상습 강간이 무죄로 바뀌면서 징역 8년으로 크게 감형된 것이다.

▶본보 2011년 3월 10일자 A12면 '50대 악마'에 5년간…

9월 6일자 A14면 '20대 여성 5년간 성폭행한 50대'…

1심 재판장은 이 사건에 대해 "피고인은 '강간이 아닌 화간'이라고 주장하지만 강압과 폭력, 협박이 아니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관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여성 박모 씨(28)가 이혼한 전 부인을 살해 협박한 혐의로 구속돼 수감 중이던 피고인에게 10개월의 복역기간 동안 70여 통의 편지를 보낸 점을 근거로 '자발적 관계'라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편지에 '자기' 등 애칭을 썼고 내용도 애절하다"며 '편지에 진정성이 없으면 출소 후 보복하겠다'는 협박 때문에 억지로 썼다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여러 쟁점에서 배심원 9명이 참여한 1심과 다른 시각을 보였다. 피고인 이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11세 나이 차가 나는 전처를 성폭행해 임신시킨 뒤 결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이를 감안해 "피해자를 강압적으로 성폭행한 뒤 그 이후에도 5년간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사건과 무관하다"며 고려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신고 전 성관계나 폭행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 것에 대해서도 1심은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봤지만 2심은 "반항을 포기할 정도로 억압돼 있었던 건 아니라는 증거"라고 봤다.

이런 판단을 토대로 2심 재판부는 이 씨가 박 씨를 처음 만난 2006년 여름 한 차례 성폭행한 점과 공기총 불법소지, 상해 등의 혐의만 인정해 1심보다 7년을 감경했다. 전자발찌 10년 부착도 무효화했다. 두 사람의 첫 성관계는 강간이지만 그 후 며칠 뒤부터 5년 간 이뤄진 성관계는 화간(합의된 성관계)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인 셈이다.

피해자 박 씨는 "수백 번 신고를 하려 했지만 지인을 성폭행한 남성이 2년만 살다 나오는 걸 보고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했다"며 "이 씨가 출소하면 어떤 보복을 해올지 몰라 판결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이민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상습 강간을 무죄로 판단한 2심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지난해 12월 21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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