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철들지 않을래" 키작은 꼬마 하하의 이야기(인터뷰)

김현록 기자 2011. 9. 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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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처음엔 '하하야 힘내' 이게 자존심 상하고 싫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한테 '안녕하세요' 하는 분이 없더라고요. 이게 전 국민 프로젝트가 돼서 다들 '힘내세요 하하씨' 하시는 거예요. 너무 고마웠어요."

맞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전국민이 "하하야 힘내"를 외치던 때가 있었다. 지난해 3월, 공익근무를 끝내고 돌아온 그의 어깨가 유난히 축 쳐져 보였더랬다. 이젠 아무도 '하하야 힘내'를 외치지는 않을 것 같다. 힘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잘 하고 있어'라는 인사를 건넬 테니까.

친정 '무한도전'은 여전히 순항중이고 '런닝맨'도 물이 올랐다. 최근엔 앨범까지 내고 4년만에 가수 활동까지 재개했다. 흥겨운 '하하표' 레게 리듬이 충만하다.

"하하야 힘내"가 "하하 덕에 힘난다"로 바뀐 2011년의 가을. 1979년생, 철들고 싶지 않은 키작은 꼬마 하하(하동훈, 32)를 만났다. 아직도 사람들이 가수인지 예능인인지 정체를 헷갈려하는, 래퍼 출신 예능인 겸 가수. 묻기도 전에 답부터 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헷갈려하지 않아요. 예능은 예능답게, 가수는 가수답게 해아죠."

'무한도전'에서는 길과, '런닝맨'에서는 개리와 인연을 맺은 힙합그룹 리쌍도 그런 마인드란다.

"리쌍이랑 저랑은 엮을 수도 없죠. 너무 친하지만 제가 왕팬이고 광팬이에요. '예능제자'라고 하면서 장난으로 '음악만 하면 좋겠다'고도 했는데, 사실 길 개리는 모두 멋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음악은 음악인답게, 예능은 예능인답게. 저도 마찬가지예요."

마음 딱 먹고, 부담 딱 걷고 가수 활동을 다시 시작했건만 주위 반응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나는 설레고 기분 좋은데, 주위에서 떨려 해요. 아니, 내가 '음악중심'을 하는데 왜 (김)태호 형이 바리바리 싸 오고, 형돈이 형이 '내가 떨려' 하고, 정재형 형은 '미치겠다' 하는 건데요. 나는 MBC에 있는데 왜 SBS PD가 괜찮냐고 전화가 오냐고! (김)종국이 형이 '왜 니가 거기 있는 거니' 하기에 얘기했어요. '형은 안 그럴 것 같애? 형은 나오면 조상님이야, 조상님!'"

예능인으로 먼저 조명받아 가수로 영역을 넓힌 하하지만, 사실 스트레스는 예능이 더하다. 2005년 합류한 '무한도전'은 아직도 녹화 전날 잠도 못 잘 정도다. 이상한 불면증이다.

"이걸 뭐라고 해야 되나. 수요일 밤은 몸이 이미 적응이 돼있다고 해야 되나, 너무 힘들 걸 아니까 그렇기도 하고. 늘 긴장감이 있어요. 이게 저만 못자는 게 아니라 멤버들 다 잠을 못자요. '무도'의 아침은 다 피곤한 얼굴이잖아요. 그래도 하면 재미있어요! 신나요!"

이런 에너지는 '무한도전'에서 '런닝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한도전'의 하하는 상식제로 석사에, 일면식도 없는 홍대 친구들과 부비부비 춤출 수 있는 매력남이고, '런닝맨'의 하하는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투정쟁이 '하로로'로 맹활약 중. TV 전체를 통틀어 단 2개뿐인 출연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무한도전'은요, 저 사람 만들어준 프로그램이에요. 진짜로요. 멤버들은 멤버 그 이상이죠. 친척보다 친하니까. '런닝맨'은요, 처음에는 쉽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이 멤버로 절대 망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거 잘 안되면 그냥 우리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막 뛰었어요. 고집스럽게 간 게 이제 빛을 보는 거죠."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무한도전'엔 시청률 3%를 오갈 무렵 합류했고, '런닝맨'은 '패밀리가 떴다'가 어영부영 막을 내린 뒤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원년멤버로 첫 발을 디뎠다. 둘 모두에서 하하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가면서도 묵묵히 건뎌냈다. 믿음이, 근성이 지금의 하하를 만든 셈이다.

"제가 정말 프로그램을 잘 골라요.(웃음) '무한도전'에 3% 때 들어갔을 땐, 왠지 저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런닝맨'은 정말 유재석 형이 아니라 제작진을 보고 갔어요. '엑스맨' 팀이요. 사람을 보고 움직인 게 맞아떨어진 거예요. 감사하게도."

예능에서 소리를 지르다 '득음'했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도 짐짓 숙연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절친 MC몽, 믿음직한 선배 강호동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도 잠시 무거워졌다. 그냥 "다 같이 운다"고 했다. '무한도전' 징계 위기 소식도 하하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저요, 놀면서 음악하고, 놀면서 애드리브를 하고, 놀면서 '이거하면 재밌겠다' 해요. 다 놀면서 돼요. 원래 너무 쿨한 놈이거든요.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너무 예민해졌어요. 다 조심해야 하니까요. 소주 먹으면 돈 벌면서 양주도 안 먹는다고 시비, 양주 먹으면 양주 먹는다고 시비를 거는 분이 있죠. 웃길 때도 어떻게 해야 되나. 이것 저것 다 맞추면서 어떻게 해요. 그런데… 그걸 다 하시는 분이 계시긴 하죠."

답이 절로 나온다. "유느님!(유재석)" 짝짝 박수를 치며 결국 웃어버린 하나는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놈"이라며 가슴을 툭툭 쳤다. "아직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해요"라면서.

그런 그가 경계하는 것이 있다면 너무 심각해지는 것. 그리고 철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그가 처음으로 노래했던 '키 작은 꼬마 이야기'는 그가 영원히 부르고 싶은 자신의 모습인인 것 같다.

"제가 그래요. 나 죽었다 깨도 철 안 들 거라고. 그게 뭔 지는 알겠는데 그냥 알고만 있으려고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철들면 예능 못 한다고. (가슴을 치며) 여기에 개구쟁이 소년이 한 명 있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명수형 같은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민서가 너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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