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심층 리포트] 심장의 엇박자 부정맥(不整脈), 치매·암보다 많이 발병.. 老年건강 복병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11. 12. 13. 03:14 수정 2011. 12. 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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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증가.. 60~70대 많이 발생

경기도 안산시 에서 조그만 기계 공장을 운영하는 권씨(65)는 현재 뇌경색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오른쪽 뇌로 들어가는 뇌동맥이 혈액이 굳어서 생기는 피딱지(혈전·血栓)로 막힌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와 팔 운동 기능과 감각이 떨어진 상태다. 그는 50대 중반부터 '고혈압약'을 먹어왔다. 동맥경화로 뇌동맥이 다소 좁아졌으나, 갑자기 뇌경색이 올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문제는 느닷없이 뇌로 날아든 피딱지였다. 발원지는 심장이다. 심장의 심방·심실 중 왼쪽 심방에 고여 있던 젤리 같은 피딱지가 대동맥으로 빠져나와 뇌동맥으로 흘러왔다.

피딱지의 근본 원인은 심방세동(心房細動)이었다. 왼쪽 심방이 정상적인 박동을 하지 않고 발작적으로 '부르르~' 떠는 부정맥(不整脈)이다. 이 때문에 왼쪽 심방의 혈류는 회돌이를 치며 맴돌고 흐름이 멈춘다. 그 과정에서 피딱지가 생겼다. 권씨에게 부정맥 신호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고, 이유 없이 몸에 기운이 쭉 빠져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금세 괜찮아졌고, 건강검진 심전도에서도 '심장은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무심코 넘겼다.

부정맥, 모르고 당한다

나이 들수록 부정맥은 증가한다. 심장에는 정기 박동을 유도하는 전기회로가 장착돼 있다. 연식(年式)이 오래된 자동차에서 엔진과 시동장치 고장이 잦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면 심장 전기장치에 잔고장이 늘기 때문이다.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조사를 따르면 대표적인 부정맥인 심방세동 환자는 40대에 인구 10만명 기준으로 195명 생긴다. 그러다 60대가 되면 808명(4배), 70대에는 1231명(6배)으로 뛴다. 40~50대의 부정맥은 과음과 흡연,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현재 부정맥은 65세 이상에서 3~5%, 80세 이상에서 10%가량 발견된다. 부정맥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진단받지 않고 지내는 수를 감안하면 국내에 최대 100만명의 잠재 환자가 있을 것으로 심장학회는 보고 있다. 고령인구에서는 발생률이 치매를 앞지른다. 남성에서 발병 위험률이 암 발생 1위인 위암보다 10배가량 크고, 여성에서는 유방암보다 보다 8배 높다.

그럼에도 진단이 늦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잦다. 고려대병원 부정맥센터 김영훈 교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숨이 차고, 어지러운 부정맥 증세는 좀 쉬면 금방 가라앉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들이 병원에 잘 안 온다"며 "그러다 뇌경색이나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정맥은 증세가 없는 평상시에는 심전도를 찍어도 잘 잡히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환자 중에는 갑자기 심장이 이상하게 뛰는 공포감을 느껴서 병원을 찾았다가도 '심전도 정상'이라는 말에 공황 장애로 오인받는다. 이 때문에 부정맥 환자가 정신과를 전전하기도 한다.

부정맥, 알고도 당한다

부정맥으로 인한 무서운 합병증은 뇌경색이다. 환자 10명 중 한 명꼴로 생긴다. 예방을 위해서는 피딱지가 생기지 않게 피를 철저히 '묽게' 해야 한다. 이때 쓰이는 것이 '와파린'같은 항(抗)응고제이다. 하지만 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가 전국 27개 대학병원을 찾은 3700여명의 부정맥 환자를 조사한 결과 환자의 약 30%만이 와파린을 제대로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최기준 교수는 "적절한 항응고제 치료가 이뤄지는 비율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며 "피검사를 번거롭게 자주 받아야 하고, 자칫 다쳤을 때 피가 멎지 않아 출혈이 크게 일어날 수 있는 우려 때문에 환자들과 일부 의사들이 약물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환자가 불충분한 치료로 뇌경색 발생 위험을 안고 지낸다는 얘기다. 심장학회는 ▲부정맥과 함께 심부전이 있거나 ▲당뇨병 또는 고혈압이 있거나 ▲75세 이상 고령인 경우 등에서는 항응고제를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제시한다.

건강보험 적용이 미흡한 것도 부정맥을 키우는 요소다. 부작용이 적은 항응고제 신약(新藥)은 고가(하루 약 6000원)인 이유로 기존 약물을 쓸 수 없는 케이스와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약물치료로 부정맥이 조절 안 될 경우 심장 내에서 부정맥을 일으키는 전기 잡음을 레이저로 지져 없애야 하는데, 이 시술에 쓰이는 3차원 심장 영상비용 300만원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 부정맥(不整脈)

심장은 일종의 전자제품이다. 심장 상단에서 전기 스파크가 규칙적으로 일어나면 전기 신호가 심장 근육 속의 전선(電線)을 따라 아래로 퍼지면서 심방과 심실은 일정하게 박동을 한다. 가만히 있을 때 박동수는 1분에 60~90회 정도가 정상이다. 그러다 전기 스파크를 내는 중앙 발전소에 문제가 생겼거나 별도의 지방 발전소가 생겨 중구난방으로 전기 스파크를 쏘아대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널뛰기'를 하게 되는데, 이런 상태가 부정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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