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읽기] 전세대책을 오도하는 일부 언론
정부는 지난 18일 가을철 전세시장의 불안에 대처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올들어 6번째 부동산 대책이자 세 번째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현재 3채 이상으로 돼 있는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 세제 지원 요건(지방은 1채)을 1채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책에 따르면 임대주택사업자가 거주하는 기존의 1주택도 3년 이상 보유 기간을 충족하면 양도세를 면제받는다.
대책 발표 후 일부 언론은 이번 정책이 전세시장 안정대책이 아닌 강남 부자를 위한 투기조장 정책이며 전세불안과 무관한 주택시장 부양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직접적인 대책이 빠져 전세시장 안정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논지를 전개하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전세 시장의 가격상승 원인과 전세 수요자의 특성, 그리고 정책적 대응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어떤 대책이든지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론의 비판은 매우 필요한 것이지만, 문제를 바로 보지 못한 채 무책임한 비판으로 일관한다면 가뜩이나 복잡한 전세시장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모호하게 만들어 정책 추진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진보 언론을 자처하는 어느 일간지가 다룬 전세시장 관련 기사의 일부를 소개한다. '정부 부처 간부인 김모씨(53)는 살고 있는 아파트 전셋값 때문에 고민이 많다. 김씨는 2009년 9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77㎡) 전세를 2억5000만원에 얻었다.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 이주 수요로 최근 은마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5억원으로 올려주지 않으려면 집을 비우라"고 성화다. 그는 자녀 학교 때문에 그대로 눌러앉을 생각이지만 오른 전세금 2억5000만원을 어디서 마련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의 목탁(木鐸)으로서 정당한 비판이 언론의 본분이라 할 때 이 기사는 전세시장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커다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전세시장은 구매력을 기준으로 크게 두 개의 집단이 있다. 구매력이 부족해서 전세를 전전해야 하는 저소득 세입자와 일정한 주택구매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전세시장에 머무는 계층이다. 이렇게 보면 전세금 상승에 따른 주거불안의 강도는 저소득층에게 더 큰 위협이기 때문에 이들을 우선적인 정책 지원계층으로 봐야 한다.
또 전세금 인상요구 폭이 2억5000만원이라 했는데 이는 인근의 재건축 탓이기보다는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전·월세 상한제의 여파이다.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최대 4년간 전세금을 크게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재계약 시 4년간의 인상 폭을 한 번에 반영하려 하는 것이다.
전셋집에 사는 사람은 모두 전세금 상승의 부담을 느끼지만 이들 모두를 정책적 지원대상으로 할 경우 정작 저소득 전세입자의 주거 불안정 문제는 제대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점을 일부 언론은 깨달아야 한다. 전세시장의 특성상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을수록 전세금은 안정된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의 비율(전세가율)은 47.4%이지만 지방 6대 광역시 평균 전세가율은 65.3%이다. 서울에서도 강북지역 전세가율은 49.5%이지만 강남지역은 45.4%다.
주택시장의 가격이 안정되면 구매력이 있는 계층이 계속 전세 시장에 남아 있으면서 전세금을 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구매력이 낮은 저소득 전세입자에게 정책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또 주택 구매를 유도해 전세시장 안정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전세금 상한제와 같은 시장 규제로 전세금이 오히려 급등하는 현상에 대해 언론은 좀 더 심각한 고민에 바탕을 두고 전세시장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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