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암릉순례] 천화대 흑범길
↑ [월간산]흑범길은 천화대 왕관봉 부근에서 설악골로 내리닫는 암릉이다. 선등자인 유동진씨 뒤로 장군봉과 적벽이 우뚝 솟아 있고, 그 뒤로 울산암이 등성이를 슬쩍 드러내고 있다. 제3피치 슬랩. |
설악골과 잦은바위골을 가르는 천화대 암릉의 지릉인 흑범길은 설악산을 대표하는 고전 암릉 길이다. 해발 650m에서 900m 높이의 천화대 능선까지 이어지는 흑범길은 한국 등반사에 명 클라이머로 기록될 만큼 열정적인 등반활동을 펼치다 1973년 1월 토왕폭 등반 중 추락사한 고 송준호씨를 추모하기 위해 고인의 산악회인 요델산악회 선후배들이 그 해 7월부터 개척에 나서 이듬해 1974년 5월 완성시킨 길로 알려져 있다.
이 암릉은 개척 초기에는 '준호길'로 명명할 계획이었으나 개척 과정에서 흑범길로 바뀌었다. '흑범'은 요델산악회원들이 좋아하는 맹수인 데다 제7피치 오버행 크랙을 넘어선 다음 맞닥뜨리는 암벽의 모습이 범이 울부짖는 듯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45일 만의 햇살이래요. 저도 1주일 내내 잠만 잤어요. 나 참, 산에 수십 년 다녔지만 올 여름 같은 경우는 처음이네요. 이게 뭐예요, 모처럼 휴가 내서 설악에 들어왔다가 눈이 퉁퉁 붓도록 잠만 잤으니. 댁들은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들이에요. 날이 이렇게 좋아졌으니…."
지난 7월은 지독한 장마와 집중폭우의 연속이었다. 설악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때문에 8월 5일 날씨가 좋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비선대로 들어서는 사이 청운정 민박집에서 만난 중년의 클라이머는 궂은 날씨로 인해 휴가기간 1주일 내내 하늘만 보며 지냈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날씨가 궂든 좋든 설악은 설악이었다. 짙푸른 숲을 뚫고 솟구친 침봉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가슴 설레게 했고, 계곡 물소리와 산새소리는 먼길 떠났다 돌아온 친구 반기듯 정겹게 다가왔다.
비선대를 지나 설악골 입구로 들어선 시각은 오전 8시. 하지만 정작 흑범길 출발 기점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경이었다. 초반에는 시간이 넉넉하다는 생각에 너럭바위가 나타나면 눌러앉아 계곡 풍광을 즐기느라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이후에는 흑범길 들머리를 놓쳐 석주길 초입까지 올랐다 다시 내려서고, 흑범길 들머리에서는 숲을 헤치며 올라선다는 게 엉뚱한 능선으로 접어들고, 또 제법 거친 바위를 오르느라 1시간 가까이 흐른 뒤에서야 엉뚱한 암릉에 붙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암벽 등반을 위해 장군봉에 다가서다가 "취재 산행을 위해 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기자의 긴급 전화 요청으로 합류한 바우산악회 회원들과 무명 암릉에서 만나 간식을 먹고 두 팀으로 나뉘어 바우산악회 조경기, 유병현, 유혜순씨는 취재팀과 함께 계곡을 가로질러 흑범길 등반에 나서기로 하고, 나머지 바우산악회 회원 6명은 우리가 잘못 접어든 무명 암릉을 따라 사선크랙 암봉을 향해 등반하기로 했다.
"이제야 암릉다운 암릉을 만난 것 같네. 정말 매끈하게 뻗었는데. 한데 정말 죽이네, 무슨 날씨가 이렇게 더운 거야."
↑ [월간산]마지막 피치를 오르는 취재팀. 왕관봉(왼쪽에서 세 번째)에서 희야봉으로 이어지는 천화대 능선이 신선경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낙석 위험이 높고 잡목이 성가시게 하는 마른 계곡을 가로지른 다음 흑범길 접근 능선길을 10여 분 오른 뒤 숲이 걷히면서 모습을 드러낸 설악은 폭염이 기승을 부려댔다. 가만히 서 있어도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몸은 햇볕에 내놓은 상추인양 금세 시들시들해졌다. 하지만 숲이 걷히면서 흑범길은 매끈한 모습을 드러냈고, 왼쪽으로 바우산악회 회원들이 등반중인 무명 암릉과 천화대 능선, 그리고 오른쪽으로 염라길이 바라보였다.
흑범길은 개념도에 나온 대로라면 세 사람이 5시간 걸리는 암릉. 그렇다면 여섯 명인 우리로서는 적어도 6시간은 걸릴 것이고, 왕관봉을 거쳐 자일 하강까지 마치려면 1시간은 더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어둠 속에서 지계곡과 설악골을 빠져나간 다음 비선대까지 가려면 밤 9시는 족히 넘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평범함 암릉 길인 제1피치와 밴드를 따르는 제2피치는 안자일렌 상태로 신속하게 통과한다. 2피치 밴드를 따르다 암릉 등날에 올라서자 무명 암릉을 등반하는 바우산악회 회원들이 바라보인다. 네 번째 등반자인 여성 회원은 수직 덧장바위 구간에서 제대로 힘을 못 쓰다 끝내 바닥으로 내려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흑범길이 더 쉬운 걸 왜 등반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저리 보내 고생시키는 거야."
바우산악회 최고참인 조경기 선배는 후배 회원들이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이자 "흑범길이 더 어렵다"며 후배들을 무명 암릉으로 보낸 염동우 기자에게 한마디 해댄다. 염 기자는 "그래도 덧장바위만 넘어서면 이후 사선크랙 암봉까지는 무난히 갈 수 있다"며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 [월간산]흑범길 루트도 |
제3피치인 완경사 슬랩을 거슬러 오르는 사이 공룡릉을 넘어온 두터운 구름이 설악골로 파고든다. 그래도 좋다. 사방에서 물소리가 우렁차게 울리고 바람소리 풀벌레소리까지 더해지니 이 이상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진다.
멋진 피너클 연봉 펼쳐지자염라길 발아래로 내려앉아
오른쪽 날개바위를 붙잡고 몸을 밖으로 빼낸 채 반침니 구간을 올라선 다음 크랙 우측 슬랩을 따라 4피치를 등반해 오버행 벽 위쪽 암릉에 올라선다.
"어휴, 힘들어, 배고파."
어제 오후 설악산에 도착한 바우산악회 회원들과 달리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한 조경기 선배는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해 그렇지 않아도 허기가 진 상태인 데다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자 표정이 어둡다. 다른 사람들 역시 새벽밥 먹고 정오경 무명 암릉에서 간식 조금 한 게 오늘 먹은 것 전부다. 그러니 배가 쑥 들어가고 힘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침에 먹다 남은 밥을 김으로 대강 말아 만든 주먹밥에 무명 암릉에서 포기하고 설악골로 내려선 박민영 교수가 건네준 두툼한 계란말이를 나눠 먹은 다음에서야 눈에 총기가 맴돌고 얼굴이 활짝 펴진다.
"이래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생겼나봐요. 얼마나 좋아요. 설악골도 아름답고, 저 공룡릉도 웅장하고 말이에요. 뿌옇긴 하지만 울산암 너머 바다도 보이네요."
↑ [월간산]1 밴드를 따라 이어지는 제2피치 등반. 2 크랙과 반침니가 뒤섞인 제4피치. |
출발 이후 내내 웃음 띤 얼굴로 등반하던 유혜순씨는 선배들 얼굴이 펴지자 덩달아 즐거워하며 구름안개가 오락가락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연출하는 설악의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는 표정을 짓는다. 자칭 5.10 클라이머지만 설악산 암릉은 처음 등반하는지라 다른 사람들보다 즐거움이 더하는 듯했다.
선등 선 염동우 기자가 5피치 종료지점에 확보한 다음 조경기 선배는 날카로운 암릉을 타고 오르고 나머지 사람들은 암릉 오른쪽 크랙으로 등반에 나선다. 오른쪽 벽상의 크랙은 수직벽상에 형성돼 있어 암릉 길보다 오히려 어려워 보였다. 첫 번째 관건은 약 5m 위쪽 바위 턱 위의 나무에 걸린 슬링을 잡고 올라야 하는 구간. 유동진 선배는 좌측 크랙을 타고 최대한 오르다 우측 턱으로 트래버스해 쉽게 크럭스를 올라서고, 단신인 유혜순씨는 크랙 등반 도중 우측 벽으로 팔을 뻗어 슬링을 잡고 턱 위로 올라선다.
이후 약 10m 길이의 반침니형 크랙을 올라서자 바윗길은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서 크랙과 슬랩 바위로 이어진다. 다시 암릉에 올라서자 멋진 피너클 연봉이 눈앞에 펼쳐지고 이제 염라길은 발아래로 내려앉았다. 무명암릉 등반객들은 사선크랙 암봉 뒤편으로 접어들어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바람 타고 목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와~, 저 잣 봐라. 네 송이나 열렸잖아. 맨 꼭대기에 열리는 걸 보면 참 신기하지. 다람쥐든 청솔모든 못 따먹게 말야."
피너클 연봉을 넘어서자 직벽 아래 널찍한 쉼터. 직벽 바로 옆에서 하늘 높이 자란 잣나무 꼭대기에 탐스럽게 열린 잣송이가 눈에 띄자 벌써 가을이 오는가 싶어진다.
↑ [월간산]1 제5피치 반침니를 오르는 유혜순씨. 흑범길이 거칠게 뻗어 나가고 있다. 2 제6피치. 슬랩~칸테~수직 크랙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
"여긴 한 선배가 선등 서세요."
"으잉~."
어려운 구간이면 앞장서 줄을 깔던 염동우 기자가 6피치 슬랩과 오버행 크랙 등반. ?
얼떨결에 앞줄을 묶고 슬랩에 올라붙는데 보기와 달리 경사가 세고 군데군데 이끼와 풀이 자라고 있어 만만치 않다. 첫 번째 하켄에 확보를 하고 곧장 올려치다가 언더크랙에 작은 프렌드를 설치한 뒤 턱 위로 올라서려 했으나 위쪽 슬랩은 경사가 좀더 가팔라지고 이끼 낀 지역이 더 많아 망설여진다.
밑에서 지켜보던 유동진 선배가 주문한 대로 언더크랙을 따라 좌측으로 트래버스하자 암각에 하얀 초크가 잔뜩 묻어 있다. 암각에 형성된 세로 크랙을 홀드로 이용해 홈통 바위 아래 소나무까지 진입해 뒷사람 확보를 본다. 뒤이어 유혜순, 유병현, 조경기 선배가 올라오고, 유동진 선배가 마지막 주자로 올라오는 사이 염 기자는 암각 좌측 4~5m 아래 숲지대로 내려서서 오버행 크랙을 우회해 마지막 제7피치 기점에 올라선다.
↑ [월간산]흑범길 접근로·위치도 |
수직크랙에 박힌 2개의 하켄에 걸린 슬링을 잡아당기면서 한 스텝 올라서고, 이어 크랙에 끼워넣은 중형 프렌드에 건 슬링을 밟고 또 한 스텝 오르는 과정을 두 차례 반복한 다음 크랙 위쪽의 큼지막한 바위를 잡아당기면서 턱 위로 올라서자 팔이 제법 뻐근하다. 뒤를 이어 조경기 선배와 유병현씨가 올라오는 사이 사선크랙을 넘어선 바우산악회 회원들은 자일 하강을 마치고 안부 아래 널찍한 공터에서 서성거리며 "이리 내려와 시원한 물 한 모금씩 마시라"고 유혹한다. 유혜숙씨는 그 모습이 부러웠던지 수직크랙 아래서 "나도 저 팀과 함께 곧장 하산하겠다"며 급경사 숲지대를 가로질러 공터로 내려섰다.
왕관봉 올라서자 석양에 물든 외설악이 반겨줘
수직크랙을 올라서자 뒤편으로 3단으로 형성된 암벽이 우뚝 솟아 있다. 언뜻 보기에는 로프 확보 없이도 오를 수 있을 듯 쉽게 느껴지지만 추락 위험이 많은 구간이다. 3단 벽을 올라서자 평범한 암릉이 20여m 이어진 뒤 천화대 암릉에 올라선다.
"누구 물 가진 분 없어요?"
오후 6시20분, 오전 7시 비선대를 출발한 이후 11시간20분 걸린 셈이다. 1리터들이 수통과 2리터들이 페트병에 물을 담아 가지고 올라왔는데도 일행에게 물을 나누어주다 보니 페트병에 남은 물이라야 두어 모금. 그런 상태에서 조경기 선배는 보온방수 백 지퍼를 열더니 시원한 얼음물병을 꺼내놓아 여러 사람을 기쁘게 한다.
이제 하루종일 설악을 뜨겁게 달구던 둥근 해는 공룡릉으로 내려앉으면서 오후 내내 햇살에 반짝이던 암봉과 암벽을 붉은 빛깔로 채색해준다. 하얀 구름안개도 붉은 빛이 섞이면서 산은 몽환적인 분위기로 변신한다.
↑ [월간산]흑범길 등반에 동행한 산악인들. 왼쪽부터 유병현, 조경기, 유동진씨, 기자. |
그 황홀경을 더욱 누려보려는 욕심에 홈통바위를 타고 왕관봉 꼭대기에 올라섰다. 이제 천화대 능선에 가려 있던 칠형제봉에 이어 대청봉에서 화채봉을 거쳐 권금성으로 이어지는 능선 등이 겹을 이룬 채 멋들어지게 펼쳐지면서 바위꾼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아니, 안 내려갈 거야? 해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일행이 왕관봉에서 낙조에 물들어가는 설악의 풍광에 넋을 잃은 채 꼼짝 하지 않자 유동진 선배는 50m 로프를 절벽 아래로 던지면서 발길을 재촉했다.
등반 개요
초중급자용 암릉…4인조 등반시 비선대 기점 8시간 이상 소요
위치
천화대에서 설악골로 뻗은 지능선 소요시간4인 1조 4시간. 소요장비60m자일 2동, 퀵드로 10개, 프렌드 1조, 슬링 다수 접근비선대를 출발해 천불동계곡으로 접어든 이후 오른쪽으로 만나는 두 번째 골짜기가 설악골이다. 골짜기로 접어들면 곧 물줄기 건너 오른쪽 산길을 따라 오른다. 20~30분 오르면 작은 너덜지대 옆을 지나고 이어 계곡 한가운데 커다란 바위가 자리잡은 곳에서 물줄기를 가로지른다. 계곡을 건너자마자 마주 보이는 지계곡 오른쪽 능선으로 접어들면 흑범길 등반기점에 올라설 수 있다. 하산가장 빠른 하산로는 흑범길 등반이 끝난 지점에서 왼쪽(사선크랙 방향)으로 나아가다가 소나무에 로프를 걸고 30m 하강한 다음 안부 아래 공터에서 계곡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안부에서 설악골 합수목까지 1시간, 합수목에서 설악골~천불동 길을 따라 비선대까지 30분 정도 걸린다.왕관봉에서 로프 하강해서도 오른쪽 지계곡을 따라 설악골로 내려설 수 있다. 이 경우 왕관봉에서 안부로 하강하는 코스는 두 가닥이다. 50m가 넘는 길이의 로프가 두 동 있을 경우에는 절벽 쪽으로 곧장 하강하고, 한 동일 경우에는 바위에 표시된 암릉 방향으로 하강한다. 15~20m 길이의 하강 코스를 두 차례 내려서면 안부에 닿는다.이후 낙석이 많이 걸려 있는 마른 계곡을 조심스럽게 내려선 다음 숲 우거진 골짜기를 따라 1시간쯤 내려서면 설악골에 닿는다. 산길이 끊어진다 싶으면 계곡을 내려다본 상태에서 오른쪽 숲을 살펴보도록 한다. 설악골에서 비선대까지 약 40분 걸린다.
↑ [월간산]제4피치와 5피치 사이의 암릉구간에서 각자 멋진 포즈를 취해 보았다. |
등반 길잡이
초중급자용 암릉…4인조 등반시 비선대 기점 8시간 이상 소요
전체적으로 중급 수준의 클라이머가 선등 선다면 초보자도 등반할 수 있는 초중급 암릉이다. 암릉 등반은 4인 기준 4시간 정도면 가능하지만 해발 650m 높이의 등반기점까지 접근하는 시간(비선대 기준 1시간30분)과 왕관봉 하강 시간(30분), 왕관봉 아래 안부에서 설악골까지 내려서는 시간(1시간) 그리고 설악골에서 비선대까지 내려서는 시간(40분)을 더하면 적어도 8시간 이상 걸린다.
제1피치
(30m·5.6) 평범한 암릉 길이다. 막판에 좁은 침니를 빠져나가 향나무와 고사목이 한 그루씩 서 있는 곳이 피치 종료지점이다. 향나무에 슬링을 걸고 확보한다. 제2피치(25m) 암릉 우측의 밴드형 턱을 따라 오른다. 확보는 도중에 크랙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나무들에 슬링으로 한다. 밴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 등날 위에 올라서면 피치가 끝난다. 확보는 암각에 슬링을 둘러 감아서 한다. 제3피치(35m) 걷듯이 오를 수 있을 만큼 완경사 슬랩 구간이다. 오버행 붉은 벽 아래 닿기까지 도중에 세로 크랙에 프렌드를 끼워넣어 확보할 수 있다. 제4피치(5.7· 40m) 오버행 벽 우측 반침니로 등반한다. 출발지점 상의 크랙에 하켄 2개가 박혀 있으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으므로 별도로 확보물을 설치하도록 한다. 약 5m 길이의 반침니를 넘어선 이후 디에드르형 암벽 왼쪽으로 크랙이 계속 이어진다. 이 크랙을 왼손가락으로 잡고 오른쪽 슬랩을 디디면서 등반하면 짤막한 턱을 넘어 오버행 절벽 위쪽 피치 종료지점까지 갈 수 있다. 확보는 암각에 슬링을 이용해 하도록 한다. 반침니 구간을 경계로 아래쪽과 위쪽 등반자 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사전에 충분히 얘기를 나누든지 무전기나 전화로 의사를 나누도록 한다. 제5피치(40m·5.7) 암릉 등날이 날카롭고 어렵게 보이지만 크랙이 잘 형성돼 있어 오른쪽 코스보다 오히려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오른쪽 코스는 3단으로 나뉘어 있다. 1단은 좌측 크랙을 따라 오르다가 바닥에서 약 5m 높이의 우측 턱 위쪽 나무에 걸린 슬링을 잡아당기면서 오르거나, 크랙을 타고 최대한 오른 다음 오른쪽 턱 위쪽으로 트래버스한다.이후 크랙을 타고 10m쯤 오른 뒤 암각에 슬링으로 확보하고 이어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크랙과 슬랩바위를 잘 이용해 10m쯤 더 오르면 피치 종료지점이다. 암각에 슬링을 이용해 확보하거나 암각 하단부 크랙에 프렌드를 끼워넣어 확보한다. 제6피치(40m·5.7·A0) 30m 슬랩과 10m 수직크랙이다. 피너클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위 턱 위로 올라서면 슬랩이 시작된다. 약 5m 위쪽의 하켄까지 곧장 오른 다음 곧바로 좌측으로 트래버스해 암각에 형성된 크랙을 이용해 수직크랙 아래 소나무까지 오른다.소나무에서 바위 골로 들어서면 수직크랙 출발지점에 올라선다. 확보는 암각에 슬링을 이용해 한다. 수직크랙은 실제로는 오버행을 이루고 있어 자유등반은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 크랙에 박힌 하켄에 걸린 슬링을 잡아당기면서 밟고 일어선 다음 위쪽 크랙에 프렌드를 두세 개 설치하면서 인공등반으로 넘어선다.하단부 슬랩 좌측 숲지대로 수직크랙 구간을 우회해 제7피치 기점으로 올라서기도 한다. 제7피치(35m·5.6) 정면으로 보이는 암벽에는 턱이 형성돼 있어 쉽게 올라설 수 있을 듯싶으나 손가락 끝이 겨우 걸릴 만큼 턱이 좁기 때문에 홀드를 놓치거나 혹은 균형을 잃고 떨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자일 확보 상태에서 등반하도록 한다.벽 위로 올라서면 암릉은 무명암봉으로 이어지고 그 오른쪽으로 왕관봉이 바라보인다. 이 지점에서 암봉 오른쪽으로 살짝 내려섰다가 로프가 필요 없을 만큼 평범한 암릉을 20m쯤 나아가면 천화대 능선 갈림목에 도착, 흑범길 등반이 끝난다.
등반허가
설악산 국립공원 내의 암벽과 암릉을 등반하려면 관리사무소에서 등반허가를 받아야 한다. 설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http://seorak.knps.or.kr) 공원정보 → 메인 화면 우측 상단 '국립공원 알림판' 6번 클릭 → '2011년도 암장이용안내' 편에 신청서 양식을 다운받는다 → 이 양식을 작성해 등반 15일 전부터 3일 전까지 팩스(033-635-1275)나 이메일( seoraksan1708@hanmail.net)을 통해 관리사무소로 보내면 등반 2일 전까지 SMS(문자)로 불반 허가 여부를 통고해 준다. 허가서는 소공원 문화재관람료 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왼쪽에 위치한 설악동탐방지원센터(033-635-1276) 입구 보관함에서 찾도록 한다. 방문 접수는 받지 않으며, 암장 이용 시 허가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미지참 시 과태료 부과). 단, 천화대 일원의 암릉은 산양 번식을 위해 7~9월 석 달에 한해 등반이 허용된다.* 소공원 안으로 들어서려면 문화재관람료 1인당 2,500원을 내야 한다. 주차료 1일 5,000원. INFORMATION
교통
속초까지는 각 지역에서 운행하는 직행·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에서 10~40분 간격(06:30~21:00, 심야 23:10, 23:30) 운행( www.exterminal.co.kr). 2시간30분, 일반·우등 1만7,000원, 심야 1만8,700원. 동서울터미널( www.ti21.co.kr)에서 수시(06:25~21:10, 심야 22:00·23:00) 출발. 일반 1만6,100원, 심야 1만7,700원.부산 동부시외버스정류장(1688-9969)에서 1일 11회(06:58, 08:40, 10:03, 10:54, 11:20, 12:05, 13:02, 14:02, 심야 21:10, 22:40, 23:40) 운행. 6시간20분, 주간 3만9,100원, 심야 4만3,000원.대구 동부시외버스터미널(1666-0017)에서 1일 7회(07:25, 08:05. 10:04, 11:30, 12:38, 13:53, 심야 24:00) 운행. 7시간, 주간 3만9,300원, 심야 4만3,200원.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1666-1851·www.gobus.co.kr)에서 1일 5회(08:30, 11:30, 14:30, 17:30, 22:00) 운행. 5시간, 2만4100원.속초시외버스정류장(033-636-2328), 속초고속버스터미널(동부고속 033-631-3181), 물치에서 설악동까지는 시내버스 이용.
↑ [월간산]흑범길로 접어들기 위해 설악골을 건너고 있다. 계곡 위쪽 바위가 흑범길 들머리를 상징한다. |
숙식
설악동 지구에는 호텔, 모텔, 민박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비선산장에서 숙박과 매식이 가능하다. 샤워 가능. 숙박 1인당 5,000원. 황태해장국·산채비빔밥 각 7,000원. 점심 주먹밥 2,500원. 문의 033-636-8014.소공원과 비선대 사이에 위치한 청운정휴게소(주간 033-636-7400, 야간 636-9186, 017-377-3111)에서도 숙박 가능. 1인당 5.000원, 된장찌개 7,000원. 막국수 7,000원, 산채비빔밥 8,000원, 돌솥비빔밥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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