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정부 지원금, 서울대의 40%.. 사립 연세대보다도 덜 받아

2011. 10. 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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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거점 국립대를 살리자]작년엔 9개大 모두 삭감… 교수 컴퓨터 10년째 사용, 자비 들여 바꾸기도서울대 몫을 뺏기보다 정부 예산 자체를 늘려 국립대 상향 평준화해야

"국립대학이면 대학 예산의 대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걸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국고 보조금은 교수 인건비, 시설비, 운영비 등에 한정되며 이는 우리 대학 예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자체 운용 예산은 결국 따로 마련해야 한다. 무늬만 국립일 뿐이다."(지방 국립 A대 기획처장)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예산 가운데 국립대 재정 지원에 투입된 돈은 3조7,438억원. 국립대들은 이 돈을 지원받아 대학 예산의 49.9%를 충당했다. 나머지는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와 기부금, 기타 수입으로 메웠다. 대학들이 제한이 따로 없는 기성회비만 올려 등록금의 80%가 기성회비다. 지방 거점 국립대 가운데 가장 등록금 수입이 많았던 부산대는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수업료와 입학금으로 171억원을 걷은 반면 기성회비로는 1,096억원을 받았다.

대학교육 민간이 책임지는 나라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에는 정부의 지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교과부가 대학 교육을 위해 지출한 돈은 5조6,210억원. 미국 하버드대의 1년 예산(4조2,000억원)보다 30% 정도가 많을 뿐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보다 높은 편이지만 정부 투자 비율은 0.6%로 OECD 평균(1%)보다 크게 낮다. 대학생 1명에게 투자되는 연간 교육비 역시 한국은 8,920달러로 미국(2만7,010달러), 영국(1만5,463달러), 일본(1만4,201달러) 독일(1만3,823달러)은 물론이고 OECD 평균인 1만2,907달러의 69%에 불과하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를 OECD 수준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6조2,791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등교육 예산을 2배 이상 늘려야 겨우 OECD 국가들과 어깨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부족한 국고 그나마 서울대 편중

부족한 정부예산은 그나마 서울대에 집중된다. 지난해 서울대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5,897억원. 국립대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지원을 받은 경북대(2,126억원)와는 2.5배의 차이가 난다. 특히 2010년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예산이 모두 삭감됐는데도 서울대만은 전년보다 388억원이 늘었다. 전남대는 168억원, 충북대는 148억원이 깎였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법인화하는 서울대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지방 거점 국립대의 지원금을 삭감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심지어 사립대에 비해서도 국고 지원이 적다. 지난해 연세대는 2,349억원의 국고를 지원받았는데 지방 국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경북대(2,126억원)보다 223억원이 많은 금액이다. 고려대(1,817억원), 한양대(1,715억원), 포스텍(1,146억원) 등 우수한 사립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의 소규모 사립대보다 국고지원이 적은 국립대들도 허다하다.

국·사립대 구분 없이 경쟁과 평가를 거쳐야 하는 연구개발비는 우수 사립대에 몰린다 쳐도, 지방 국립대에 따로 배정된 몫이 없다보니 기초적인 교육의 질도 보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12년 전 교수 임용될 때 학교에서 컴퓨터를 지급하고, 단 한번도 교체해주지 않아 매번 자비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 국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학과 학생들 컴퓨터를 바꿔야 하는데 관련 예산이 없어 자연계 학생용으로 신청해 갖다 썼다. 인문계라도 컴퓨터 활용 수업이 적지 않은데 예산만 고려한다면 10년 전 컴퓨터를 써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 기숙사를 짓는 데에도 국회에 사정을 해서 겨우 예산을 확보했고, 그나마 단계적으로 예산을 받아 공사가 2년 넘게 걸렸다"고 덧붙였다.

교원 확보율이 떨어지는 것도 결국 돈 문제다. 서울대의 교원확보율은 118%나 되지만 지방 국립대의 평균 교원 확보율은 78%이다. 전공수업조차 시간강사가 도맡아 하는 상황에서 질 높은 수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수들은 "평균 사립대의 70%에 불과한 국립대 교수 연봉으로는 절대 우수한 교수를 유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고등교육도 공공성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지방 국립대가 상향 평준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에 집중되는 예산을 나눠먹기 식으로 쪼갤 것이 아니라 서울대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키우고, 나머지 지방 국립대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김용일 해양대 교수는 "서울대에 예산이 집중 투입되는 것은 문제지만 이걸 빼앗아 나누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면 의미가 없다"며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정부 예산 자체를 파격적으로 늘려 거점 국립대에 서울대만큼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수도권 대학에 집중된 지원을 과감하게 줄이고 지방 국립대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지역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도록 선거가 끝난 뒤 정권 초기에 큰 틀의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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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기자 manbok@hk.co.kr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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