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정약용의 천주교 배반은 선택이었을 뿐"

2011. 10. 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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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로)만명이 죽었다는데 이들 목숨은 모두 대등한 것이지 누군가 주인공을 세우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엑스트라가 주인공처럼 보일수도 있겠죠"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김훈 작가가 4년만에 역사 소설 '흑산'을 출간하고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달항아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흑산'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서양 문물과 함께 유입된 천주교에 연루된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을 다룬 소설. 등장인물은 20여명이 넘는다. 조정과 양반 지식인, 중인, 하급 관원, 마부, 어부, 노비 등 각 계층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엮어간다. 천주교도들을 도륙하려는 세력은 조선의 전통을 지탱하려하고 이에 반대되는 세력은 신분 질서 해체를 꾀한다. 정약용은 의금부 장대에 묶인 뒤 천주교를 배반하고 조카사위 황사영을 밀고한 인물로 그려졌다.

그는 "소설에서 길지는 않게 다뤘지만 배교가 그분의 인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배반했다고 해서 인격과 학문의 가치가 훼손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각자의 선택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소설은 정약용의 형인 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를 떠나는 뱃길에서 시작한다. 그는 세상으로 돌아간 약용과 순교의 길을 걸은 약종 두 동생 사이에서 혼돈을 겪는 인물이다.

작가는 정약전이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인물이지만 주인공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아무도 주인공이 아니다. 소설에 주인공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인간의 현실에 어느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데 어떻게 소설에만 주인공이 있나"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다들 대등한 인물로 구성을 했다. 앞으로 다른 소설에서도 주인공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는 소설에서 정약전의 역할에 대해 "가치중립적인 세계속에서 인간의 구원이 있을까 고민하는 불쌍한 지식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왜 하필 흑산을 택했을까. 흑산이 상징하는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엉뚱하다.

"흑산도는 수억만년 너머의 섬이죠. 우리나라 섬 이름 중 '섬'을 제외하면 소설 제목이 될 수있는 유일한 사물인 것 같아요. 연평은 교전 생각나서 안되고 독은 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true@fnnews.com 김아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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