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의 유로풋볼]축구계의 대단한 장사꾼 '우디네세 칼치오'

칠레 공격수 알레시스 산체스의 바르셀로나행이 결정 났습니다. 계약기간은 5년, 이적료는 26m(유로) + 옵션 11m로 최대 37m에 달하는 대형 계약입니다. 자세한 옵션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달성이 어렵지 않은, 간단한 내용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입니다. 산체스의 몸값으로 35m 이상을 원했던 우디네세가 결국 원하는 돈을 손에 쥐게 된 셈입니다.

이탈리아의 중소클럽 우디네세 칼치오는 참 대단한 클럽입니다. 그들은 이번 시즌 단 세 명의 선수만으로 약 64m를 벌어들였는데 (산체스의 몸값을 35m로 계산.) 산체스와 비야레알로 이적한 크리스티안 사파타 (약 9m), 나폴리 유니폼을 입은 괴칸 인레르가 (약 20m) 우디네세에 거액을 안겨주고 팀을 떠났습니다. 이들 세 선수가 아주 저렴한 몸값에 우디네세로 이적한 과거를 생각해보면 구단은 어마어마한 시세 차익을 거둔 것입니다.

이번 시즌 그야말로 선수 장사에 대박을 터트린 우디네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오랜 기간 정책적으로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데 몰두해왔습니다. 우디네세는 구단의 기본적인 정책,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를 실천하기 위해 숨은 진주를 캐러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몸값이 저렴한 아프리카나 남미가 주요 타켓이었는데, 남미의 경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아닌 칠레-콜롬비아-파라과이 등이 집중 발굴 대상이었습니다. 유럽도 세르비아나 체코, 슬로베니아, 스위스 같은 나라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모두 더 싸게 사고자 국가 거품을 확 걷어낸 영입 정책이었죠.

우디네세는 그렇게 레이더망에 걸려들면 숫자에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 공동 소유나 임대 형식으로 다른 팀에 보내고, 제대로 성장한다 싶으면 다시 복귀시켜 구단의 수익 모델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보내지 않고 이탈리아 축구를 잠시 맛보게 한 다음 위의 방식을 따르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 시즌당 20~30명 정도가 그런 방식으로 다른 팀 유니폼을 입으니 그들의 영입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는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로 승격한 그라나다 CF와 2009/10시즌부터 밀접한 연계를 맺고 상당수의 선수를 스페인 무대로도 보내고 있습니다. 재정이 열악한 그라나다로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선수를 확보할 수 있고, 우디네세로서는 선수가 성장할 환경을 마련하는 두 구단 사이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사안입니다. 2009/10시즌 6명, 2010/11시즌 7명이 건너갔고, 현재까지 1군 명단 21명 중 우디네세 출신이 7명이나 될 정도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디네세를 거친 선수들이 서두에 언급한 선수 외에도 빈첸초 이아퀸타, 다비드 피사로, 마렉 얀쿨로프스키, 설리 문타리, 아사모아 기안, 스테판 아피아, 안드레아 도세나, 알렉산다르 루코비치, 페페, 마르코 모타, 가에타노 다고스티노, 헤녹 고이톰, 안드레아 도세나, 파비오 콸리아랠라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디네세는 그들을 이적시킴으로써 많은 돈을 얻었습니다. 이아퀸타는 2000년 카스텔 디 산그로에서 0.8m에 영입해 2006년 유벤투스에 11.2m에 팔았고 인터밀란으로 간 피사로는 10m과 고란 판데프의 절반 소유권을 받아냈습니다. 얀쿨로프스키는 밀란으로부터 8.5m를 받았고 3m에 영입한 루코비치는 7.5m에 제니트로, 약 4m에 영입한 페페와 모타는 유벤투스로 이적시켜 약 14m의 이적료를 얻었습니다.

문타리와 기안은 1m 안 되는 가격에 우디네세 유니폼을 입었지만 포츠머스와 렌이 그들을 데려 갈 때는 각각 8m와 12m를 내야했죠. 삼프도리아와 공동소유였던 콸리아랄라는 7.3m에 나머지 절반의 소유권을 산 다음 나폴리에 16m를 받고 팔았습니다. 도세나도 약 9m의 시세 차익을 안겨줬습니다. 산체스, 사파타, 인레르? 알려진 바로는 우디네세가 그들을 영입할 때 쓴 돈은 모두 다 합쳐 불과 6m 정도였다고 합니다.

우디네세가 더욱 놀랍고 대단한 것은 이런 정책 속에 성적까지 잡아낸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선수를 키워 존립하는 클럽들의 특징은 목표가 잔류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디네세의 목표는 잔류가 아닌 유럽 대항전 진출입니다. 그들은 최근 15시즌 중에 8번이나 유럽 대항전에 참가했습니다. 90년대 알베르토 자케로니를 명장 반열에 오르게 한 시기도 있었고 2008/09시즌에는 UEFA컵 4강,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 리그에도 모습을 보입니다.

구장을 소유할 수 없고, 축구의 인기가 점차 사그라지는 이탈리아에서 (특히 규모가 거대하지 않은) 우디네세의 수익 구조는 무척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확고한 정책을 바탕으로 건실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디네세의 선수 이적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죠? 아직 그들은 마우리시오 이스라, 엠마뉴엘 바두, 콰두 아사모아, 후안 쿠아드라도, 메디 메나티아, 파블로 아르메로 등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클럽이 우디네세의 방식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우디네세는 영입 연령을 더욱 낮춘다고 합니다. 또 새 구장을 건설해 수익 구조를 조금 개선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축구계의 대단한 장사꾼 우디네세. 선수를 쓸어간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그들의 이적 수완은 그저 대단할 따름입니다.

덧붙임 : 1m 유로 = 100만 유로 (약 15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