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풍자만화로 보는 근대 일본

고미혜 2011. 10. 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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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위쪽이 시원하게 뚫린 화장실에서 칼을 찬 무사가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고 있다.

화장실 밖에는 하급 무사와 수행원 복장을 한 세 명이 코를 틀어막고 앉아 기다리고 있다.

일본 막부 말기인 1834년, 목판화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베스트셀러 그림책 '호쿠사이 만화' 12편에 수록된 그림 '뒷간'이다.

당시 집권적 지배체제인 막번(幕藩) 체제 최고 윗자리에 있는 상급 무사도 농민이나 상공급과 다를 바 없다는,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무사계급을 풍자하고 있는 그림이다.

일본의 만화가 시미즈 이사오가 엮은 '풍자만화로 보는 근대 일본'(소명출판 펴냄)은 이렇게 막부 말기부터 쇼와 전후기(1945-1989)까지의 일본 근대사를 당시의 대표적인 풍자만화 100편으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시대별 주요 사건을 테마로 하는 풍자만화를 통해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사람들이 각 시대의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일본인의 감성과 비판적인 시선을 들여다본다.

'뒷간'을 그렸을 당시 74살이던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풍자화 시대를 개척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상급 무사를 희화화한 이 그림은 물가 상승과 기근, 농민 봉기로 막번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그림이었다.

비슷한 시기 우타가와 요시토라가 그린 '익살꾼 무사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위한 떡'은 오다 노부나가가 쌀을 찧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빚은 반죽으로 만든 떡을 도쿠가와가 편하게 앉아서 먹고 있는 그림이다.

당시 떠돌던 "오다가 찧고 히데요시가 빚은 천하의 떡,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먹는 것은 도쿠가와"라는 강렬한 시를 비주얼화한 것으로, 고생은 선조들이 하고 도쿠가와가 그 득을 혼자서 독차지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으로 우타가와 요시토라는 그림 원판을 모두 소각당하고 50일간 쇠고랑을 차는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메이지 시대 후기인 1909년 11월 오사카 곳케이신문에는 '여자를 좋아하는 자의 최후'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풍자화가 실렸다.

같은 해 10월 26일 만주의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에 의해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를 가리킨 것이다.

"이토의 사생활의 배후에는 늘 여성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이 풍자화의 테마로 자주 다루어졌다. 그래도 죽은 자를 채찍질하는 듯한 이와 같은 풍자화가 그려진 것은 왜일까? 그것은 그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에게도 원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133쪽)

시즈미 이사오는 "만화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 '웃음'이라고 하는 대중의 공감을 통해 대중을 납득시키는 것"이라며 "그런 만큼 그 시대에 현저하게 나타나 있는 '시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 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장영순 옮김. 344쪽. 1만8천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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