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세보다 간접세 4배 더 내는 서민들

서울 잠실에 사는 평범한 3년차 직장인 A(29)씨는 매달 받는 월급에서 3만1900원이 세금으로 떼이는 명세서를 보며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그 정도면 전체 월급(230만원)과 비교해 '납득할 만할 수준이다'라고 생각한 A씨. 하지만 실제로 그가 낸 세금은 이것이 전부일까?
◆세금은 모든 곳에…직접세의 4배에 달하는 간접세세금은 모든 곳에 있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A씨에게는 세금이 붙는다. 대부분의 서비스·재화 구매가(價)에는 세금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로 간접세다.
A씨의 일상을 돌아보자. 그는 집에서 강남에 있는 회사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데 900원을 낸다. 아침 대신 750원짜리 커피우유를 사 들고 하루 일을 시작한다. 점심때가 되면 회사 앞 식당에서 6000원짜리 된장찌개를 사먹고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휴식을 즐긴다.
그렇게 하루 일이 끝나면 월 8만원짜리 헬스클럽에서 건강관리를 하고, 저녁에는 여자친구와 1만6000원짜리 스파게티를 먹는다. 집으로 버스를 타고 오는데 900원을 내고, 들어오는 길에 5000원어치 사과를 사 먹는다. A씨는 하루에 2500원짜리 담배도 1갑 정도 피운다.
A씨는 이날 총 얼마의 간접세를 냈을까? 그가 사 먹은 커피우유, 된장찌개, 아메리카노, 스파게티에는 모두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이렇게 총 2340원의 부가가치세가 나갔다. 헬스클럽 가격에도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하루 이용료가 2700원이라고 가정하면, 245원의 부가세를 내는 셈이다. 담배에 매겨진 간접세는 다른 제품보다 상당히 많다. 2500원짜리 기준으로 부가가치세와 담배소비세, 교육세, 폐기물 부담금, 국민건강진흥기금(준조세)을 합쳐 총 1540원이 붙는다.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 교통수단과 과일 등 농산품을 살 때는 간접세가 붙지 않는다. 이렇게 A씨는 평일 하루 4125원의 간접세를 낸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소비가 많다 보니 간접세 지출도 많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차를 가지고 나온 A씨는 휘발유 값으로 2320원을 썼는데 이 중 약 50%가량인 974원이 간접세(부가가치세, 교통에너지세, 교육세, 지방주행세)다.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미용실에 들려도 10%의 부가가치세를 낸다. 영화를 보면 부가가치세 10%와 영화발전기금 3%를 내고, 소주 2병을 마시고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합쳐 1327원을 낸다. 다만 책에는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다. 이렇게 A씨는 주말 2일 중 하루 동안 아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총 9066원의 간접세를 내는 셈이다.
직장인 A씨는 이렇게 한 달(30일)에 총 간접세로 약 12만7014원을 낸다. 한 달에 내는 세금의 80%를 간접세로 내는 것이다.
◆간접세 비중이 높아졌다실제로 우리나라 총 국세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10년 총 국세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1%로, OECD 평균인 20%대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은 간접세의 비율이 10% 내외이다.
간접세는 직접세보다 징세가 상당히 용이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세금을 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조세저항도 적다. 조세 당국에서는 당연히 간접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간접세의 비중이 높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똑같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연봉 10억원인 CEO이든 연봉 2000만원인 회사원이든 커피를 사마시면 똑같이 부가가치세 10%를 내게 된다. 소득은 다른데 같은 세금을 내다보니 간접세가 많이 걷힐수록 당연히 빈부격차는 커진다. 실제로 보통 직장인인 A씨의 경우 세금의 80%를 간접세로 냈지만, 실제 우리나라 총 국세 중 간접세 비율이 52.1%인 것을 감안하면 부자들의 간접세 납부비율은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국세에서 차지하는 간접세의 비율은 꾸준히 높아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체 국세 중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48.3%, 2009년 51.1%, 2010년 52.1%로 높아졌다. 간접세 수입은 2007년 71조2964억에서 2010년 85조8874억원으로 3년 만에 20.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직접세는 79조5295억원에서 0.9% 감소한 78조8352억원이 걷혔다.
◆간접세, 왜 이리 높을까?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최원석 교수는 "우리나라는 개발시기 때 세무 행정상 간접세 징수가 용이하기 때문에 간접세 징수를 많이 했다"면서 "부가세를 중심으로 세수를 많이 늘려놓은 편이다"라고 했다. 그는 "간접세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직접)세를 내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는데, 여러 공제제도의 방만한 운영과 조세저항 등이 이런 추세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 OECD는 'OECD 구조개혁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간접세 비중을 확대하고 직접세 세원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은 소득세·법인세의 과세기반이 좁고,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낮으며 개별소비세가 복잡한데다 고령화 사회 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위 기사는 A씨에 사례에 국한된 경우이며, 사람에 따라 간접·직접세 비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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