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저리 가라.. 숲 속에 좀비 생물이 산다

이영완 기자 2011. 6. 2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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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도시의 모든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며칠 뒤 정신은 사라지고 육체만 다시 살아난 '좀비(zombie)'들이 밤거리를 헤맨다'.

여름철 TV나 영화관에 자주 등장하는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스토리다. 그런데 올여름 숲 속에선 진짜 좀비를 만날지 모른다. 자연계에는 몸 안에 침입한 다른 생명체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좀비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한다.

◆기생벌 애벌레 보호하는 좀비 무당벌레

기생벌(wasp)은 다른 곤충의 몸에 알을 낳는다. 보통 나비 애벌레에 알을 낳는데, 나중에 알에서 깨어난 기생벌 애벌레는 나비 애벌레를 먹고 자란다. 당연히 나비 애벌레는 죽고 만다.

하지만 기생벌의 알을 몸 안에 품고도 죽지 않는 곤충이 있다. 바로 무당벌레다. 기생벌의 일종인 무당벌레기생고치벌은 순식간에 무당벌레의 몸에 날카로운 침을 박고는 알을 낳는다. 무당벌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

며칠 뒤 무당벌레의 배 속에 변화가 일어난다. 기생벌의 알이 애벌레로 자라는 것이다. 몸속 가득 자라난 애벌레들은 이내 무당벌레의 배를 뚫고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도 무당벌레는 죽지 않는다. 애벌레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무당벌레의 다리 사이에 고치를 만든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진은 무당벌레가 좀비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실험을 통해 알아봤다. 실험실에서 4000마리의 무당벌레를 키운 다음 기생벌을 넣어 무당벌레 몸 안에 알을 낳게 했다. 예상대로 무당벌레에서 애벌레가 나와 고치를 틀었다. 연구진은 한 집단은 무당벌레를 없애고 고치만 남겼다. 다른 집단은 무당벌레를 죽이고 고치 위에 그대로 뒀다. 세 번째 집단은 자연 그대로 뒀다.

다음엔 기생벌 애벌레의 천적인 초록풀잠자리를 풀었다. 그러자 좀비 무당벌레 아래에 있는 고치는 35%만 잡아먹혔지만, 고치 홀로 있거나 죽은 무당벌레와 함께 있는 고치는 각각 85%, 100%가 풀잠자리에게 잡아먹혔다. 연구진은 지난 21일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무당벌레를 좀비 상태로 만든 것은 가끔 꿈틀거려 고치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미를 조종하는 버섯

자연은 돌고 돈다. 무당벌레를 좀비로 만들었던 기생벌도 경우에 따라 좀비가 된다. 이번엔 버섯이 조종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진은 태국의 열대우림에 사는 왕개미가 '오피오코디셉스(Ophiocordyceps)'라는 버섯에 감염되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개미는 마치 술에 취한 듯 숲의 낮은 곳에 있는 나뭇잎 사이를 마구 헤매다가 결국 잎맥에 턱을 박고 매달려 죽었다.

시간도 정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버섯에 감염된 개미는 정오 무렵 잎맥에 턱을 박았다. 개미는 그 뒤에도 살아 있으나 해가 지면 죽는다. 밤이 되면 개미의 머리를 뚫고 버섯이 나와 자란다.

연구진은 좀비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개미를 해부했다. 예상대로 머리가 버섯 세포로 가득 차 있었다. 놀라운 점은 근육에서 칼슘 성분이 모조리 사라졌다는 것. 연구진은 지난달 'BMC 생태학(Ec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칼슘이 사라지면 죽고 나서 시신이 굳는 사후강직(死後强直)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개미는 턱을 마음대로 여닫을 수 있지만, 좀비 개미가 한 번 턱을 잎맥에 박고는 그대로 굳어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그렇다면 왜 좀비 개미는 나뭇잎에 기어올라가 턱을 박고 죽는 것일까. 연구진에 따르면 개미가 죽는 지상 25㎝가 습도나 기온 면에서 버섯이 살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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