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수학시험이 '고2 수준'사교육 부추기는 학교들

2011. 9. 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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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경기 사교육 과열지구

중학교 78%, 고교문제 출제

자사고 절반은 수업진도 2배

"교과부 지도·감독 강화해야"

'예금한 지 3개월마다 X%의 이자를 지불하는 은행이 있다. 이 은행에 100만원을 예금해 3개월 뒤 이자를 받고, 100만원과 그 이자를 합해 다시 예금을 했더니 3개월 뒤 144만4900원이 되었다. X의 값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오마중의 올해 3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에 나온 문제지만, 수업만 충실히 들은 학생보다는 고교 2학년 수학 선행학습을 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제다. '원리합계'의 개념을 배웠다면 좀더 쉽게 풀 수 있는데, 원리합계는 중학교 3학년 수학이 아니라 고교 2학년 때 배우는 '수학Ⅰ'의 등비수열 단원에서 배우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교육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김춘진 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등 서울·경기의 '사교육 과열지구' 6곳에 있는 18개 중학교의 지난 1학기 수학 기말고사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 14개 학교(77.7%)에서 고교 1~2학년 교육과정의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분석에는 이 단체의 '수학사교육포럼' 회원을 포함한 10여명의 현직 중·고교 수학교사가 참여했다.

특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내정중은 3학년 수학 기말고사 문제 중 11개가 고교 1학년 수준이었으며, 1학년 시험에도 중학교 2학년(4문항), 중학교 3학년(1문항), 고교 1학년(3문항) 수준의 문제가 출제됐다.

또 조사 대상 중학교 18곳 54개 학년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27개 학년의 수학 기말고사에서 난이도가 '상'(교과서 분류 기준)에 해당하는 문제가 절반 이상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중의 경우 중학교 2학년 수학 기말고사 25문제 중 24문제의 난이도가 '상'이었다.

선행학습과 고난도 문제 풀이를 위해 학원에 다녀야 하는 상황은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이 단체가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1학년 수학 교육과정 27개를 분석한 결과, 14개(51.85%) 과정에서 첫 학기에 수학 1학년 과정을 모두 배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사고와의 비교를 위해 별도로 조사한 일반고 22곳에서는 수학 1년 교육과정을 한 학기에 마치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 높은 학년이 배우는 심화 교육과정 내용이 시험문제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2학년 자연계 수학 교육과정이 편성된 서울·경기 12개 자사고를 조사한 결과, 개설 과목은 '수Ⅰ'이지만 시험문제는 '수학Ⅱ'나 '적분과 통계' 등에서 배우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7곳(58.3%)이었다.

이 단체의 김승현 정책실장은 "시험문제에 선행학습이 필요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출제되면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이 선행학습 사교육을 유발하는 중학교와 자사고를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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