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으로 유죄판결 받은 사람을 '모금회' 회장으로?

2011. 7. 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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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임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경북공동모금회는 지난달 1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신임 회장 후보에 박진우(55) 경북사회복지협의회장을 선출하고, 사회복공동모금회 중앙회에 단독으로 추천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경북공동모금회 쪽은 "운영위 결과를 토대로 박씨를 경북모금회장으로 선임해달라고 지난달 22일 공동모금회 중앙회에 정식으로 요청했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이달 말쯤 임기 3년의 경북모금회장으로 승인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국노인복지협회장도 맡고 있는 박씨는 신용협동조합에서 잔뼈가 굵어 2002년엔 신용협동조합 중앙회장을 지냈다. 그는 2007년 신협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을 선고받은 뒤, 이듬해 8월 광복절 때 사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대통령 선거 때는 이명박 대통령 특보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북공동모금회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박씨를 신임 회장으로 추천한 데는 경북도가 깊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경북도의 한 간부 직원은 "박씨가 횡령 등의 혐의로 형을 선고받았지만, 앞으로 잘할 것이라고 믿고 모금회장에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경북지역 기독교청년회(YMCA) 8곳으로 이뤄진 지역와이엠시에이협의회는 성명을 내어 "공동모금회장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생명"이라며 "박씨는 공동모금회장으로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불거진 공동모금회 직원들의 비리로 모금액 저하 등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 있는 때, 비리에 얽힌 인사를 지역공동모금회장으로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동모금회 대구·경북협의회는 "공동모금회 중앙회가 박씨를 경북모금회장으로 임명한다면 모금 거부운동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경북공동모금회 전흥윤 사무처장은 "추천 인사가 실형을 받는 등 구체적인 내력에 관해 사전에 전혀 몰랐다"며 "곧 운영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보고, 관련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지 등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경북공동모금회는 연간 110억원을 모금해 이웃돕기 등에 쓰고 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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