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엄친아' 스펙에 20년 경영수업 콩국수·삼겹살 즐기는 소탈한 성품

입력 2011. 6. 13. 13:51 수정 2011. 6. 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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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3)은 '삼성의 황태자'로 불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로 언젠가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기에 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는 삼성 내부에선 'JY'란 이니셜로 통한다. 소속 회사는 삼성전자이지만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 대외 일정 등을 챙길 만큼 그룹 내 대우도 각별하다.

특히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에 오르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삼성그룹 후계자라는 점에서 선입견을 갖고 대할 수 있지만 이 사장을 직접 만나본 사람들은 "전혀 그런 느낌을 안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항상 예의를 갖춘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말투도 늘 공손하다. 이 사장을 만나본 사람들이 느끼는 첫인상은 전형적인 '귀공자' 스타일. 180cm가 넘는 키에 잘생긴 외모 덕분이다. 삼성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두루 닮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모범생이었던 학창시절

이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 사이의 1남 2녀 중 장남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동생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가 집안 출신이지만 이 사장의 학창시절은 평범한 학생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경기초등학교,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나왔으며 중·고교 시절에는 줄곧 반장을 맡을 정도로 교우관계도 좋았다.

그는 1987년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삼성그룹 후계자인 그가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것은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의 생각 때문이다. 이병철 회장은 손자에게 "경영자가 되려면 경영이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폭넓게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시절 이 사장은 조용히 학업에만 열중했다. 몇몇 대학 동기, 선·후배들과 친하게 지냈을 뿐 학내 행사 등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곧바로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여기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뜻이 일정부분 반영됐다.

삼성 관계자는 "평소 일본 경제계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건희 회장이 일본 행(行)을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이오대 석사 과정을 마친 뒤에는 2000년까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20년에 걸친 경영수업

2000년까지 학업에 매진했지만 이 사장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훨씬 오래전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인 1991년 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나이 23세. 방학 중 틈틈이 들어와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은 2001년부터 받았다. 그해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를 맡았고 2003년에는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했다.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2007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은 때부터다.

CCO는 삼성전자의 해외 협력선들을 관리하고 새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중책이었다. 외부 노출이 부쩍 잦아진 것도 이때부터다. 세계 각국을 돌면서 일본 소니,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챙기는가 하면 인도, 베트남 등 주요 신흥 시장에서 열리는 삼성전자 전략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기도 했다.

경영수업의 과목에 단순히 협력선 챙기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2008년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을 면담한 데 이어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단 둘이서 만나기도 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니시무로 다이조 도시바 회장 등과도 친분을 쌓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따라다니면서 전 세계 각국의 VIP들과 만나며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 경영자의 길에 들어서다

이 사장은 2009년 말, 삼성전자 COO 부사장에 오르면서 더욱 바빠진 경영행보를 보였다. 눈에 띄는 경영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중국에 짓는 삼성전자의 8세대 LCD패널 생산라인. 당시 글로벌 LCD패널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 사장은 지난해 2월 말 중국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을 면담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도 시 부주석을 만나 삼성전자가 중국 내 LCD패널 공장 설립 승인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TV 사업도 많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재계에서는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승진과 함께 이 사장의 승진을 계기로 '삼성그룹의 3세 경영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그는 여전히 겸손하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기자들과 만난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님은 끝없이 도전하는 분"이라며 "나는 이런 도전정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장님은 전문 엔지니어나 금융전문가, 영업맨은 아니지만 모든 사물에 대해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배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상, 그리고 가족

'삼성그룹 후계자'라는 수식어를 빼면 이 사장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다. 대외 경영 일정이 잦은 편이지만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닌다. 삼성전자가 서울 태평로 사옥에 입주해 있을 때부터 그랬다.

그는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내린 뒤 삼성생명 지하에 있던 식당까지 혼자 걸어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곤 했다. 이 사장의 얼굴을 아는 직원들이 가끔 인사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 사장의 평범한(?) 모습에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서초사옥으로 옮기고 난 뒤에는 바쁜 외부 일정 탓에 예전보다 노출(?)이 덜한 편이지만 가끔 직원들과 로비에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공식 일정이 없는 저녁에는 지인들과 식사나 술자리도 자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정 부회장이 이 사장보다 두 살 아래다. 사촌지간인 정용진 부회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재계 인사가 아닌 고교 동창들과 모여 삼겹살을 먹는 모습도 목격되곤 한다.

가족관계는 어떨까. 이 사장은 2009년 이혼한 임세령 씨와 사이에 아들 지호(12) 군과 딸 원주(11) 양 등 1남 1녀를 두고 있다. 아들 지호 군과는 잠실야구장을 찾거나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농구 경기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콩국수 좋아하고, 골프는 수준급

이 사장이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와 콩국수로 알려져 있다. 옛 삼성전자 태평로 사옥 뒤편에 있는 콩국수집 진주회관에 그의 친필 사인이 걸려있을 정도다.

취미는 영화 감상과 골프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한 이력에 맞게 역사학에 대한 관심도 높다. 2007년 삼섬그룹에 '대국굴기(大國 起)' 열풍이 분 적이 있다. < 대국굴기 > 는 중국 관영매체인 CCTV가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15세기 이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9개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멘터리 열풍을 몰고 온 사람이 바로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용 전무였다.

골프 실력은 평균 75∼76타로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1월 1일자로 아마추어 골퍼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영국왕립골프협회(R & A) 정회원 자격을 얻기도 했다. 한국인으로 R & A 정회원 자격을 얻은 사람은 이 사장이 세 번째다.

고(故) 허정구 삼영통상 명예회장이 한국인으로서는 첫 번째 R & A 정회원이며 허 명예회장의 아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두 번째 정회원이다. 승마 실력도 뛰어나다. 1980년대 후반 승마 국가대표로 뛰면서 1989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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