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뉴욕의 한식 붐

김영목/駐 뉴욕 총영사
한 나라의 음식은 그 나라 문화가 모두 용해돼 있다. 재료의 사용과 저장, 발효, 간과 맛을 내기 위한 오묘하고 장기간에 걸친 준비가 필요한 한식은 더 더욱 한국 문화가 용해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빼놓고 그 나라 문화를 논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곳 뉴욕은 각 나라 음식의 경연장이라 할 만큼 세계 각국의 음식과 유명 식당이 군웅할거하고 있다. 국력의 신장과 함께 한식(韓食)도 뉴욕 속에 뿌리를 내리고 뉴요커들에게 깊이 파고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국 슈퍼마켓의 경영인에 따르면 매장에서 김치를 사가는 고객의 70% 이상이 외국인이라고 한다. 김치는 전통적인 현지 식품 체인점에서도 팔리고 있을 정도로 뉴요커, 나아가 미국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 뉴요커들 사이에는 김치를 먹지 못하면 지식인이 아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또한 미국 학생들 사이에는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에 대한 폭발적 관심과 함께 쌀밥을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맨해튼 내 한국타운인 32번가 한인 식당가는 주말이면 몇 겹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때맞춰 미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PBS가 '김치연대기(Kimchi Chronicle)' 13부작 방송을 시작했다. 뉴욕에서는 5월8일부터 방영되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는 7월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세계 최고의 요리사 반열에 오른 장조지씨와 혼혈 한국인인 그의 부인 마르자씨가 함께 한국의 명산과 명소들을 돌아다니며 한식 조리법을 배워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한국 문화도 소개하는 내용이다.
전통 한정식과 여러 가지 김치는 물론,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전복, 해삼과 해조류를 따서 즉석에서 요리해 먹는 '차원 높은' 해산물, 무공해 녹차밭에서 일궈낸 녹차 즐기기부터 삼겹살, 춘천 막국수와 강릉 초당 순두부도 우리의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과 함께 생생하게 소개되고 있다. 2009년 초부터 기획돼 한국 정부 지원으로 지난해에 본격화했고, 장조지 부부와 함께 '로스트 인 스페이스'로 유명해진 할리우드 스타 헤더 그레이엄이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해 4개월에 걸쳐 전국을 돌며 촬영했다.
6월1일 이 프로그램의 홍보 행사가 장씨가 경영하는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열렸는데, 출연진뿐 아니라 톱스타인 휴 잭맨, 닐 샤피로 뉴욕 PBS 회장 등 유명 인사, 각종 언론 매체 종사자 등 800여명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뤘다. 김치는 물론 소주 칵테일 등 장씨가 직접 만든 한식요리가 불티나게 소진돼 이제 한식이 뉴요커들에게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음식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 유명스타는 모두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노래방'도 잘 간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한껏 보여줬다. '김치연대기'의 미국 전역 방영을 계기로 한식뿐만 아니라 한국이 전 미국인들에게 보다 친숙해지기를 기대한다.
뉴욕의 2대 조리 교육기관 중 하나인 프랑스 요리학교의 도로시 해밀턴 교장은 "한국의 멋과 맛에 최근에야 매료된 것이 아쉽다. 한국은 정말 대단한 문화의 나라이고, 흥미로운 재능을 가진 요리장과 음식 문화의 소재가 많다. 한국 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해 보다 큰 자부심과 확신을 가지고 세계에 전하는 일을 해 나가도 좋을 것 같다. 정부와 단체, 기업 그리고 뉴욕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배출되고 있는 많은 동포, 유학생들이 힘을 합쳐 좀 더 체계적으로 전략을 세워 한류와 한식을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는 데 활용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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