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안 되는 항공 마일리지..고객들만 불편

지난해 지병으로 사망한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생전에 수출 계약을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해외출장 때마다 국내 항공사를 이용, 20만 마일이 넘는 마일리지를 쌓았다. A씨의 유족들은 항공사에 A씨의 마일리지를 상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본인이 사망하면 마일리지는 상속되지 않는다"며 가족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유족들은 "마일리지는 기업이 개인에게 진 부채와 성격이 같은데도 상속(양도)이 불가능하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이 마일리지의 상속을 거부,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전문가들은 항공사 마일리지는 기업이 개인에게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한 재산권인데도 항공사들이 마일리지의 상속을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항공사 마일리지도 재산, 상속해야
항공사 마일리지의 상속 논란은 2007년부터 본격화 됐다. 당시 소비자원은 '사망한 남편이 제휴 신용카드를 활용해 쌓은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12만6000 마일을 상속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피해구제 신청을 받았다.
당시 소비자원은 "항공 마일리지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산권이므로 당사자 본인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사망했다고 재산권의 일종인 항공 마일리지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공사 마일리지의 상속 가능성을 정부기관이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다.
그러나 당시 '사망 회원 마일리지 상속 불가'를 명시한 항공사 약관은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으로부터 불공정성 여부를 심사받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구제 신청은 기각됐다.
이와 관련 강병모 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항공 마일리지 상속을 인정하지 않는 약관은 불공정 약관에 해당해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항공사 마일리지는 재산으로 보고 상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168명의 법률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1.8%의 전문가들은 '개별 약관과 상관없이 상속돼야 한다'고 답했다.
◆ 일본도 상속 허용‥국내 항공사는 요지부동
항공사 마일리지의 상속문제에 대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한결같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은 해외 항공사 중에도 마일리지 상속을 허용하는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들어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원이 지난해 G20 회원국의 주요 항공사 22곳을 대상으로 항공 마일리지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5개 항공사가 마일리지 상속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 에어캐나다, 에어인디아, 터키항공 등이 마일리지 상속을 허용 중이다. 남아공항공은 상속자에게 마일리지 대신 보너스 항공권을 제공하고 있었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의 표준 가격이 확정돼 있지 않아 상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항공 마일리지의 상속은 순전히 항공사의 의지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고형석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항공 마일리지 상속은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순전히 항공사들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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