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나에 대한 편견, 많이 깨져 다행"




MBC '나는 가수다'서 3번 연속 1위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예민한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쓰고 화장품을 살 때는 샘플을 꼭 챙긴다. 손님이 와서 자고나면 손님이 쓴 이불과 잠옷을 빨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지만 간혹 사과를 깎다가 손가락을 베기도 한다.
요즘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록의 언니'로 불리는 로커 김경호 얘기다.
그러나 그는 무대에만 오르면 다시 '야생의 로커'로 돌변한다. 눈빛은 강렬하고 무대 위 제스처도 거침없다. 1천회에 가까운 라이브 공연으로 다진 노래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의 뜨거운 무대는 젊은 세대는 물론 중년의 관객들까지 열광시킨다. 김경호가 여전히 로커일 수 있는 이유다.
지난 23일 전화인터뷰에서 김경호는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음이 워낙 즐거워서 피곤함을 모르고 무대를 즐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얼굴은 안보여도 목소리에서 즐거움이 느껴졌다.
"워낙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긴 했지만 처음에는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긴장감이나 편곡 스트레스마저 매주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제가 나름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해요."
그는 "이번 주 경연도 잘 마쳤다"며 "성적에는 신경을 안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방송 초반 그의 출연을 두고 우려가 많았다. 록이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데다 김경호라는 가수가 청중평가단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발휘할지 의문이었다.
김경호는 "그동안 내가 무거워 보였기 때문에 실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다"라며 "가수는 노래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나에 관한 우려는 무대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믿음을 현실로 만들었다. '나는 가수다' 최초로 3개 경연 연속 1위를 차지한 것.
김경호는 "출연가수들께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먼저 미안함을 전했다.
"지난 경연에서 인순이 선배님이 1위를 하실 거라 생각했어요. 장혜진 선배님도 워낙 느낌이 좋아서 저는 아무리 높게 나와도 2-3등을 예상하고 있었어요. 3번 연속 1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많이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연속해서 빠른 곡을 했고 마지막 순번이라 운이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나가수' 무대를 통해 록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나가수' 무대는 록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릴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록이 흥겹고 즐겁게 같이 할 수 있는 음악이란 생각을 심어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중년 관객들까지 그렇게 공감해 주실지는 몰랐어요. 저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해요."
김경호는 1994년 데뷔 후 4옥타브를 넘나드는 음폭으로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금지된 사랑' 등의 히트곡을 배출했지만 2006년 고관절 질환으로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2008년 수술을 받고 재기한 그는 신보를 발매하고 각종 공연에 참가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예전만 못했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 백청강과 MBC '위대한 탄생'서 합동공연을 펼친 뒤 팬들의 지지 속에 '나는 가수다'에 입성했다.
"'나가수'를 통해 저에 대한 편견이나 로커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가 많이 깨져서 다행이에요. 활동 공백이 다소 길어서 '가수를 그만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나가수'를 통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언니'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같아서 좋다고 생각해요. 방송에서는 제 원래 성격과 말투를 그대로 보여드렸을 뿐이에요. 전혀 터프한 성격이 아닌데 일부러 무게잡고 얘기하고 남자답게 표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경호는 무대 위와 달리 무대 아래에서는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감에 입술을 깨물고 핏기가 사라진 그의 얼굴을 보면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사실 긴장을 숨기기 위해 입술을 다물고 있는 거에요. 너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시청자들도 불안해하실까봐 감추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좋아졌는데 초반에는 숨기지 못해 시청자들께 죄송스럽기도 해요."
'모두 다 사랑하리'를 부른 첫 무대가 가장 아쉬웠던 이유도 긴장 때문이다.
김경호는 "너무 긴장해 무대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노래나 편곡도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많았는데 4위라는 좋은 성적을 얻어서 다행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반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두번째 1위를 안겨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꼽았다.
"퍼포먼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원곡은 댄스인데 제 스타일대로 강렬한 헤비메탈처럼 편곡을 했는데 과연 40-50대가 공감해줄까 걱정했어요. 무거운 느낌의 편곡을 조금 풀어주기 위해 약간의 춤을 췄는데 점수를 얻기 위해 춤까지 춘 거 아니냐고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죠."
그는 '나가수'를 통해서 너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저는 '나가수' 출신 여느 가수보다 너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요. 다른 예능이라면 적응하기 어려웠을 텐데 '나가수'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저를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주 기대되고 설레고 기쁩니다. 끝나고 나서도 음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아요."
김경호는 내년 1월까지 공연 일정이 빡빡하게 차있다. '나가수'와 병행하다 보니 제대로 쉴 틈도 없단다.
투어를 무사히 마치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는 그는 "내년에는 반드시 정규 앨범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에서 '독거 총각'의 모습을 간간이 드러내는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물으니 "'나가수' 끝나고 생각해봐야겠다"며 웃었다.
"스케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어요. 나중에 좋은 분을 소개받으면 내년 즈음에는 꼭 결혼하고 싶어요. 평범한 가정을 일구고 싶기 때문에 연예계 쪽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한집안에 이 일하는 사람은 저 하나로 족하거든요.(웃음)"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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