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야바위 구슬찾기 쓰리컵에 '귀를 기울이면'

신동립 2011. 12. 2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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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서번트 증후군에 걸려 바보로 불리는 소년 '김일우'는 실업자나 다름없는 아버지 '김민구'의 짜장면 배달을 따라다니다 우연히 자신의 청각 재능을 발견한다. 그 뒤 어머니 '오영미'의 등쌀에 떠밀려 '쓰리컵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 대회는 쓰러져가는 세오시장 상인회 총무 '정기섭'과 한때는 이름을 날렸으나 폐업 위기에 몰린 외주 제작사 네오프로덕션 PD '김상운'이 기획했다. 옛부터 시장에서 '야바위' 또는 '구슬찾기' 등으로 불리던 놀이로, 컵 세 개 중에 하나의 구슬을 숨겨 섞은 뒤 돈을 걸고 알아맞히는 일종의 도박이다.

정기섭은 어떻게든 세오시장을 살려보려 필사적이고, 김상운 또한 자신의 재기를 위해서 쓰리컵대회 중계에 모든 걸 건 상태다. 김일우의 부모 역시 바보인 줄만 알았던 김일우의 특출한 재능을 이용해 이 대회에서 크게 한몫 잡아보려 욕심을 부린다.

오영미와 김민구의 예상대로 소리를 잘 듣는 김일우는 어느 컵에 구슬이 들어 있는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찾아내고, 결국 쓰리컵대회의 최종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큰 상금을 줄 능력이 없었던 정기섭과 김상운은 갖은 방법을 모두 동원해 김일우를 압박하고, 김일우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쓰러지게 된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작가 조남주(33)씨의 '귀를 기울이면'은 한 소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조리와 소외를 다룬다. 속물적 욕망에 길들어 몸살을 앓는 세계, 그 속에서 펼쳐지는 소시민들의 따뜻하고 현실적인 비극이다.

소설은 시종일관 철저히 다큐멘터리적인 서술 방식을 취한다.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결코 둘러 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 물질과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들이 생활 대부분의 기준이 돼버린 사회를 그대로 직면한다.

제 아이를 이용해 어떻게든 가난에서 벗어나보려는 부모의 구차하기까지 한 행동들이나 모든 것들이 숫자로 환원되는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들을 쓸쓸하게 내보인다. 특히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보아이 일우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어지러운 세상의 만휘군상, 현대인들의 악다구니 섞인 노래가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문학평론가 겸 시인인 남진우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귀를 기울이면'은 우리 현실의 단면을 절개해서 재미있게 보여주는 한편의 우화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흡인력 있는 서술의 어울림도 흔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씨는 "이념과 명분은 사리사욕 앞에서 그 힘을 잃는다. 이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두드러진 현실감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했다.

조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다"며 "누군가 힘겹게 뱉은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328쪽, 1만20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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