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철강도 브랜드 시대
[머니투데이 유현정기자][철강시장 생산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철강사들 경쟁 심화에 따른 자구책]
딱딱하고 무겁게만 여겨지던 철강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별다른 제품별 브랜드 마케팅 없이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데 주력하던 과거와 달리 회사마다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가전 및 건자재용 강판 부문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3일 발광다이오드(LED) TV용 방열강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에 들어가면서 '포스코트(POSCOTE)-RH'라는 브랜드 명을 부여했다. 포스코트-RH는 기존 LED TV에 쓰이던 알루미늄 소재를 대체하게 된다.
또 포스코는 최근 세계 최초로 자외선으로 표면을 코팅, 내구성을 높인 가전용 강판을 선보이면서 '포스코트-UV'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포스코트는 포스코가 코팅 강판에 붙인 브랜드 명으로, 포스코가 제품에 고유의 브랜드를 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고객사와의 조기공동개발(EVI) 등을 통해 개발한 코팅 강판에는 포스코트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계획이다.
또 동국제강그룹의 표면처리강판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은 최근 건자재용 컬러강판 브랜드인 '럭스틸'을 런칭했다. 기존 건축 내외장재보다 우수한 질감과 색감을 선보임으로써 기업 고객 뿐 아니라 건축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로까지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유니온스틸은 유명 건축가 김백선씨를 비롯해 4명의 신진 작가들을 초청해 화려한 런칭기념행사를 여는 등 철강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의 홍보를 시도했다.
건자재 강판 비중이 높은 동부제철도 최근 브랜드화 대열에 동참했다. 올해부터 매년 3개 이상의 '동부 프레스티지 제품'을 선정하고 컬러라벨 도입 및 브랜드 실무위원회 운영 등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도입키로 했다.
한편 포스코는 최근 유통구조도 고객 중심으로 전면 혁신했다. 기존에 열연과 냉연을 구분해 판매하던 방식을 버리고 지정 판매점에서 열연, 냉연, 후판 등 강종 구분 없이 전제품을 판매키로 한 것이다. 포스코는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구입함으로써 제품 구매비용을 줄이려는 고객들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 같은 통합판매 방식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철강 업계가 이처럼 브랜드 등을 앞세워 적극적인 고객 중심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됐던 국내 철강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데 따른 것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철강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자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주된 이유다.
지난 2007~2010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이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2007년 5000만톤 수준이었던 국내 조강생산량은 올해 7000만톤 수준으로 늘었다. 이에따라 지난해까지 철강 순수입국이던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철강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그만큼 철강이 넘쳐난다는 뜻으로, 그에 따라 철강 생산자의 힘은 약해지고 철강 수요자의 힘은 강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 가전,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침체로 철강 시황이 악화되자 철강사들은 새로운 시장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의 실적이 수요산업 경기에 따라 좌지우지 되면서 기술력만큼이나 브랜드, 마케팅, 유통과 같은 경쟁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예전처럼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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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현정기자 jas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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