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사퇴 선언' 하루만에 김성근 감독 전격 경질

[서울신문]열두 번째 해고. 프로야구 SK가 김성근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SK는 18일 "지금 상태로는 잔여 시즌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어 김 감독 퇴진을 결정했다. 대신 이만수 2군 감독을 감독 대행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전날 김 감독의 시즌 종료 뒤 퇴진 발표에 "당혹스럽다."고 했던 구단은 이튿날 바로 '해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1969년 마산상고 사령탑에 오르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이전까지 11차례 해고 통보를 받았었다. SK에선 '자진 사퇴'를 원했지만 결국 또 해고됐다. 지도자 생애 열두 번째 해고다. '야신'의 야구 인생은 여전히 순탄치 않다.
●18시즌 동안 6팀 사령탑… 결별도 최다
김 감독은 문학 삼성전을 준비하다 해고 통보를 받았다. 오후 1시 30쯤이었다. 평소처럼 구장에 출근해 선수 로스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민경삼 단장이 직접 해고 통지를 했고 김 감독은 별말 없이 받아들였다. "결국 그렇게 될 거였다. 각본대로 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후 김 감독은 곧바로 감독실을 정리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30분 만에 짐을 싸고 선수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가해지면 함께 맥주라도 한잔하자."고도 했다. 그리고 돌아섰다. 이 모든 과정이 한 시간 남짓 만에 이뤄졌다. SK에서 5년 감독 생활은 이 짧은 시간에 모두 정리됐다.
굴곡 많은 지도자 인생이다. 김 감독은 18시즌 동안 6개 프로팀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전·현직 프로 지도자 가운데 가장 많은 팀의 감독을 맡았고 가장 많이 결별했다. 여러 가지 사연이 얽히고설켰지만 가장 큰 이유는 김 감독 특유의 야구관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스스로 정한 원칙에 대해 과도하리만큼 철저하다. 타협이나 양보가 없다. 감독 중심의 구단 운영, 많은 훈련량, 이기기 위한 야구는 김 감독의 철학이자 소신이다. 이런 김 감독의 성향을 구단 수뇌부들은 껄끄러워했다.
김 감독을 최고의 지도자로 만든 이런 원칙은 스스로의 목을 죄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데자뷔처럼 비슷한 해고가 반복됐다. 1988년 OB(현 두산)를 떠날 때도 구단 운영 방식에 대한 마찰이 문제가 됐다. 구단은 김 감독보다 이광환 2군 감독을 더 편하게 여겼다. 김 감독은 그해 8월 자진 사퇴했다. 태평양 시절엔 팀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러나 역시 구단과 관계는 좋지 않았다. 팀은 임호균 등 노장들의 방출을 요구했고 김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호균이 5승을 하지 못하면 감독이 벌금을 내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타협없는 '이기는 야구' 양날의 칼로
결국 1990년 시즌 종료 뒤 사임했다. 1996년 쌍방울 지휘봉을 잡은 뒤엔 선수 숙식 등을 위해 사비까지 털었다. 팀은 '선수 팔기'를 계속했고 김 감독은 지속적으로 구단과 충돌했다. 1999년 시즌 도중 해임됐다.
2002년 LG 감독 시절엔 전년 6위였던 팀을 4위로 끌어올렸다. 그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까지 차지했지만 구단은 "김 감독 야구가 LG 스타일과 안 맞다."는 이유로 감독을 해임했다. 그리고 2011년, 김 감독의 손길로 만들어내다시피 한 SK에서도 다시 버림받았다. 김 감독의 잡초인생은 계속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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