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과 교감하면서 아이들이 변하고 있습니다"
[노컷뉴스 박성아 기자]
너도나도 녹색의 세상을 꿈꾸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사는 삶을 이야기 하지만 '공존'이라는 주제는 아직 무겁기만 하다. 노컷뉴스에서는 생활 속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지구의 웃음을 되찾기 위해 주어진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일궈내는 사람들을 만났다.[편집자 주]
"아직도 그냥 동물과 노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동물매개치료사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한 직업이다. 박은영 동물매개치료사(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 소속)는 2년째 학교, 복지관 등을 다니면서 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 씨와 같은 동물매개치료사들은 주로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동물과의 교감·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사회화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을 한다.
지난주 경기도 오산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인 성심학교에서 여름방학 특수활동으로 일주일간 동물매개치료활동을 하고 있는 박 씨를 만났다. 박은영 씨는 이날 치료 도우미견 마루, 덕이 두 마리와 함께 동행했다.
이날 교실에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치료 도우미견들과 한창 신문지 놀이를 하고 있었다. 박은영 치료사는 타인과의 소통이 불편한 아이들이 1차적으로 동물들을 만지고 교감하면서 마음을 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도우미견들과 교감을 하면서 해소되지 못한 욕구들을 분출하고, 마음을 열어요. 동물과 한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치료가 시작되고 있는 거죠."
동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경우엔 케이지 안에 들어있는 치료 도우미견들을 보고 느끼는 것 부터 시작을 한다. 또 아직까지 동물들의 치유활동에 대해 선입견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선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복적인 오리엔테이션과 상담, 치료 도우미견 위생진단 등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한다.
"일단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매개치료사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동물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놔둬요. 아이들이 동물과의 교감 속에서 스스로 조절하고 자제하는 방법을 알게 되거든요. 다른 수업이나 치료처럼 특별하게 제지하거나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막지 않지만, '사람과 개가 다쳐서는 안된다', '이(치료) 공간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라는 원칙은 지키라고 말해줘요. 우리는 아이들의 욕구를 발견하면 적절히 개입을 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죠."
실제 성심학교 치료수업현장에서 만난 호석(10)이와 대웅(19)이는 도우미견들을 만져주고 함께 놀이를 하며 내내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들의 경우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도우미견들에게 다가가고 만진 케이스인데, 덕분에 다른 치료사들에게도 빨리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띠는 건 9시부터 2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 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교감하고 인내하며 치유 동행을 하는 도우미견들이었다. 마루의 경우는 올해 5살로 성심학교 친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뛰어놀기도 하고 제 몸을 아이들에게 비비기도 하고, 안기기도 했다.
실제 스위스 심리학 전문 의사 피에르 슐츠의 저서 < 개가 주는 위안 > 에 따르면 프랑스 디디에 베르네와 연구팀이 2003년 개와 사람의 관계를 인간의 질병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요약 설명한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또 스위스에는 빳뜨 땅뒤(역주:개가 내민 손)이라는 이름의 '개와 자원 봉사자로 구성된 단체'가 있어 사회의 다양한 계층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한다.
슐츠는 이와 관련, '동물 치료법'이 노인을 진료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신 착란, 지능 장애, 정신 분열, 만성 불안 등 신경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해 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는 다정다감하면서도 깊은 충성심을 겉으로 표현할 줄 알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사회화와 웰빙의 원천이 된다"고 그 근거를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매개치료사는 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에서 일정 과정이상을 수료, 통과하면 발급되는 민간 자격증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 도우미견의 경우 협회 소속의 도우미견들이나 개인적으로 훈련한 개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공격성 테스트, 친화력, 위생 등 다양한 테스트를 통과하고 일종의 '자격증'을 받아야만 활동할 수 있다.
동물매개치료사들은 사회의 인식부족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박은영 씨는 "동물매개치료는 결과물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진 단순한 놀이로 밖에 여겨지지 않고 있어요."
프랑스나, 미국 등에선 동물매개치료가 봉사활동 개념으로 폭넓게 활성화 돼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선 동물매개치료사가 직업화돼있다. 사회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선입견, 오해 속에서도 꿋꿋이 치유 현장을 돌고 있지만 계약직으로 활동하면서, 도우미견들도 대부분 사비로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생계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점들이 많다. 동물매개치료가 체계적으로 나아가려면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하지만, 변화는 곧 희망이다. 성심학교 교실에서 아이들과 치료사들, 도우미견들이 한 공간 안에서 모두 미소를 띠고 다른 언어지만 '소통'과 '치유'라는 공동의 목표를 따라 걷고 있었다. 한 공간 안에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면서 그들은 서로를 변화시켜 주고 있다.
아이들 뿐 아니라 도우미견들도 치유자의 역할을 하면서 인내와 끈기를 배운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다.
"동물매개치료를 하려면 동물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해야 돼요. 한 농아원에서 1년정도 청각장애 아이를 돌본 기억이 있는데요, 동물을 만지면서 과격한 행동을 스스로 조절해가더라고요. 이처럼,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아이들이 변화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esther8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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