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예물숍들 '먹튀'..반지 없어 파혼 사태
인생에서 한 번뿐인 결혼식을 가장 아름답게 치르고 싶었던 황모(37)씨는 지난달 17일 결혼반지도 없는 황당한 결혼식을 치르고 아직도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한 웨딩박람회에서 소개를 받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예물업체에서 1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결혼반지와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할 귀금속을 주문했지만 이 업체가 '먹튀'를 해버린 것. 결혼식 전날까지도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보내주겠다'고 한 업체 대표는 결국 연락두절이 됐고 함(函)은커녕 결혼반지도 받지 못한 아내는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결국 퉁퉁 부은 얼굴로 식장에 서야 했다. 결혼의 시작이 틀어지면서 달콤해야 할 신혼생활까지 엉망이 돼버렸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귀금속업체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예비부부 13쌍으로부터 5000여만원의 선수금만 받은채 연락도 없이 문을 닫아버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황씨와 같은 피해자들은 결혼반지가 빠진 결혼식을 치르거나 급기야 예물 문제로 갈등이 커져 파혼선언을 해버리는 등 아직까지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급기야 피해자모임을 결성, 지난 22일 경기 하남경찰서와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업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 대표에게 출석통고를 보냈다"며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황씨는 "최근 귀금속 업체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며 "보통 이런 업체들은 '돌려막기'를 위해 다른 상호명으로 재개업을 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들었다"고 분노했다. 오는 26일 결혼식을 치른다는 또 다른 피해자 장모(32)씨는 "돈도 돈이지만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망쳤다는 상처가 크다"며 "피해자 중에는 서로에게 사기 책임을 묻다가 결국 파혼한 커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최근 결혼인구 감소와 금값 상승 등의 이유로 귀금속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이처럼 예비부부들에게 인기인 '청담동 예물숍'들의 폐업이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에는 청담동에 위치한 또 다른 업체가 8000여만원의 계약금만 받은 채 반지 등 결혼 예물을 돌려주지 않아 예비부부 18명이 단체로 강남경찰서에 고소하기도 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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