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인생을 바꾼 명대사>욕망을 네 운명으로 만들라 (Let desire be your destiny)

기자 2011. 10. 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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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처럼 등장인물의 정신적 성장을 다룬 작품을 교양소설이라고 하지요. '교양'의 전제처럼 찰스 디킨스는 '동기, 즉 행동의 활발성을 자극하는 열쇠는 욕망(Desire is the key to motivation)'이지만 그걸 선용(善用)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데요, 디킨스의 소설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만나 동명의 영화로 탄생했습니다. 다만 시공간적 배경은 19세기 초의 영국이 아닌 20세기 말의 미국입니다.

"이름이 뭐지(What's your name)?" 소녀가 도도하게 묻고 소년이 반응합니다. 그런데 소년의 눈에 언뜻 옅은 두려움이 서립니다. 이유는 칼럼 끝부분에 소개하기로 합니다. 플로리다의 갑부인 노라 여사가 질녀인 에스텔라와 친구가 되라며 부른 날 핀은 소녀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만났지만 에스텔라는 너무나 부유하고, 그녀의 신분을 욕망하기엔 핀이 너무나 가난합니다. 하지만 핀에겐 매혹적인 무기가 있습니다. 뛰어난 그림 실력입니다. 성인이 된 에스텔라(귀네스 팰트로)는 소녀 때처럼 핀(에단 호크)의 가슴을 흔들어 놓곤 홀연히 떠납니다.

"내 삶은 내가 조종해(I am the one who gets my life in order)." 배신감을 느낀 핀은 그렇게 다짐하며 에스텔라를 지우려 합니다. 그림 창작도 손을 놓습니다. 그런데 뉴욕의 한 변호사가 전시회를 열어 보라며 찾아오는군요. 에스텔라가 뉴욕에 있다는 소식도 마침 들었던 터라 핀은 달려갑니다. 그의 느낌엔 변호사의 배후에 노라가 존재할 것만 같습니다. 둘은 재회하고, 에스텔라는 전라의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청합니다. 이미 딴 남자가 생긴 그녀의 제안에 핀이 몹시 흔들리자 에스텔라가 리드합니다. 둘은 격정의 한 몸뚱이가 됩니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또 떠나버립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후 은둔의 삶을 사는 노라가 남자들의 심장을 찢어 놓으라고 지시라도 한 것처럼, 그 명령에 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핀이 달라집니다. 화가로 성공하겠노라 결심한 건데요, 때마침 익명의 큰손 후원자가 나타납니다. "개구리를 공주로 변신시키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만 같아(It's like someone wants to turn a frog into a princess)." 베일에 싸인 후원자를 꼭 만나리라 기대하며 핀은 미친 듯 창작합니다. "내 안에 특별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바로 너야." 대스타가 되던 날 핀이 그렇게 밤하늘에 절규해 보지만 딸 수 없는 별(stella)처럼 에스텔라는 결혼하여 떠납니다. 그런데 구멍 뚫린 그의 가슴속에 한 노신사가 들어옵니다. 과연 누구일까요? 상세한 정체는 스포일러여서 가려둡니다.

"다 내가 짰던 걸세(I set you up)." 이 말에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의 눈이 되는 핀. 실루엣처럼 희미하던 기억이 순간 고화질로 바뀌는군요. 그것은 소년 핀이 운명적으로 마주친 한 탈옥수가 "이름이 뭐지?"라며 묻곤 비밀스레 도움을 청했던 사실입니다. 핀을 응시하는 노신사의 눈은 어쩌면 소녀가 소년의 입술을 훔쳤을 때, 야성녀가 핀을 리드했을 때 했음직한 말투로 핀에게 속삭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갖기 어려운 걸 욕망하지. 하지만 욕망이 자네의 운명이 되도록 포기하지 말고 실천하게(We always long for the forbidden things. But let desire be your destiny)." 이제 핀은 달려갑니다. 소녀를 처음 만났던 그 정원으로…!

작가, 외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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