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웹진] 여자프로선수들이 실업팀으로 가는 까닭은?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린 국제초청 여자농구대회에는 유독 프로출신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얼마 전 국민은행에서 은퇴한 김영옥, 장선형을 비롯해 우리은행에서 은퇴한 나에스더, 홍보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뛰었던 김분좌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프로출신들답게 실업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들 외에도 갓 프로에서 나온 어린 선수들의 얼굴도 심심찮게 확인됐다. 그렇다면 프로출신 선수들이 실업무대에서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업무대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들
이번 대회 우승팀 김천시청은 호화라인업으로 큰 주목을 끌었다. 국민은행에서 은퇴한 김영옥과 장선형이 합류했고, 마찬가지로 국민은행 출신이자 김천시청에서 뛴 적이 있는 양희연까지 영입하며 두터운 선수층을 만들었다.
김천시청의 전력은 강했다. 지난 시즌 WKBL에서 득점 4위와 전체 공헌도 4위에 오른 김영옥의 합류는 두말 할 나위가 없었다. 김영옥은 매 경기 폭발적인 3점포와 번개 같은 스피드를 자랑하며 상대팀의 얼을 쏙 빼놓았다.
장선형은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하게 팀의 골밑을 지켜냈다. 대회 시작 일주일 전에 합류한 양희연은 체력적인 면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특유의 센스와 기술은 여전했다.
김천시청은 이들뿐만 아니라 프로출신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었다. 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전지혜는 2001년 WKBL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국민은행에 지명됐던 적이 있다. 슈터 최효정도 국민은행 출신으로 3년간 프로생활을 했고, 김민정과 이은희, 정슬비도 각각 신세계와 삼성생명, 국민은행에서 뛴 적이 있다.
우리은행에서 은퇴한 나에스더와 홍보라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WKBL에서 11년이나 뛴 베테랑 나에스더는 은퇴 후 동아백화점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팀의 센터로 든든히 골밑을 지킨 나에스더는 특유의 정확한 중거리슛의 감각도 여전했다.
홍보라는 4년 만에 부활한 부산시 체육회의 소속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우리은행에서 7년간 뛴 홍보라는 프로에서의 경험을 살려 팀의 외곽슈터로서 활약했다.
오랜만에 코트를 밟은 선수도 눈에 띄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 8년간 프로로 활약했던 김분좌는 은퇴 후 4년 만에 선수로 돌아왔다. 4년간의 공백 덕분인지 체력적으로 완전치 않았지만, 선수 시절 센스와 외곽슛 능력만큼은 여전하다는 걸 증명했다. 김분좌는 현재 신한은행 유소년 코치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금호생명(현 KDB생명)에서 뛰었던 김진아, 우리은행 출신의 임소흔, 삼성생명에서 뛰었던 김정현, 2007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됐던 김정아, 국민은행에서 4년간 뛰었던 황순혜 등이 각 실업팀 소속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실업팀 어떻게 운영되나?
여자실업팀은 올 해 부산시 체육회가 부활하면서 기존의 4팀에서 5팀으로 팀 수가 늘어났다. 김천시청, 사천시청, 국일정공, 동아백화점, 부산시 체육회 등 5개 팀인 여자실업팀은 전통의 강호인 김천시청과 사천시청이 최강자 자리를 다투고 있고, 국일정공과 동아백화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부산시 체육회는 팀을 새로 꾸린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전력은 미비한 수준이다.
김천시청과 사천시청이 강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천시청과 사천시청은 프로팀 못지않은 훈련양을 자랑하고 있다. 숙소생활을 하면서 주 5일 오전, 오후에 걸쳐 훈련을 하는 두 팀은 쏟아 붓는 시간이 많은 만큼 전력 또한 안정돼 있다.
김천시청 같은 경우에는 훈련여건도 좋다. 김천시청이 사용하는 김천 체육관은 최신식 규모를 자랑하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헬스장과 수영장까지 겸비돼 있다.
연봉 또한 크게 부족함이 없다. 프로 출신 선수들이 줄줄이 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업팀들 중 가장 보수가 좋다는 김천시청의 경우 평균적으로 프로 5년차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시청의 경우에도 농구팀 전용 숙소가 있을 만큼 선수들이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두 팀의 경우 주 5일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있어서는 프로에 가까운 팀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국일정공, 동아백화점, 그리고 4년 만에 부활한 부산시 체육회는 김천시청, 사천시청과는 시스템이 다르다. 3팀은 일주일에 2번, 평일, 혹은 주말에 운동을 하고 있다. 김천시청과 사천시청이 농구에 올-인 하는 직업선수들이라면 3팀은 부업으로 농구를 하는 느낌이 강하다.
대부분이 농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직업 또한 농구교실이나, 유소년클럽 강사 등 마찬가지로 농구와 관련돼 있는 일이다. 반면 김천시청과 사천시청의 경우 따로 부업을 하고 있는 선수가 없다.
훈련양이 차이가 있다 보니 전력에서도 분명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체력적으로나 기술, 정신적으로 김천시청, 사천시청이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이유다. 인천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국일정공 박순양 코치는 "훈련양이 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김천시청, 사천시청을 이기긴 힘들다. 그것이 우리에게 있는 숙제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다시 농구팀을 창단한 부산시 체육회는 주말마다 부산 동주여고에 모여 훈련을 하고 있다. 팀원들이 모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어 플레잉 코치인 강애경이 감독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부산시 측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인 시스템으로 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다.
동아백화점은 전용 체육관 없이 다른 팀들과의 연습게임을 전전하며 훈련을 하고 있다. 다소 열악한 상황에서 훈련을 하고 있지만, 수년 째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팀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나 대학, 고등학교에서 능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금의 지원만 더해진다면 좋은 성적이 가능한 팀이다.

▲농구에 대한 인식 차이
프로에서도 여전히 최고레벨의 플레이를 펼쳤던 김영옥은 김천시청에 입단한 이유에 대해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6개 프로팀들과 모두 계약을 맺지 못 한 김영옥은 농구에 대한 미련을 포기할 수 없었다. 때문에 프로는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농구인생을 불태울 수 있는 김천시청에 마지막 행선지를 정했다.
프로와 비교해 환경이나 대우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이 그녀를 붙잡게 했다. 장선영 역시 비슷하다. 1, 2년 정도 운동에 대한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 장선형은 김천시청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실업팀들에게는 매년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이 가장 중요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전국체전 하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팀들도 있다. 체전에서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시에서의 풍부한 지원과 농구팀이 존속도 약속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천시청 역시 그 때문에 계속해서 프로출신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프로에서 좋은 대우를 받던 선수들이 실업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려 면 프로만큼은 아니더라도, 최대한의 대접을 약속해야 선수들을 스카웃 할 수 있다.
김천시청 감독이자 경북농구협회 회장인 김동렬 회장은 "김천시 측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프로하고는 차이가 나지만, 연봉도 가장 많고, 아마추어 안에서만큼은 최고의 대접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모든 실업팀들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실업리그 전체가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수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야 여자농구도 산다"고 밝혔다.
김천시청과 사천시청, 2팀을 제외한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프로 출신 선수들은 프로에서와 달리 농구자체에 올-인 하지 않는다. 동아백화점에서 뛰고 있는 나에스더는 "프로팀에서처럼 힘들게 운동하고 싶지는 않다. 농구 외에 방과 후 농구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유소년 농구교실 코치를 맡고 있는 김분좌도 마찬가지로 농구교실을 계속하면서 짬을 내 농구를 하고 있다. 운동도 하면서 부업으로 조금씩 돈도 벌고 있는 셈이다.
부산시 체육회의 홍보라는 집이 수원이다 보니 주말마다 부산으로 향한다. 홍보라는 평소 본인이 관심을 갖고 있던 피부 관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고, 농구는 부업 역할에 지나지 않다.
이처럼 프로출신들 모두 저마다 농구에 대한 의존도가 다르다. 프로에서처럼 여전히 농구가 삶의 중심인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한 발짝 떨어져 부업으로 농구를 하는 선수들도 많다.
지금의 추세라면 프로 출신 선수들의 실업 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년 각 팀마다 은퇴선수들이 1, 2명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젊은 선수들의 은퇴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지 않은 선수들은 실업팀에서 운동을 계속하기에 적절한 상황이다.
이런 실업리그의 발전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실업리그는 굉장히 침체돼 있다. 여러 농구 단체 가운데서 가장 관심을 못 받고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현재 5개가 운영되는 실업팀이 팀 수가 더해지고, 경쟁체재가 갖춰진다면 남자농구처럼 프로 2군 역할까지 가능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프로에서의 선수수급도 원활해 질 수 있고,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 - 문복주, 한필상 기자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1-06-21 곽현 기자( rocker@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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