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고객이 룸살롱에서 결제를? 바로 전화걸죠"

이신영 기자 2011. 6.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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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시,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신한카드 16층 신용보호팀 부정방지시스템(FDS·Fraud detection system) 사무실. 머리에 헤드셋을 낀 직원 김홍준(31)씨가 컴퓨터에 줄줄이 올라오는 승인내역을 확인하더니 전화버튼을 눌렀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 회사 고객인 주부 이모(50)씨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방금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고객님 신용카드로 150만원이 결제됐습니다. 고객님이 사용하신 것 맞나요?"

당황한 이씨는 자신의 지갑을 열어 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 자신이 쓰던 신용카드가 없어진 것이다. 이씨는 "아까 밤 9시 30분쯤에 귀가하다가 택시에 놓고 내렸나 봐요. 이걸 어쩌죠?"라고 다급하게 물었다. 이씨의 카드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룸살롱에서 150만원이 결제됐다. 해당 업소에 문의하니 신용카드로 결제한 남성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FDS 직원 김씨가 즉각 카드를 정지시켰다. 그런 뒤 이씨에게 "아무래도 어떤 남성이 고객님의 카드를 훔쳐 쓴 것 같다. 카드를 재발급 받고, 일주일 이내로 보상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직원 김씨는 "하루에도 이런 부정사용 내역이 수십건에 이른다"며 "경찰에 연락한 뒤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2~3교대로 24시간 카드 부정사용 감시

부정방지시스템이란 분실이나 국내외에서 도난, 위·변조된 카드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된 것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시스템에서 분류해 주는 승인 내역을 바탕으로 의심이 가는 부정 사용자를 적발해서 고객에게 즉각 알려주고 보상절차를 안내해준다. CC(폐쇄회로) TV로 증거가 발견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카드사마다 20~50명씩의 직원이 2~3교대로 24시간 근무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7년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가 부정 사용된 금액은 1조89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조2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신한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사의 경우 하루에 카드 결제 승인이 500만건 정도 된다. 부정방지시스템은 고객의 주거지, 거래위치, 평소 상주하는 장소와 과거 승인내역 1~2년치를 분석해 고객이 카드 결제를 승인할 때마다 위험도에 따라 1~1000점으로 분류한다.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된 1000점은 주로 해외에서 발생한 카드 거래에 매겨진다. 700점을 넘으면 사고 가능성이 크다고 시스템에서 자동 판정하는데, 그게 대략 1만~2만건가량 된다. 이를 다시 직원들이 1000~2000건으로 추린다. 골라내는 기준은 기존에 부정사용이 의심돼 전화했던 고객의 통화내역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객 통화내역에서 알 수 있는 정보와 승인내역을 비교해서 최종 판단한다"고 말했다.

◆낮 12시에 서울 시청에서 쓴 카드가 오후 3시 베트남에서도 결제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최모(43)씨는 얼마 전 서울시청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카드로 결제했다. 그런데 최씨의 카드가 오후 3시에 베트남의 한 음식점에서도 결제된 것으로 포착됐다. 이런 경우는 FDS 직원들은 100% 카드 사고라고 판단하고 최씨에게 즉각 연락한다.

국민카드 박찬수 신용관리팀장은 "지난 2년간 서울 마포구 내에서 신발을 딱 한 번 산 카드 고객이 있는데, 어느 날 그 고객이 서울 강남구와 강동구에서 신발가게만 5차례 들러 물건을 구입한 경우에는 도난이나 분실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위험도를 700~800점으로 매긴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60세가 넘는 고객이 서울과 경기도, 경상도에서 20분 간격으로 물건을 산 것으로 거래내역이 뜬 적도 있는데 이는 도용된 신용정보를 통해 인터넷에서 부정 결제된 경우였다"고 말했다.

◆카드 사고의 절반 이상이 주말에 발생

카드 사고의 50~60%는 금·토·일 등 주말에 발생한다. 또 야간에 80%, 주간에 20%가량 발생한다. 그 때문에 FDS 직원들은 밤에 더 바쁘다. 국내에서는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사고가 대부분이며, 해외의 경우 위·변조 카드 사고가 주를 이룬다. FDS 직원 한명당 평균 100건의 사고를 처리하는데, 고객 본인이 카드 결제를 한 게 맞다고 확인된 경우를 제외하면 카드사별로 매일 평균 200~400건의 부정사용된 카드를 적발해서 정지시킨다.

카드 부정사용과 전쟁을 치르는 FDS 직원들은 신용카드 사용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카드 비밀번호와 통장 비밀번호를 다르게 설정하고 ▲카드를 이용할 때 본인이 승인과정을 직접 확인하며 ▲카드를 타인에게 빌려주지 말고 ▲카드 승인내역을 알려주는 문자서비스(SMS)를 적극 이용하라는 것이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카드는 해외 사용기능을 삭제하고, 해외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도 즉각 해외 사용 정지를 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상절차는 빠르게 이루어진다. 고객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승인된 날짜에서 60일 전과 후의 부정사용금액을 1주~한 달 사이에 보상해준다. 주부 이씨는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은 것만 밝혀지면 통상 1주일 이내 보상받는다. 다만 고객이 친척이나 친구에게 카드를 빌려줬는데 사고를 당했을 경우 정상적인 보상을 못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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