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지금 그곳은 물과 꽃의 향연..구례 3樂

2011. 8. 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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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우기'(雨期)라고 표현해야 될 듯싶다. 갠 날을 손가락으로 셀 정도다. 간혹 비가 그쳐도 해를 보기가 쉽지 않다. 습해서 더 덥다. 이쯤 되면 아예 물을 가까이 두는 게 최상이다. 전남 구례는 계곡과 들에 물이 넘쳐난다. 큰 산(지리산)과 큰 강(섬진강)을 끼고 있는 덕이다. 4일 후면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 풀 꺾인다'는 처서(處暑)다. 가는 여름이 아쉽다면 구례를 찾아 지리산이 품은 계곡과 폭포, 천년고찰과 하늘정원을 둘러볼 만하다.

구례 10경중 하나인 수락폭포

마치 하늘에서 은가루가 날리는 것 같다. 15m짜리 폭포치고는 제법 '큰소리'를 낸다. 귀가 멍하고 천지가 뒤흔들릴 정도다.

산동면 수기리계곡에 자리한 수락폭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리산 끝자락에 들어앉은 폭포는 구례 10경 중 하나. 눈요기 폭포가 아닌 '물 맞는 폭포'다. 예부터 인근 주민들이 신경통과 허리통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폭포 상단 신선대는 신선들이 모여 바둑을 뒀다는 곳이다. 언뜻 보기에도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폭포 우측 '할미암'이라는 바위가 우뚝하다. 아들을 못난 부녀자가 치마에 돌을 담아 올려놓으면 득남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기암이다.

지리산자락 계류를 쉼 없이 토해내는 폭포는 기세가 당당하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의 거대한 폭포는 아니지만 새하얀 포말로 몸을 부수며 내리꽂는 폭포수가 장쾌하다. '동편제'의 국창 송만갑 선생이 이곳을 득음처로 활용했다고 하니 가히 국악의 성지답다.

수락폭포는 낙수지점 접근이 손쉽고 뒤쪽에 공간이 있어 물을 맞고 쉴 수도 있다. 올해는 비 오는 날이 많아 수량도 풍부하다. 오히려 수량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려야할 판이다. 수락폭포와 이어진 수기리계곡은 아이들 세상. 물이 차지 않고 계곡이 넓어 물놀이에 안성맞춤이다.

귓전에 맴도는 폭포소리를 뒤로 하고 발길은 천은사(泉隱寺)로 향한다. 노고단 길목에 터를 잡은 천은사는 구례군 3대 사찰. '샘(泉)이 숨었다(隱)'는 이름과 달리 절집 앞 저수지와 계곡에 물이 넘쳐나는 '여름 절'이다.

천은사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덕운 스님이 세운 천은사는 고려 충렬왕 때 '남방제일선원'으로 지정된 천년고찰이다. 원교 이광사의 글씨를 담은 일주문 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우측 산비탈에 숨어 있는 이끼폭포를 놓치지 말 것. 규모는 작지만 초록 이끼를 두른 바위 사이로 물이 쏟아지는 모양새가 멋스럽다.

이끼폭포

부도밭을 감싼 금강송군락을 지나면 수홍루(垂虹樓)가 반긴다. 계류를 가로지르는 무지개다리 위에 세워진 2층짜리 누각이다. 자태가 번듯한 누각은 천은사계곡과 저수지 사이에 놓여 운치 있다. 녹음이 우거진 계곡은 건강하다. 절집을 휘감아 도는 계류는 수홍루를 거쳐 저수지에서 몸을 푼다. 다리에 올라 누각을 머리에 두고 계곡과 저수지를 번갈아 본다. 사바세계에 찌든 혼탁한 마음이 계류에 쓸려 간다. 잠시 눈길을 줬을 뿐인데 심신이 정화된 느낌이다.

수홍루

다리를 건너 '부처의 나라'에 든다. 천은사는 당우마다 걸린 명필 편액이 유명하다. 원교 이광사, 창암 이삼만, 성당 김돈희, 추사 김정희, 염재 송태회 등 당대에 내로라하는 이들이 남긴 필적은 보물로 여길 만하다.

경내로 들어서자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이들이 저녁예불을 마치고 방장선원에 하나둘씩 모여든다. 툇마루에 걸터앉자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소리에 젖은 목탁소리가 산운(山雲)을 따라 지리산자락을 떠돈다.

방장선원 템플스테이

천은사를 나와 남원으로 향하는 86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성삼재(해발 1102m)다. 산자락을 따라 이리저리 굽이치는 오르막길은 구름을 손에 잡고 간다. 노고단 정상 길상봉(1507m)은 성삼재휴게소에서 50분 거리. 여기서부터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자갈길과 시멘트포장길, 나무계단, 돌계단을 번갈아 타고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폭이 넓어 산책하듯 걷는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노고단 정상 부근까지 이어진다. 대피소에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그 길 끝에서 하늘이 터진다.

노고단 정상 돌탑

노고단은 신라 화랑들이 수련을 하면서 탑을 쌓고 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영봉(靈峰)이다. 검은 돌로 쌓은 원추형 제단이 우뚝 솟아 있다. 노고단 고개에서 오른편 정상 가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탐방로(오전 10시~오후 3시30분 개방)다. 이 곳의 주인은 키 작은 풀과 형형색색의 야생화.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 김보현 자연환경안내원은 "동학군 집결지, 빨치산 근거지, 군부대 주둔지로 활용되면서 황무지된 노고단을 10년 넘게 가꾼 결과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고단 정상의 다양한 야생화

노고단 정상은 아고산(亞高山) 지대의 초원. 비비추와 원추리, 둥근이질풀, 동자꽃, 물매화, 돌양지꽃, 뱀무, 곰취꽃, 산오이풀, 산진달래 등이 자생하는 하늘정원이다. 앙증맞은 보라색 둥근이질풀이 탐방객을 반기고 수줍은 듯 고개 숙인 비비추와 원추리, 이슬을 머금은 동자꽃과 곰취꽃이 바람에 밀려가는 안개와 구름 사이로 청초한 자태를 뽐낸다. 어느새 날아온 휘파람새 소리도 청아하다.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노고운해'는 한여름에 볼 수 있는 진풍경. 운해 사이로 우뚝우뚝 솟아오른 지리산 연봉이 장관이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서울에서 출발하면 천안·논산간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에 이어 새로 뚫린 완주·순천고속도로를 이용하면 40분 정도 단축할 수 있다. 화엄사IC에서 빠져나와 산동 수락폭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수락폭포에서 20여분 거리의 천은사는 노고단으로 향하는 861번 도로에 있다.

▲주변 볼거리:화엄사, 연곡사, 운조루, 사성암, 피아골, 당몰샘, 야생화압화전시관 등.

▲맛집:화엄사 입구 이시돌(061-782-4015)은 한방갈비와 산채정식이 유명하다. 구례읍에 자리한 한우식당(061-782-9617)은 20년째 1주일에 딱 하루 금요일에만 순대와 순대국밥을 팔고, 동아식당(061-782-5474)은 가오리찜과 돼지주물럭 등이 유명하다. 이외에 양미 한옥가든(토종닭, 061-783-7079), 초가원가든(연잎 대통밥 & 사찰음식, 061-781-2222), 화산관광농원(자연송이 버섯전골, 061-782-0203) 등.

▲체험거리:천은사(061-781-4800)에서는 1박2일과 2박3일 일정으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아침저녁으로 예불을 드리고 좌선과 참선, 스님과의 대화는 물론 야생차밭과 계곡 탐방, 노고단 등반, 감로숲길 포행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숙박:산동면에 자리한 지리산온천랜드(061-780-7800~5)가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개장했다. 노천온천테마파크를 비롯해 대온천장, 찜질방 등의 시설과 58개의 객실을 갖춘 이곳은 온천욕을 겸할 수 있어 여독을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외에 한화리조트(061-782-2171), 지리산온천관광호텔(061-783-2900), 노고단관광온천(061-783-0161) 등.

▲문의: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224

< 구례 | 글·사진윤대헌 기자 caos999@kyunghyang.com >공식 SNS 계정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 스포츠경향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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