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답사기] 하늘 바다가 허락해야 갈 수 있는 섬 '울릉도'

충북 2011. 9. 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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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충북=차현아대학경제 대학생기자]오전 5시,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일찍 눈을 떴다. 멀미에 대비하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귀 뒤에 멀미 방지 스티커를 붙였다. 아침식사를 하고나서도 멀미약을 복용했다. 이렇게 만만의 준비를 마치고, 이름만 들어도 울렁대는 '울릉도'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울릉도로 가는 배는 3곳에서 출발한다. 강원도 동해의 묵호여객선터미널, 포항의 여객선터미널, 그리고 울진의 후포항 여객선터미널이다. 하지만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태풍이 오면 배 운행이 중지되고, 한정된 좌석으로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 성수기인 여름에 배편을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특히 최근엔 독도 문제와 관련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어 더 어려워졌다. 나는 울릉도를 답사하기 위해 2달 전에 예매를 했지만, 그나마도 배편이 일정에 맞지 않아 6박7일 일정을 8박9일로 늘렸다.

우리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출발했다. 함께 가는 친구가 강의실에 지형도를 놓고 왔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대) 지리학과인 필자는 학과 친구들과 울릉도에 간다는 마음에 들떠 있었다. 우리를 태운 25인승 버스가 출발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9시30분에 출발하는 배가 기상악화로 취소될까 걱정이 됐다.

▲울릉도

다행히 포항의 하늘은 맑았다. 우리는 8시에 도착해 승선할 준비를 했다. 울릉도에 학술답사를 다녀왔던 선배 한명이 너스레를 떨었다. "너네 울릉도 가는 배 안에서 봉투 하나씩 손에 들고 있어야 돼. 배에 타면 여기저기서 토하느라 화장실 갈 틈도 없어." 울릉도에 처음 가는 후배들은 액상 멀미약을 한껏 들이키고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배에 올라타고도 걱정스런 마음 때문에 봉투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다행히 포항의 바다는 잔잔했다. 봉투는 이내 우리 손을 떠났다. 대신 우리는 부족한 아침잠을 보충했다.

오후 1시, 도동항에 도착했다. 울릉도의 풍경은 확실히 '육지'와는 달랐다. 완만한 곡선의 산줄기가 대부분인 육지와는 달리, 울릉도는 손대면 베일 것 같은 가파른 산지들로 구성돼 있다. 부드러운 산은 아니었다. 힘껏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었다.

◇울릉도 중심지 '도동과 저동'

울릉도의 관광 시설은 대부분 도동과 저동에 몰려있다. 사동, 태하, 현포 등 울릉도에도 여러 마을들이 있지만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시설은 갖추고 있지 않다. 일제시대, 도동과 저동에 여객 터미널이 들어선 이래로 대부분의 행정 기관과 상업 시설들이 도동과 저동에 밀집해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동과 저동에 육지만큼의 상업 시설이 들어서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울릉도의 버스 노선은 3개다. 버스는 모두 저동과 도동을 중심으로 천부, 내수전, 봉래폭포 등을 운행하는 버스며, 오후 7시 이후엔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 울릉도에서 특이한 것은 택시가 모두 SUV 차량이라는 점이다. 울릉도의 도로가 워낙 굽이치고 경사가 크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로는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도동 여객 터미널에 내리면 여기가 울릉도인지 다른 섬인지 구분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은 없다. 유난히 오징어와 호박엿을 많이 파는 상점이 많다는 것밖에. 여객 터미널 부근에 붙은 몇 개의 플랜카드엔 독도 방문을 시도했던 일본 정치인들을 향한 선정적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게 울릉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시(?)였다.

◇한눈에 독도를 볼 수 있는 '독도전망대'

우리는 도동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독도 전망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도동항에서 북서쪽으로 가다보면 독도박물관이 나온다. 그 쪽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독도 전망대에 오르면 도동 시내와 울릉도의 산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독도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경사가 높다. 우리는 독도 전망대에서 독도에 관한 역사적 사료들을 관람했고, 울릉도의 전경을 감상했다.

울릉도의 마을은 산과 산 사이 좁은 공간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육지처럼 벼농사는 생각할 수 없다. 울릉도 사람들은 그 중 완만한 산록대에서 옥수수, 보리 등의 밭작물을 재배한다. 혹은 산에서 나는 약초나 산나물을 캐어 내다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산나물 혹은 약초는 육지에서 생각보다 비싼 값에 팔린다. 근 20년 간 관광객이 늘어 그로 인한 수입도 늘었다고 한다.

울릉도에서는 물을 사서 마실 필요가 없다. 화산암질로 구성된 울릉도의 기반암에 걸러져 물이 자연히 정수되어 지표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화산암에서 녹아나온 철분 성분이 물에 들어 있어 '센물'이라고 부른다. 울릉도에는 약수터가 많고, 도로나 산길에 조금씩 새어나오는 물들도 있다. 울릉도는 의외로 물이 풍부했다.

◇험난한 울릉도 둘레길

우리는 저동에서 남양으로 이동한 후 남양초등학교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엔 울릉도 둘레길을 따라 북쪽의 태하로 이동했다. 둘레길이라고 해서 편히 걸을 수 있는 일반적인 산책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울릉도의 산은 경사가 높고 험난하다. 관광객을 위해 둘레길을 잘 닦아놓은 것도 아니다. 기존의 좁은 산길에 표지판만 몇 개 세워놓은 정도에 불과하다.

▲태하 항구

우리는 짐을 지고 5.5km에 이르는 둘레길을 따라 태하령을 넘었다. 태하령 정상에서 좁은 산길을 따라 강한 바람이 불었다. 태하령의 좁은 고갯길을 따라 사람뿐만 아니라 바람도 함께 넘기 때문에 '병목현상'에 의해 풍속이 세다. 태하령에 이르러 땀을 식히던 우리는 이내 추위를 느끼고 서둘러 태하를 향해 남은 둘레길을 걸었다.

태하에서는 태하 등대, 태하 항목, 관광모노레일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태하 등대를 가려면 산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거나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쉽게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멀지 않은 거리라는 생각에 직접 걸어갔다. 태하 등대에서 바라본 울릉도의 바다는 맑았다. 자연과, 그 자연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만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는 현포를 지나 추산까지 직접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약 5km 정도의 거리였다. 울릉도의 단축과 장축의 길이가 각각 10km, 12km인 것을 고려해볼 때 울릉도의 절반 정도를 걸어간 셈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기암괴석들과 맑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나리분지 '야영'…모기와의 혈투

추산에서 나리분지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작은 20인승 버스였다. 일행이 모두 한 버스에 타지 못해 1시간 간격의 버스를 나누어 타고 들어갔다. 먼저 들어간 일행이 텐트를 치고 밥을 지었다. 후발주자인 내가 나리분지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7시였다.

흔히 울릉도에는 모기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울릉도 답사 기간 중 어디를 가든 모기가 많았다. 울릉도에 가장 모기가 많은 곳은 나리분지 같다. 나리분지에 도착한 순간 나를 반긴 것은 먼저 간 친구들이 해 놓은 밥 냄새가 아니라 몸에 하얀색 무늬가 있는 커다란 모기였다. 샤워장에도 모기가 가득했다.

텐트에서 자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담요를 꺼내고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을 다 껴입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우비까지 꺼내 덮었다. 다음날 잠을 설친 친구들이 텐트 밖으로 나오면서 "자다 입 돌아갈 뻔 했다"며 투덜댔다.

◇구름만 잔뜩 낀 울릉도 전경

나리분지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다음날 우리는 울릉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성인봉 등반을 시작했다. 성인봉은 해발 986m에 달하는 봉우리지만 이미 해발 2~300m에 해당하는 나리분지에서 오르기 시작하면 2시간 만에 오를 수 있다. 조금 천천히 숨을 돌리며 오른다면 3시간 정도 잡으면 충분하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향해 가는 첫 걸음은 힘들지 않았다. 나리분지가 그릇 모양의 분지다보니 초반의 어느 정도까지는 경사가 없는 길이 이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경사가 높아지며 절벽과 같은 길이 나온다. 물론 절벽에는 계단이 있다. 계단이 끝나는 곳이 바로 성인봉이다. 계단 길을 가는 중간 중간마다 쉬어가는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 중간에서 내려다보는 나리분지는 참 넓고 평탄했다. 하지만 이 넓은 곳도 밭농사만 조금 이뤄질 뿐 벼농사는 짓지 못한다.

힘들게 우리는 성인봉에 올랐지만 구름이 잔뜩 낀 날씨 탓에 울릉도의 전경을 볼 수 없었다. 구름이 야속했다. 하지만 왠지 울릉도에서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높고 험준한 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설지, 험한 산과 풍랑 탓에 순환도로 하나 완공하지 못한 곳, 우리나라에서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이 분포한 곳, 사람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자연의 힘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 울릉도다. 내게 허락된 성인봉의 아쉬운 풍경처럼 울릉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욕심을 깨닫고 겸손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충북=차현아 기자/ mygray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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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충북=차현아대학경제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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