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 2연패 꿈꾸는 정명훈, "다시 태어나도 프로게이머 할 것"
[포모스 강영훈 기자]이번 스타리그에서 꼭 우승해 이름 더 알리고 싶어
박카스 스타리그 2010에 이어 진에어 스타리그 2011에서 2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한 정명훈.SK텔레콤의 '테러리스트' 정명훈이 진에어 스타리그 2011 결승전에 올랐다. 지난 박카스 스타리그 2010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곧바로 결승에 올랐으니 2회 연속, 개인 통산 4번째로 스타리그 결승전 무대에 서게 된 셈이다.

남은 4강 대진에서는 '허느님' 허영무(삼성전자)와 같은 팀 후배 어윤수가 맞대결을 펼치고, 정명훈은 이 싸움에서의 승자와 맞붙게 된다. '택뱅리쌍' 이 아닌 한 누구와 맞붙어도 꿀리지 않는 기량을 가진 정명훈으로서는 이번 스타리그가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최종병기' 이영호(KT)가 8강에서 탈락한 만큼, 정명훈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
사실 정명훈은 실력 대비 인지도나 인기가 그렇게 높거나 많은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서서히 실력을 인정 받기 시작했고, 한 때 KeSPA 랭킹 1위를 찍기도 했으며 임요환-최연성 이후 SK텔레콤 출신 최초의 테란 우승자가 되기도 했다.
4강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도 "꼭 우승해서 차기 시즌 스타리그 오프닝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던 정명훈. 모든 프로게이머가 그렇듯이 정명훈 역시 자신의 존재를 더욱 알리고 싶어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꿈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는 정명훈을 그의 고향인 부산에서 만나봤다.
▶ 부산 남자 정명훈, 프로게이머 되더니 서울 사람 다 됐네!

부산 해운대에서 열렸던 벨로스터HD 대회장에서 만난 정명훈.정명훈을 만난 곳은 지난 3일, IeSF 벨로스터HD 국가대표 선발전 부산 지역 예선이 열린 해운대 이벤트 광장이었다. 스타리그 4강전을 마치고 화요일까지 휴가를 받았다는 정명훈은 마침 부산에서 하는 이번 행사에 흔쾌히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팬들과의 즉석 대결에서도 프로게이머의 기질을 발휘해 계속 승리를 따낸 정명훈은 "원래 레이싱 게임을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조작도 쉽고 할수록 재미있다"며 게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행사의 진행을 맡은 성승헌 캐스터가 정명훈의 고향이 부산인 것을 알고 사투리를 써 달라고 부탁하자 머뭇거리면서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는 사실. 후에 물어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로 올라가 계속 사느라 친구들과 편하게 얘기할 때 아니면 사투리를 잘 못쓰게 됐다고 한다. 지난 설 연휴 때 이후 굉장히 오랜만에 집에 오게 됐다는 정명훈은 "친구들도 거의 다 군대에 가고 없다"면서 이번 휴가 때 가장 하고 싶은 건 그 동안 '밀린 잠을 자는 것'이라 했다.
시시한 계획이었지만 왠지 '잘나가는 프로게이머의 휴가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 것은 아마 정명훈이 인터뷰 바로 전 저그의 신흥 강자 신동원(CJ)을 3:1로 압도한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설마 정말로 잠만 잘까 싶어 시원한 부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금 더 깊은 얘기를 나눠 보기로 했다.
▶ 정명훈이 들려주는 부산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

부산이 고향인 프로게이머 정명훈.벨로스터 행사가 끝난 뒤 정명훈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 번번이 얘기가 끊겼다. 인터뷰 장소가 오픈된 곳이다 보니 정명훈을 알아본 팬들이 갑자기 종이와 펜을 들고 와 사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일이 이름까지 물어 보면서 친절하게 사인 요청을 다 들어준 정명훈은 "아무래도 고향에서 만나는 팬들은 조금 더 친근함이 느껴져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응원하는 말을 해주실 때도 평소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답례도 하게 된다"며 웃었다.
알아보는 팬들이 많은 편인지 묻자 정명훈은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인지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며 그게 무척 신기하다고 했다. 이는 정명훈이 꾸준하게 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일 것이다. 부산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문득 정명훈의 동생 소식이 궁금해졌다. 동생 역시 부산 지역에서 '마이 스타리그'까지 출전했을 정도로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고 잘한다고 들었기 때문. 마이 스타리그에서 떨어진 후로는 프로게이머인 형을 더 존경하게 됐다고 얼핏 들었는데 사실은 어떨까.
"동생이 게임을 좋아하니까 경기 있을 때마다 응원을 많이 해주는 점이 좋은 것 같다. 마이 스타리그 사건 이후로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반에서 상위권에 들 정도로 공부도 잘 한다. 대학에 들어가면 서울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스타리그 결승전 상대? 누구라도 좋지만 만약 허영무라면

오는 9일, 마지막 결승 티켓을 놓고 싸우게 된 어윤수와 허영무.부산의 가족과 팬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뭔가 더 지역색이 드러나는 주제를 꺼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부산 출신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e스포츠에서 가장 유명한 부산 사나이는 누가 뭐래도'등짝' 박정석(KT)이지만, 광안리 결승전을 보며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다는 '미라클 보이' 신상문(CJ)도 유명하다. 하지만 정명훈이 꺼낸 이름은 다름 아닌 허영무, 이번 스타리그 결승전의 상대가 될 지 모르는 그 허영무였다.
"영무 형은 아마추어 때부터 유명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부산에서 하는 지역 대회가 있을 경우 영무 형이 나오면 늘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난 아마추어 때 그렇게 유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은 어렸을 적 동경하던 형이었다. 만약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영무 형과 만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런 기억까지 살아 나면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말이 나온 김에 스타리그 결승전 상대에 대해 물어 보기로 했다. 여론 상으로는 허영무와의 대전이 더 흥행 카드로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정명훈은 허영무와 어윤수 중 누가 더 자신의 결승 상대로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팬들이 영무형과의 대결을 더 기대하는 것 같지만 4강전에서 윤수가 이길 것 같다. 평소에 윤수가 연습하는 걸 보면 프로토스전을 정말 잘한다. 연습도 성실하게 하는 편이고 본인 스스로도 4강에 만족할 것 같지는 않다"는 말로 어윤수의 우위를 점친 정명훈은 "가을의 기운과 프로토스 팬들의 응원이 합쳐지면 허영무가 올라올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누가 올라와도 상관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수가 정말 잘하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이길 자신은 있다"며 '씨익' 하고 웃는 정명훈에게 왠지 모를 포스가 느껴졌다. 어쨌든 팬들이 조금 더 기대하고 있는 허영무가 올라 온다고 가정해 상대에게 한 마디 해 달라고 부탁하자 정명훈은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렸다.
"영무 형. 만약 이번 결승전에 올라오게 된다면 이번 기회에 영원한 콩라인으로 남아줬으면 좋겠어. 이번 스타리그는 꼭 내가 우승해야 하거든!"
▶ 최연성 코치가 입대하기 전 한 번 더 우승 트로피를 안겨 주고 싶다

정명훈은 최연성 코치와의 관계를 나가수에 빗대 설명했다.정명훈이 스타리그를 우승하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최연성 코치에 대한 얘기였다. 막역한 사제지간이지만 한 때 '정명훈 로봇설'까지 나올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했던 최 코치의 그늘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정명훈은 처음으로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처음에는 그런 부분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다. 열심히 했는데 과소평가 받는 느낌을 받았나 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든 내가 한 부분은 나에게 돌아온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최코치님에게 더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번 포모스와의 라이브인터뷰에서 일부러 나를 생각해 내 옆에 있는 것도 피한다고 말한 것을 봤는데 절대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최코치님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정명훈은 최연성 코치와의 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비유를 사용했다. 최근에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자신은 노래를 하는 가수고 최 코치는 편곡자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 마치 김범수와 돈스파이크처럼 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고, 서로가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때 더 멋진 결과를 내는 사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정명훈은 최연성 코치와의 관계를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정명훈은 곧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자신의 편곡자 최연성을 위해 이번 스타리그 결승전을 최고의 무대로 만들어 뿌듯한 마음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 정명훈, 다시 태어나도 프로게이머로 살고파

SK텔레콤의 테란 에이스 정명훈은 여전히 발전, 성장하고 있다.정명훈은 이제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지 5년째다. 서울에 있을 때는 못 느끼다가도 부산에 오면 어렸을 때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는 정명훈은 때로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고백했다.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이 군대에 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평범하게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고 하는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스스로 '나 혼자 다른 길을 걷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
아직 어린 나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프로게이머 이후의 진로까지 걱정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최근 e스포츠계의 어수선한 분위기도 그런 걱정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최연성 코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이 본분에 충실해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며 조언했고 정명훈도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공부를 다시 하기는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사업 체질도 아닌 것 같다. 한 번씩 이런 고민에 빠지긴 하는데 지금 하는 일을 잘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도 게임이 너무 좋기 때문에 최대한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해보고 싶은 게 내 심정이다. 가능하다면 군복무도 공군 에이스에서 하고 싶고."
가끔씩 친구들에게 "너희가 부럽다"라고 하면 단박에 "네가 더 부러워!"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정명훈은 스스로 생각해도 프로게이머가 되길 잘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다시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는 정명훈이야말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는 이 시대의 행복한 젊은이 중 한 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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