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대형사고' 선로전환장치 국내테스트도 없이 도입

2011. 7. 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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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선로전환장치 고장 사고가 발생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서울에서 부산까지 412㎞ 구간을 기존 2시간40분에서 2시간18분으로 단축시킨다는 포부로 2004년 시작된 2단계 사업은 기존 자갈 궤도를 콘크리트 궤도로 바꾸면서 시작한다. 서울역에서 시작해 동대구역에서 끝나는 1단계 구간에 깔린 자갈 궤도는 매일 다지기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유지보수 비용이 콘크리트 궤도보다 더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 선진국처럼 내구연한이 길고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드는 콘크리트 궤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2004년 8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한국철도기술공사에 설계용역을 의뢰했다. 이어 콘크리트 궤도에 맞는 분기기와 선로전환기를 새롭게 선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통상 궤도에 맞게 분기기를 선택한 후 분기기에 걸맞은 선로전환기를 선정한다.

1단계 구간에 도입된 분기기는 코지페(Cogifer)사 제품이고, 선로전환기는 알스톰(Alstom)사 제품(MJ81)이다. 모두 1단계 자갈 궤도에 맞게 고안한 제품들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두 프랑스 회사 제품을 도입하면서 국산화 노력도 병행했다. 코지페 분기기에 대한 국산화는 삼표E&C가, 알스톰 MJ81 선로전환기에 대한 국산화는 삼성SDS가 맡았다.

업체 관계자는 "동대구까지 제품을 설치하면서 자체 기술이 나날이 발전했다"고 했다. 국산화 비용은 해당 업체들이 모두 부담했다. 2단계 구간에서는 자체 기술로 분기기와 선로전환기를 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단계 구간 기찻길에 자갈 대신 콘크리트 궤도를 깔기로 결정하면서 공단은 콘크리트 궤도에 적합한 분기기와 선로전환기를 모색했다.

여기서 공단 측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콘크리트 궤도 적용 실적이 있는 제품을 적합성 검토를 거쳐 국내에 도입하거나, 국내 사용 경험이 있는 자갈용 제품을 콘크리트 궤도에 맞게 보완하는 것.

공단은 전자를 택했다. 코지페 분기기를 국산화한 삼표E&C는 콘크리트 궤도용 제작 경험이 없었다는 이유에서 거절됐고, 독일 대만 네덜란드 등지에서 콘크리트 궤도용 분기기를 제작ㆍ설치한 경험이 있는 독일 푀슈탈핀 BWG(voestalpine BWG)사 분기기가 선택됐다. 선로전환기로는 독일 지멘스사 S700K를 낙점했다.

공단은 "BWG 분기기는 독일 연방철도청(EBA) 승인을 거친 데다 독일 철도주식회사(DB AG)에 표준시스템으로 등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공단과 국토해양부 자체 검토서(2008년 3월께 작성)에 따르면 감사원은 2007년 7월 BWG 분기기 선정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1단계 신호체계와 호환성, 경제성, 유지관리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BWG 분기기를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그 이유에 대해 "BWG 분기기가 장애 해결에 1단계 분기기보다 2~4명 많은 인원이 소요되고 연간 유지비용도 7억7100만원 더 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BWG 분기기를 부설했을 때 공사구간 신호장비 간 상호 연계성(인터페이스) 문제로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건설비와 유지보수비가 더 많이 소요돼 유지관리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염려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설치 이후 400여 차례나 발생한 선로전환기 문제점을 정확히 집어낸 것이다.

그러나 공단과 정부는 분기기는 그냥 놔둔 채 선로전환기만 당초 S700K 대신 오스트리아 VAEE사 제품인 하이드로스타(Hydrostar)로 대체함으로써 감사원 지적을 넘어갔다.

결국 2008년 6월께 공단은 BWG 분기기를 2단계 콘크리트 궤도용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듬해 1월 VAEE사와 선로전환기 계약을 맺었고, 그해 8월 하이드로스타 납품을 시작했다. 1단계 선로전환기(자갈용) 업체인 알스톰이 "콘크리트 궤도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이드로스타 선로전환기를 도입하기 위한 테스트는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독일 현지 콘크리트 궤도상에서 이뤄졌다.

문제는 도입을 확정짓기 전에 국내 테스트를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약품을 한국에 들여오면서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 검토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철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자체 테스트를 하기에는 국내 기술역량이 부족한 점도 문제"라며 "검토할 능력도 안 되면서 선진국 제품을 무리하게 국내에 도입했다"고 꼬집었다.

당초 이르면 올해 초였던 개통 시기도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같은 달 1일로 2개월 이상 앞당겨지면서 선정과 설치 작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2단계 구간이 개통된 지 약 보름 후인 지난해 11월 19일 국토해양부는 삼표E&C가 2002년부터 개발에 나선 '콘크리트 궤도용 열차 선로전환장치(분기기)' 기술을 '교통 신기술'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실제 개발 완료 시점은 국토부 발표 1년 전인 2009년. 정작 외국 업체에 밀려 정부에 낙점받지 못했던 국내 업체가 뒤늦게 우리 정부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국내 제품엔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서둘러 도입한 외국 제품은 지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상태다. 2단계 구간을 개통한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 6월 1일까지 7개월간 발생한 선로전환기 장애만 407건이다. 하루 두 번꼴로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현장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드로스타 선로전환기를 '해부'까지 해봤지만 되레 '당신들이 뜯어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VAEE 측 비아냥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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