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대, '구름' 속으로 사라지나

김인성│ 입력 2011. 6. 27. 13:08 수정 2011. 6. 2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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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란 무엇인가?

컴퓨터 역사에서 1970년대까지는 중앙 집중식 컴퓨터의 세상이었다. IBM의 대형 컴퓨터(메인 프레임)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고 사용자는 단순한 단말기를 사용하는 형태였다. 이런 방식에 반기를 든 자들이 나타났다. 모든 사람에게 컴퓨터를 갖게 하고 싶어 했던 해커들이었다. 그들은 값싼 하드웨어를 조립해 한 사람만을 위한 컴퓨터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애플 컴퓨터로 상징되는 PC(개인용 컴퓨터)였다. 1980년대 애플과 IBM을 포함한 수많은 업체가 PC 시장을 두고 싸웠는데, 승자는 결국 CPU를 독점한 인텔과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이른바 윈텔(인텔 CPU를 사용하고 MS의 윈도가 얹힌 컴퓨터) 진영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서버 시장까지 침투했다. 서버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유닉스 시스템이 윈텔에게 시장을 빼앗기자 유닉스의 변종이며 오픈 소스인 리눅스가 출현해 방어에 나섰다. 리눅스는 소스까지 공개되어 있고 무료였기 때문에 곧 메인 프레임, 슈퍼컴퓨터, 서버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같은 소형 기기 시장까지 지배하게 되었다. 윈텔은 PC 시장 외에 서버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으로 휴전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혁명이 일어났다. 웹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가 등장해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윈텔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지만 윈도에 MS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끼워 판매함으로써 경쟁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인터넷의 속도가 올라가자 전통적인 중앙 집중식 컴퓨터 방식이 재등장했다. 이른바 네트워크 컴퓨터라는 제품이 출현한 것이다. 실행 화면과 조작은 PC에서 하지만 실제 작업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서버에서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업체들은 개개인마다 컴퓨터를 제공하는 비용과 운영비를 절감하고 데이터를 중앙에 보관할 수 있어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서 빌려서 사용하는 방식(ASP 등)도 등장했다.

하지만 열악한 인터넷 속도, 서버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데이터 손실 위험성 그리고 사용자에게 익숙한 윈도 환경 제공의 어려움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윈텔 진영도 넷PC라는 이름으로 원격 윈도를 제공했지만 느린 속도와 불안정성으로 볼 때 네트워크 컴퓨터 분야를 고사시키기 위한 방해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났지만 도전은 계속되었다. 점차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서버 안정성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성능도 급격하게 향상되면서 네트워크 컴퓨팅 환경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게 되었다. 구글은 대용량 메일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작업의 가능성을 착실히 실험했고 무료 오피스 프로그램(구글닥스)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무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애플 아이폰을 등장시켜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받고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저장할 수 있는 휴대형 무선 인터넷 디바이스의 원형을 제시했다.

아마존이 자사 데이터를 운용하기 위해 구축한 대규모 서버 자원을 외부 업체에 유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클라우드 시장이 열렸다. 이제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비용을 들여 서버를 구축하고 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완벽하게 환경이 구축된 클라우드 시스템을 빌려서 필요한 만큼의 서버 자원을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그만이었다. 하드웨어도, 운영체제도, 소프트웨어도, 구입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모든 디바이스 통합…데이터 이동도 쉬워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지난 6월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iCloud)'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

구글과 애플 그리고 MS는 이런 개념을 좀 더 발전시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애플의 클라우드는 아이폰의 노래가 PC와 아이패드 등 한 사용자의 장비에 자동으로 복제되게 해준다. 또 사용자의 사진을 모든 장비에 복제할 뿐만 아니라 애플 클라우드에 저장해놓을 수도 있게 했다.

구글은 PC에 데이터를 보관할 필요성을 없애고 있다. 메일은 전부 구글의 클라우드에 보관되어 있다. 데이터는 지역적으로 분리된 곳에 이중 삼중으로 백업되기 때문에 한 곳의 데이터센터가 화재로 다 타버리더라도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구글은 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크롬북의 크롬 운영체제를 통해 사용자에게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그것으로 만든 데이터까지 클라우드에 보관해준다. 어떤 컴퓨터에서든 구글의 크롬 웹 브라우저를 실행하고 로그인하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다.

구글이 제공하는 이 모든 것은 결국, 윈텔의 PC를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해주고 있다. 크롬북은 윈텔이 아니라도 충분히 컴퓨터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크롬북은 운영체제를 돈 주고 살 필요도 없고 바이러스 체크, 프로그램 버전업 등 관리 작업도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저장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게 해준다. 클라우드가 부상함으로써 진정한 네트워크 컴퓨팅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위협을 느낀 윈텔 진영도 분열하고 있다. 모바일용 CPU 시장이 커지자 인텔은 자사 CPU의 크기를 줄이고 전력 활용도를 높여서 이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 CPU가 아닌 모바일 CPU에도 동작하는 윈도를 발표했다. 윈텔은 각자의 이해에 따라 분열하고 있지만 그 앞날은 불투명하다.

인텔은 전공 분야가 아닌 모바일에 신경 쓰다가 자칫 PC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MS는 현재 윈도폰7이라는 운영체제와 모바일용 윈도를 동시에 발표함으로써 제품 생산 업체와 사용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각각 다른 개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들의 원성도 사고 있다. MS는 또 윈도 차기 버전에 자사 게임기를 통합하고 스마트폰용 멀티터치 방식과 기존 인터페이스를 모두 채택함으로써 자사의 핵심 제품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원칙을 무시하는 제품 통합 전략은 언제나처럼 재앙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클라우드는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등 모든 디바이스가 서로 통합되고 데이터가 쉽게 이동되는 미래의 컴퓨팅 환경이다. 현재 애플과 구글, 아마존과 MS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아직 이 시장의 지배적인 사업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드웨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고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의 신뢰 없이 한국 클라우드의 미래 불확실

지난 2008년 검찰은 NHN·다음을 대상으로 사용자들의 불법 음원 유통 실태를 조사했다. ⓒ연합뉴스

클라우드 서비스의 중요한 요소는 성능, 안정성 그리고 신뢰성이다. 국내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한국의 클라우드는 속도를 포함한 성능 면에서 외국 서비스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안정성은 다중 백업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으며 이런 부분에 대한 것은 기술이 발전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큰 차별성이 없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클라우드는 인터넷 업체에게 개인이나 회사의 자료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업체에 대한 신뢰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클라우드 업체가 개인정보를 자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기업의 비밀을 경쟁 업체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 업체는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외국 기업은 사용자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구글은 검열을 요구하는 중국 정부와 맞서다 검색을 철수시켰고, 실명제를 요구하는 한국에서 유튜브 서버를 미국으로 이전해버렸다. 아무리 기업이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다는 의지를 비즈니스 현장에서 관철한 것이다. 이런 행위를 통해 사용자들은 해당 기업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된다. 외국 기업은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사용자의 믿음을 얻는 것이 차세대 인터넷 비즈니스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결정적 경쟁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 기업은 여태까지 사용자의 신뢰를 얻는 데 무관심했다. 검색을 조작하고, 원본보다는 포털 내부의 불법 복제 자료를 먼저 보여줌으로써 검색 수익을 얻는 데 골몰해왔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실명제와 글 검열에 대해서도 법적인 수단을 통한 항의도 변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장도 없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찰에게 사용자 정보를 넘길 정도로 체제 순응적으로 살아왔을 뿐이다.

기업의 신뢰성은 인터넷 시대의 국제 경쟁력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구사항임에도 우리 사회 전체가 이를 무너뜨리고 있다. 인터넷 언론 자유를 해치는 법이 제정되고, 셧다운제라는 시대착오적인 인터넷 통행금지법이 만들어졌을 정도이다. 검찰은 범죄 수사를 이유로, 지워진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복구시킴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신뢰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개인정보를 함부로 다루는 한국의 촌스러운 서비스를 찾을 외국 사용자가 누가 있겠는가? 오히려 한국인조차 정보 유출을 두려워해 믿을 만한 외국 서비스로 디지털 망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과 정부, 사법부가 사용자 데이터를 무단으로 검열하고, 서비스 업체는 이에 전혀 저항하지 않고 있는 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쓸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신뢰는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거대한 빌딩이나 높은 시장 점유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인터넷 기업이 사용자들의 마음속에 신뢰라는 벽돌로 새로운 기업상을 쌓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클라우드 시대에 한국 기업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김인성│IT 칼럼니스트· < 한국 IT산업의 멸망 >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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