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볼모로 장난친 나쁜 사람들'..결혼사기 왜 속을까?

배민욱 2011. 8.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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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정모(40)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다. 정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유는 이랬다. 정씨는 여성들에게 마음의 상처만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만남사이트에서 여성 A씨를 알게됐다. 정씨는 A씨와 인터넷상에서의 만남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다. A씨와의 관계를 지속하려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돈 때문이었다.

정씨는 A씨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결혼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정씨는 결혼을 약속하며 A씨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포장하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가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은 서울대를 졸업했고 형은 검사, 동생은 판사라며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다.

A씨는 믿음직한 모습과 든든한 직업 등을 보며 정씨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져 갔다. 이때부터 정씨의 본심이 드러났다. 그는 A씨에게 결혼 자금 등을 마련하자며 "경륜에 투자하면 이익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투자를 권유했다.

A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정씨에게 돈을 가져다 줬다. 정씨가 이렇게 해서 가로챈 돈은 모두 1억6200여만원이었다. 알고보니 정씨는 결혼을 미끼로 많은 여성들을 홀리며 사기를 쳐왔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A씨 등 5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5억여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

정씨는 이들에게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가의 아들이나 스포츠 관련 회사의 팀장 등으로 행세하면서 경륜 선수들을 관리한다고 속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강태훈 판사는 "피해 여성 대부분이 정씨의 감언이설에 속아 재산 범위나 부담할 수 있는 채무 범위를 훨씬 넘는 부채를 졌다"며 "인생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결혼하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혼사기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들어 결혼사기 사건이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경찰 관계자도 우려하고 있다.

자신의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 이제는 서로간 사랑의 마침표인 결혼이 사기범죄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결혼을 무기로 사기행각을 벌이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나쁜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이력과 직업 등을 극도로 포장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준다는게 결혼사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래서 자신의 신분을 과대포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자신을 경찰대학교 출신의 경찰관이라고 속여 여성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경우도 있었다.

경북 경주경찰서는 지난 3월 자신을 경찰대학교 출신의 경찰관이라고 사칭해 여성에게 접근한 뒤 결혼을 빙자해 수천만원을 뜯은 B(28)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B씨는 지난해 7월 포항에서 대구로 가는 버스에서 20대 여성을 처음 만나 "경찰대를 졸업하고 대구경찰청 수사과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라고 신분을 속인 뒤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B씨는 결혼한 뒤에 거주할 아파트 구입과 웨딩 촬영 등을 이유로 이 여성으로부터 수백만원씩 18차례에 걸쳐 모두 38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재미교포라고 행세하며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2월 재미교포 행세를 하며 결혼을 빙자해 30대 여성에게 수천만원을 가로챈 C(43)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C씨는 지난달 3일 오후 3시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모 은행에서 D(38·여)씨에게 미국에 있는 자산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세금정산 문제로 돈이 필요하다고 속여 2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그는 재미교포 행세를 하며 D씨에게 접근해 결혼할 것처럼 속여 돈을 뜯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버드 의대로 사칭하거나 재벌딸이라고 속여 거액을 뜯어내기도 한다. 서울대 출신의 재력가 또는 유명 정치인·장관과 친분이 있다며 결혼을 약속하고 돈을 가로채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결혼사기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와 사랑에 빠진 상대방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대방의 지위와 높은 신분 등으로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 불만 같은게 많다. 노력은 적게하고 많은 혜택을 받고 싶은 욕구도 있다"며 "상대방의 신분과 권위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결혼사기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학교 곽대경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떤 사람을 선택했느냐가 자신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과시용"이라며 "누구랑 결혼을 한다는 것으로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영향을 준다. 결혼을 신분이동의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기가 선택한 사람에 대해 끝까지 믿고 싶어하는 심리적인 상태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자신의 판단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심리가 있어 주위에서 아무리 의심스럽다고 말을 해도 확인을 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사람인지에 대한 평가가 소홀해 지게 된다"고 말했다.

결혼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과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 교수는 "관계가 더 이상 깊어지기 전에 상대방 신분에 대한 확인은 필수"라며 "상대를 알고 있는 사람들 특히 가족의 행적을 본다거나 사실 관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사람을 소개받거나 교재를 하기 전에 여러 상황들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해보고 검증하는게 필요하다"며 "서로간에 정이 들기 전에 이중 삼중으로 상대방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서 판단하기 보다는 자신 주변에 있는 친구, 부모, 이웃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초반에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자기 혼자 판단하게 되면 점점 수렁으로 빠져 들게 되고 결국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닥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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